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이름에 전자칩까지..차 번호판으로 본 요지경
애완견 이름에 전자칩까지..차 번호판으로 본 요지경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4.0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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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번호판의 정확한 정식 명칭은 자동차 등록 번호판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되는 모든 차는 전면과 후면에 직사각형 모양의 금속판인 자동차 번호판이 부착된다. 그동안 이 자동차 번호판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사용 목적 구별(자가용/사업용), 한글의 한 글자 사용, 마지막 일련번호 4자리 이렇게 3가지 형식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 정보>


그런데 최근 자동차 번호판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자동차 번호판 체계가 내년 상반기부터 10년 만에 바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사용 중인 비사업용 자동차 등록번호는 약 2660만개이고, 재사용이 가능한 말소번호가 약 550만개 남아 있지만 매월 12만~13만대 신규 등록을 감안하면 2020년 초에는 등록번호가 고갈될 것”이라며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 체계, 디자인 개편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신규 번호판 발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자동차 번호판과 대안으로 제시된 번호판 >


새 번호판은 앞 숫자 한자리를 추가하는 방안과 숫자는 그대로 두고 중간에 들어가는 한글에 받침을 넣는 방안, 두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자동차 번호판은 자주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자동차 번호판 체계를 또다시 바꾼다는 뉴스를 들은 국민들은 바꾼 지 얼마 안 된 번호판을 국민 부담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자동차 번호판이든, 전화번호든 용량이 다하면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주 번호판 체계를 바꾸거나 디자인을 변경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아쉽다.

현행 번호에서 숫자 1자리를 맨 앞에 추가하는 경우, 약 2억 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어 용량이 충분하다. 다만, 숫자가 추가되면 숫자 간격이 좁아져 번호판 글자 크기나 간격 조절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 체계를 적용하면 국가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공공부문에서만 40억 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글 받침을 추가하는 경우 ‘ㄱ’, ‘ㄴ’, ‘ㅇ’ 등 3개만 받침으로 추가해도 6천600만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주차·단속 카메라의 판독성이 떨어져 카메라 교체에만 약 700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자동차 번호판 개선안에 국민들 반응이 싸늘하다. 번호판을 바꿔서 단속 카메라를 교체하거나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모든 비용이 국민의 세금이다. 일부 차주들은 “신규 등록차량부터 바꾸게 되면 전산시스템 문제나 주차·단속을 위해 카메라를 교체해야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근시안적인 행정은 이제 그만”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올해 반영구적인 번호판을 개발해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전면 교체가 아닌 신차 등록이나 중고차 매매 시 우선 등록하는 등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동차 번호판이 주인공의 성격이나 직업을 설명하는 예시가 되곤 한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는 비용만 지불하면 번호판에 들어가는 숫자와 문자를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어서다. 그리고 미국은 각 주마다 번호판의 디자인이 다르다. 차주가 자신의 개성을 자동차 번호판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나라 중에 한 곳이다. 일례로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오빠인 제임스 헤이븐은 자신의 차량에 졸리의 친딸 이름인 ‘SHHILOH’라는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다.



<재치 있는 미국 번호판>


이렇듯 가족의 이름이나 애완견 이름을 번호판에 새기는 사람도 많다. 물론 번호판의 기호를 신청하지 않으면 주 정부가 정해주는 의미 없는 문자-숫자 조합이 배당된다. 번호판의 기호도 일반 번호판의 규격을 따라야 하고 포함될 수 있는 숫자나 문자는 기껏해야 여섯,일곱 자리다. 이 또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숫자 8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번호판>


중국은 차량 번호를 보고 차주의 거주지와 용도, 심지어 신분까지 알 수 있다. 가장 앞부분은 차량의 등록 지역을 의미한다. 다음에는 알파벳으로 그 차의 용도 혹은 차주의 신분이나 세부 지역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에는 숫자가 온다. 여기서 특별한 것은 중국인의 숫자에 대한 집착이다.

중국에서도 자신이 돈을 지불하면 원하는 번호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거액의 돈을 지불하여 번호판을 사는 사례가 많다. 중국에선 ‘8’이나 ‘9’가 들어간 번호판이 비싼 값에 팔린다. 지난 2016년 ‘V99999’라는 번호판이 사상 최고가인 5억5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렇게 거액을 번호판 숫자에 지불하는 이유는 숫자 ‘8’이 돈을 번다는 뜻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숫자 ‘9’는 중국어 발음 ‘주(九)’가 ‘영구히’라는 뜻의 ‘주(久)’와 발음이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유럽의 다양한 번호판>


유럽은 자동차 번호판이 처음 사용된 곳이다. 1900년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유럽은 국경의 이동이 다른 지역보다 빈번하다. 따라서 유럽 전역에서 차량 등록번호를 식별할 수 있도록 공통된 형식을 채택한다. 여기에 비엔나 도로교통협약에 따라, 등록된 차량들은 국가 구별 코드를 표시해야 한다.

이렇게 나라마다 번호판 스타일, 체계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자동차 번호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숫자 조합의 양이다. 이런 문제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번호판을 지속할 수 있을지 하는 고민이 있다.

중국은 무질서한 교통문화를 개선하고 위법행위를 근절하고자 올해부터 개인용 차량에 전자 번호판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전자번호판은 일종의 차량 신분증이다. 내장된 전자 칩에는 차량정보, 차주정보 등 차량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암호화돼 저장된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서 제기되었던 번호판 교체에 따른 주차·단속 카메라 교체는 필요 없어진다. 카메라 없이 전자 칩을 이용해 차주의 정보와 위반 사항을 손쉽게 데이터 저장할 수 있다. 전산 시스템 관리가 쉬워지고 빅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이점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번호판이다. ‘R PLATE(알플레이트)’라는 디지털 번호판은 숫자도 바꿀 수 있고 그림도 띄울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디지털 번호판은 LCD나 OLED는 아니다. 전자잉크로 정보를 표시하는 전자종이 화면이다. 에너지 소비량이 극소라 태양광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나 문자를 띄울 수 있다.  “도난당한 차량이다”라는 경고 문구도 넣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정보나, 이미지를 번호판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번호판이 24시간 무선으로 관리 서버와 연결 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번호판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디스플레이 장치이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필요하고 번호판 위조/변조 가능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중국에서 디지털 번호판이나 전자칩 번호판이 등장하는 것은 현재 번호판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 다가올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나광국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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