프리미엄 브랜드 디자인 처음부터 다르다...인피니티
프리미엄 브랜드 디자인 처음부터 다르다...인피니티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7.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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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언어 창조는 자동차 메이커의 아이덴티티 확립이다. 브랜드에 이념과 정신을 새기는 일이다. 인피니티는 2009년 나카무라 시로가 아이덴티티를 처음으로 정의 내린 후, 7년 동안 6개의 콘셉트 모델을 만들며 디자인 언어를 숙성시켰다.
이준호 모빌리스타 에디터

<이 내용은 모빌리스타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6일 인피니티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디자인 나이트’ 행사를 열었다. 국내 최초로 공개한 Q80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콘셉트카를 중심으로 Q30과 Q60 신모델을 선보였다. 디자인 행사는 유독 밤과 연관이 깊다. 프랑크푸르트·제네바·디트로이트 같은 규모가 큰 모터쇼에서는 자동차 디자이너들만 모이는 ‘디자인 밤(Car Design Night)’ 공식 행사가 열린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트렌드와 업체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인피니티 디자인 나이트에도 인피니티 디자인 수장인 나카무라 시로 CCO(Chief Creative Officer)와 알폰소 알바사 디자인 총괄이 직접 참가했다. 나카무라 시로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서 Q80 인스퍼레이션 콘셉트를 통해 창조된 디자인 언어를 설명했다. 알폰소 알바사는 양산형인 Q30과 Q60에 디자인 언어를 반영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후에는 초청된 인사들과 디자이너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다이내믹 아데야카’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시초인 에센스 콘셉트카(2009).


인피니티 디자인 영감의 시초: 다이내믹 아데야카


나카무라 시로는 2009년 CCO 자리에 부임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CEO)과 함께 닛산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책을 맡았다. 주 업무는 선행 디자인이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만들고 그것을 대입한 콘셉트카를 만든다. 나카무라 시로는 부임 첫 해 에센스(Essence) 콘셉트카를 통해 ‘다이내믹 아데야카’(Dynamic Adeyaka)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선보였다. 아데야카는 일본 전통 복식의 화려한 문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속에는 세 가지 이념과 가치가 들어있다.


고울 염 : Seductive Luster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선


일본 가나가와 현의 닛산 글로벌 디자인 센터에는 ‘모든 것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한다’(Everything starts with a single line)는 나카무라 시로의 표어가 걸려있다. 선은 모든 형태의 근원이다. 선과 선이 만나 면이 만들어지고, 면은 다시 면과 만나 형태를 완성한다. 에센스 콘셉트카의 C필러 선들은 꺾이고 휘어들어가며 휀더의 볼륨과 만나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형태를 만든다.


권세 세 : Energetic Force 거대한 파도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성된 들판의 곡선




선은 곡선과 직선으로 이뤄진다. 직선이 수치로 이뤄진 제도식 도면이라면 곡선은 다채로운 r값으로 입체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본능적 감각이다. 지루할 법한 볼륨에 에지(edge)를 가미해 에너지 넘치는 힘을 형상화했다.


정할 정 : Spiritual Precision 기계적인 정확성을 디자인으로 승화




완벽한 마감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제품 만들기 철학을 디자인에 접목했다. 최소한의 단차, 단단한 이음새, 재질 본연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디자인 이념으로 승화시켰다. 에센스는 이름 그대로 인피니티 디자인의 정수를 나타내는 롤 모델이다. 고성능의 파워트레인을 대자연의 힘에 비유하고 이미지화했다. 강한 에지를 이용해서 힘을 상징화했고 볼륨 넘치는 곡선으로 힘의 원천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다양한 콘셉트카를 통한 디자인 랭귀지 성숙


에테에라 콘셉트카(2011).


2011년 젊은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를 시도한 에테레아(Etherea) 콘셉트카가 등장했다. 이 차의 표면을 넘나드는 곡선의 에지들은 에센스와 다르게 양산을 전제로 한 현실성이 돋보였다. 인피니티의 상징이기도 한 더블 아치 그릴의 형태도 완성도를 높였다.

LE 콘셉트카(2012).


1년 후, 최초로 제로 배출 럭셔리 세단을 표방한 콘셉트카인 LE가 선보였다. 캐릭터 라인에 강한 곡선 에지가 전체 개성을 완성한다. 에지에 입체감을 극대화해 대립의 긴장감을 높이는 시도였다. 헤드라이트 언저리에서 시작한 곡선 캐릭터 라인을 리어 램프까지, 그것도 굴곡을 그리며 잇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Q30 콘셉트카(2013).


2013년 나온 Q30 콘셉트카는 디자인 수정 없이 그대로 양산차에 적용했을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났다. 다이내믹한 공기 흐름을 본 딴 캐릭터 라인이 보닛을 넘나들며 자연적인 유기적 형태를 완성했다. Q30 콘셉트카는 에센스-에테레아-LE로 이어지며 형성된 인피니티 아이덴티티를 완성한 모델이다.

Q80 인스피레이션(2014).


2014년도에 선보인 Q80 인스피레이션 콘셉트카는 Q60과 QX 스포트 인스피레이션 콘셉트카에 영향을 준 스터디 모델이었다.

나카무라 시로는 인피니티 디자인 나이트에서 “Q80 인스피레이션 콘셉트카는 에센스의 다이내믹 아데야카 정신을 좀더 현실적으로 구체화한 언어”라고 설명했다.

Human eye Headlamps


자동차 디자인에서 전면부 인상은 의인화(擬人化)를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헤드램프를 사람의 눈에 빗대어 표정을 만드는 일은 프런트 디자인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Q80 인스피레이션 콘셉트카의 헤드램프는 강렬하게 응시하는 눈초리를 지녔지만 형태를 이루는 눈매 라인은 우아하다. 우아함 속에 깃든 강인함(Powerful Elegance)은 인피니티 디자인 뉘앙스의 핵심이다. 두 가지 상반된 형용사를 대립시켜 발생하는 극적인 긴장감을 즐기는 디자인 언어다.

더블 아치 그릴의 모티브 된 모네의 작품.


Double arch Grille


두 개의 아치는 다리와 물에 반영된 다리 형상을 이미지화 했다. 아치교는 일본식 정원에 자주 등장한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모네는 지베르니에 일본식 정원을 지어놓고, 수련과 정원 연작을 그리며 말년을 보냈다. 모네를 비롯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은 일본의 우키요에 판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에서 인상주의가 다른 나라보다 인기가 많은 이유다. 인피니티의 더블 아치 그릴은 서양 미술사에서 원근법을 진부하게 만들고 나아가 추상 미술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식 판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모양새다.

Crescent cut C-pillar


최신 디자인 경향은 C필러 디자인에 자율성과 개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인피니티의 C필러는 초승달을 자른 형태다. 초승달과 같은 우아한 곡선으로 마지막 필러를 장식하지만 형태의 변화는 극적이다. 날카로운 곡선이라는 이질감 역시 형태의 상반성(相反性)을 이용한다.

2009년에 등장한 에센스는 디자인 언어를 추상적으로 수식한다. 반면에 Q80 인스피레이션은 구체적으로 인피니티만의 시그니처를 한정한다. 똑 부러지는 명칭을 부여해서 인피니티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완성된 아이덴티티는 패밀리 룩을 만드는 관용구로 사용된다. 디자인 언어에서 관용구를 완성했다는 건 양산화 과정만이 남았다는 뜻이다. 물론 위에 거론한 세 가지 요인이 아이덴티티 완성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덴티티 또는 캐릭터를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이지만 측면 캐릭터 라인은 이름만큼이나 캐릭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날카롭게 각을 살려 접어 놓은 캐릭터 라인 에지는 굴곡이 풍성한 볼륨의 웨이스트 라인과 대립하며 존재한다. 볼륨이 클래식하다면 에지는 트렌디하다. 직선의 날카로움과 곡선의 부드러움은 서로 대립하지만 갈등하지 않는다. 상반된 이질감을 기반으로 생성된 긴장감은 하나의 예술이다. 인피니티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헤드램프, 그릴, C필러 디자인 모두에 상반성 기조가 관통한다. 인피니티 디자인의 인스피레이션은 파워와 예술, 다이내믹과 엘레강스, 강조와 미묘한 수식의 이중성으로부터 생성됐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2009년 에센스부터 이어져 내려온 숙성된 결과다.

QX 스포트 인스피레이션. 에지를 강조한 캐릭터 라인과 볼륨감 넘치는 웨이스트 라인의 대립은 인피니티 디자인 언어의 핵심이다.


오가닉 디자인에 파워와 다이내믹을 입혀
인피니티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를 창조했다


인피니티 디자인과 자하 하디드의 DDP 디자인은 서로 닮았다. 형이상학 곡선으로 정형화된 치수를 거부하는 유기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점에서 그렇다. 물·바람·들판과 같은 자연물을 선 로 치환한 오가닉 디자인(Organic Design)이 인피니티의 정체성이자 상징이다. 이들은 순수한 곡선에만 머물지 않고 날카로운 에지를 지닌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볼륨에 다이내믹한 힘을 실었다.

효율을 중시한 다운사이징으로 터보차저가 파워트레인에 대 유행이다. 패널 디자인에도 파워와 다이내믹을 입혀 역동성을 강조하는 게 최신 트렌드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경우 강한 직선을 대입해서 트렌드를 풀어낸다. 인피니티는 곡선 기반에 에지를 이용한다. 독특한 점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플루이딕 스컬프처라 해서 인피니티와 동일한 해법을 제시하다가 지금은 180도 뒤집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에서는 오가닉한 요소들을 대부분 없앴다.

디자인 언어 창조는 업체의 아이덴티티 확립이다. 이는 브랜드에 이념과 정신을 새기는 일이다. 인피니티는 2009년에 나카무라 시로가 아이덴티티를 처음으로 정의 내린 후, 7년 동안 6개의 콘셉트 모델을 만들며 디자인 언어를 숙성시켰다. 물론 현대차는 대중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SPA 의류 브랜드처럼 빠른 트렌드 다변화를 추구한다.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인 이상, 브랜드에 이념과 정신을 주입하는 성숙의 과정이 절실하다. 마냥 신선해 보이는 트렌드만 따르는 일은 가벼워 보일 뿐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는 부정적이다.

2012년 수입차 업계는 2년 동안 수입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 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중 디자인 부문에서 아우디가 88%의 득표율로 1위를, 인피니티는 85%라는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CCO를 그룹 내 부회장으로 승격시키고 디자인 철학에 진중함을 더한 결과다. CCO가 중심을 잡고 오가닉에 에지 라인을 접목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콘셉트를 양산화하는 과정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것이야말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다.

에센스를 통해 창조된 태초의 디자인 철학을 인스피레이션에 와서는 형태로서 캐릭터화 시켰다. 양산형으로 완성된 Q시리즈들은 캐릭터의 비례를 공유함으로써 아이덴티티를 완성했다. 인피니티만의 아이덴티티는 트렌드를 따르거나 리드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인피니티는 인피니티일 뿐이다.

트렌드를 따르느라 변화무쌍하게 가벼워지는 디자인 언어일수록 그것을 꾸밀만한 수식이 적다. 디자인 언어는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디자인 언어를 따르는 선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된다. 그런 선들이 비례와 통일된 레이아웃으로 형태를 구성한다면 디자인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무거운 디자인 언어는 수식이 많아지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소비자를 구매자로 변화시키는 설득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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