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하이브리드카의 진화 - 느림보 프리우스서 페라리 스포츠카까지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의 진화 - 느림보 프리우스서 페라리 스포츠카까지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08 13:46
  • 조회수 14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車 시장의 외로운 섬 한국 ... 하이브리드카 확대는 시대의 흐름 



▎수퍼카로 진화한 하이브리드 맥라렌 P1.
한국의 자동차 소비 구조는 세계 주요 시장에서 독특한 모양새다. 반도 국가가 아닌 섬나라 특징이 도드라진다. 이웃 일본이 그렇다. 자동차 기술과 세단 생산 규모에선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시장은 완전 딴판이다. 세단이 아닌 상자 모양의 박스카와 경차가 절대 다수다. 해외 언론들은 일본만의 내수 시장을 놓고 ‘갈라파고스 현상(세계 주류 시장과는 단절된 상황을 설명하는 신조어)’에 종종 비유한다.





▎세계 첫 하이브리드 양산차 도요타 프리우스.
한국도 그런 점에서는 비슷하다. 주류의 흐름이나 경제·인구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형태다. 대표적인 게 2010년 이후 두드러진 디젤차 편중이다. 디젤차가 대중화된 유럽에서는 디젤을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강화해 판매가 감소한다. 두 번째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와 어울리지 않는 고가차 소비다. 1억원이 넘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레인지 로버, 포르셰 카이엔 같은 고가 차량 판매가 세계 5위권 이내다. 일본을 우습게 추월한다. 내수 시장도 독특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이 70%를 넘나든다. 자국 메이커가 절반 이상 점유한 나라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뿐이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편식이 심각하다. 독일차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일본차 점유율이 10%에 그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이뿐 아니다.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하이브리드카 점유율도 한자릿수에 그친다. 이런 점들이 자동차 선진국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현상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분단 65년째인 한국이 대륙과 소통하는 반도 기질을 잃고 점점 섬이 돼가는 현상일까 걱정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요즘 전기차와 더불어 세계 주요 모터쇼의 핫 이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자동차 업체는 생존을 위해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 하이브리드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수입차에서 먼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면서 요즘은 국산 메이커까지 가세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보인다.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이 추가됐고 주요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신차를 속속 내놓아서다.

100마력으로 시작해 1000마력 수퍼카까지





▎페라리도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했다. 사진은 라페라리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카 역사는 20년도 채 안 됐지만 진화 속도는 엄청나다. 소형 세단으로 시작해 SUV를 넘어 스포츠카까지 전 라인업으로 확대된다. 100마력도 되지 않는 보잘것없는 성능으로 시작한 하이브리드카는 이제 1000마력에 이르는 수퍼카까지 나온다. 하이브리드카는 자원고갈 우려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규제에 맞춰 개발됐다. 하이브리드카의 구조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에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엔진이 움직이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최초의 하이브리드는 19세기 말에 태동했다. 1898년 페르디난드 포르셰 박사가 전기차 P1을 만들었다. 엔진 대신 5마력짜리 전기모터를 달았다. 최고 시속 34km에 주행거리가 79km나 됐다. 이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전기차 경주에서 2등을 18분 차이로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1900년 P1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인 로너 포르셰가 나왔다. 가솔린을 연료로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두 개의 전기모터가 동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차는 가솔린 시장에 밀려 양산하지 못하고 발명품에 머물렀다. 이후 간간이 하이브리드 개발이 이뤄졌지만 양산까지 가지 못했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는 1997년 나온 도요타 프리우스다. 여기서 양산의 의미는 정부나 일부 기관의 시험용이 아닌 일반인 구매가 가능한 차를 의미한다. 58마력짜리 1.5L 가솔린 엔진에 40마력 전기모터가 조합을 이뤘다. 연비는 일본기준으로 동급 모델의 두 배인 28km/L를 기록했다. 1세대는 6년 동안 12만 대가 팔렸다. 하이브리드가 겨우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경우다. 2세대 프리우스는 연비가 35.5km/L로 상승했다. 2009년 나온 3세대는 엔진 배기량이 1.8L로 커졌지만 연비는 배터리와 모터 기술의 발전으로 38km/L로 향상됐다. 프리우스는 2세대부터 대박이 나 올해 누적 판매대수 40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가을 700만대를 돌파했다). 그러자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도 하이브리드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카가 시험 단계에서 양산차로 대중화하면서 다양한 모델로 가지치기를 한다. 초창기 하이브리드는 효율성과 친환경성에 주력했다. 가능한 높은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초점이다. 지금은 자동차의 본질인 고성능을 보강하는 데 주로 쓰인다. 렉서스는 도요타와 차별화를 위해 하이브리드에 ‘고성능+고급’ 이미지를 가미했다. 가장 비싼 게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기함인 LS600h는 5.0L V8 엔진에 전기모터를 보강해 출력이 무려 445마력이나 된다. 강력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연비는 11.5km/L다. 통상 이런 대형 세단은 연비가 한 자릿수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연비 이외에 성능향상에 하이브리드를 도입했다. 고성능 이미지의 브랜드 성격을 살리면서 대중 하이브리드카와 차별화한 전략이다. 포르셰 카이엔S 하이브리드는 3.0L 슈퍼차저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380마력의 출력을 낸다. 최고속도는 242km/h이고, 0→100km/h를 6.5초 만에 주파한다.

하이브리드카는 영역을 수퍼카까지 넓힌다. 믿을 수 없는 극강의 고성능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페라리는 자사의 최고 모델 ‘라페라리’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었다. 6.3L V12 엔진의 출력은 800마력, 토크는 71.4kg·m에 이른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데 여기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더했다. 종합 출력은 963마력, 토크는 91.8kg·m까지 치솟았다. 0→100km/h 3초 이하, 최고시속 350km를 넘긴다. 이 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시트와 엔진 사이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을 낮췄다. 모터는 변속기 뒤에 연결했다. 하이브리드 덕분에 오염물질 배출은 확 줄었다. 이전 모델인 엔초 페라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45g/km였지만, 라페라리는 330g/km에 불과했다.

수퍼카 넘어 모터 스포츠까지 영역 확대





▎하이브리드는 모터 스포츠에서도 맹활약한다. 사진은 르망 경주에 나선 아우디 R18 e-트론. / 사진:각 사 제공
수퍼카로 유명한 맥라렌도 하이브리드를 사용한다. P1 하이브리드는 3.8L V8 트윈터보 엔진이 737마력, 73.4kg·m의 토크에 전기모터(179마력, 26.5kg·m)가 힘을 보탠다. IPAS(Instant Power Assist System)라 불리는 보조 시스템은 순간적으로 전기모터에 힘을 전달해 가속 및 조종 안정성을 극대화한다. 또 기어 단수가 올라갈 때 엔진 회전수를 적정수준으로 떨어뜨려 변속기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최고시속 350km 이상, 0→100km/h 2.8초의 성능에 유럽기준 연비가 12km/L에 달한다. P1은 전기모터만으로 약 10km를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모터 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아우디 R18 e-트론은 디젤 하이브리드 경주차로 르망 24시간 내 구레이스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경주 차를 르망에 투입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