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 마시던 600년 와인 아비뇨네지...토스카나 명품
로마 교황 마시던 600년 와인 아비뇨네지...토스카나 명품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6.3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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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뇨네지는 화학농법이 아닌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유명하다. 로마 교황 때부터 600년 넘는 토양을 와인에 담아냈다.
김태진 모빌리스타 에디터


<이 내용은 모빌리스타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로마 교황 때부터 600년 넘는 토양을 와인에 담아내다 ”


버지니 시베리스 대표 인터뷰

“일정 크기의 포도밭에서 최대한 많은 포도를 수확하려면 화학 퇴비와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아비뇨네지 와이너리는 어떤 화학적 퇴비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토양에 서 포도를 수확하는 유럽 전통 양조 방식으로 유럽만의 입맛을 되찾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인 ‘아비뇨네지’의 오너 버지니 사베리스(Virginie Saverys·사진) 대표가 지난 5월 초 수입사인 레뱅드매일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비뇨네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다. 1309년 교황 클레멘트 5세가 교황청을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겼다. 이어 1377년 교황 그레고리 11세 때 교황청이 다시 로마로 돌아 왔다. 이때 몇몇 귀족들이 교황을 따라 로마로 들어왔다. 이들은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후 각각 로마·시에나·몬테풀치아노 지역으로 흩어졌다. 몬테풀치아노에 정착한 귀족이 아비뇨네지 와이너리의 선조다. 이 때부터 아비뇨네지는 유럽 전통 방식으로 와인을 빚어왔다.

아비뇨네지 오너 버지니 사베리스(Ms. Virginie Saverys). 사진=레뱅드매일 제공


사베리스 대표는 “이 지역에는 600년 넘게 아비뇨네지 귀족의 성을 쓰는 후손들이 살고 있다”며 “오랜 역사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연 그대로의 떼루아를 와인에 담아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비뇨네지는 화학농법이 아닌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유명하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공존을 지향하는 게 양조 철학이다. 그는 와인의 품질은 인간이 지닌 꿈과 희망, 과거의 역사와 계속 되는 헌신이 만들어 낸다며 다소 철학적인 표현으로 설명했다.

사베리스 대표는 8대째 해운업을 하는 벨기에의 유서 깊은 기업가문 출신이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수 많은 배를 발주하면서 한국을 자주 찾았다. 한국 요리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지한파다.

그가 와인업에 관심을 갖은 것은 지인의 소개로 2001년 아비뇨네지의 지분 30%를 인수하면서 부터다. 미국의 유명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 평가에 길들여지는 획일화된 와인 맛에 질려버린 게 계기다. 아비뇨네지 경영이 악화하자 2009년 나머지 지분 70%를 전액 인수해 와이너리 오너가 됐다. 이후 그는 소매를 걷어 붙이고 아비뇨네지 재건에 나섰다. 경영 방침으로 “유럽식 와인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를 내세웠다.

“2000년대 들어 유럽의 명문 와이너리들은 앞다퉈 로버트 파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비슷비슷한 와인을 만들어 내는 게 유행이었다. 자연과 토양을 담아내는 양조가 아니라 일종의 정형화된 맛에 길들여지는 식이다. 아비뇨네지를 인수하면서 유럽식 전통을 찾고 싶었다. 결론은 100% 유기농법이다. 물론 쉽지 않았다. 반발도 많았고 거액의 투자가 필요했지만 유기농법은 길들여진 맛이 아닌 자연의 맛을 다시 찾게 해줬다.”

유기농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기존 로버트 파커 스타일에 길들여진 양조팀을 모두 바꿨다. 투자 여력이 충분한 만큼 시간을 갖고 인내했다. 아비뇨네지는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산지오베제 단일 품종만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냈다.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와인 산업에 엄청난 재앙이다. 포도 수확시기가 온난화의 영향을 받을 뿐더러 작황도 크게 변한다. 원시 유기농법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운업을 하다 와인 비즈니스를 하게 된 연유에 대해 그는 “8대째 대를 잇는 해운 사업은 수천억원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B2B 업종이다. 이 덕분에 고급 와인과 일찍부터 친하게 지냈다. 자연스럽게 와인 비즈니스를 익힐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아비뇨네지 지분을 인수한 뒤 프랑스 보르도대학의 와인 최고위 과정에 다니면서 제대로 와인 양조법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중부 지역인 토스카나는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피렌체 부근에 위치한다. 수 많은 유적과 관광지뿐 아니라 대표적인 명품 와인 산지다. 로마 교황청 시대부터 내려온 오랜 양조 전통뿐 아니라 낭만적인 독특한 문화가 와인 양조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와인 생산뿐 아니라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과 장인(匠人)으로 유명하다. 가구 제작자·조각가·은세공인·도금공 등이 대표적이다.

왼쪽이 화학 비료와 트랙터로 수확하는 토양, 오른쪽이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아비뇨네지 와이너리 흙이다. 사진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레뱅드매일 제공


사베리스 대표는 태블릿 화면(사진 위)을 보여주면서 화학농법과 유기농법의 차이를 단박에 알기 쉽게 설명했다.

“왼쪽이 이웃한 화학농법 와이너리의 흙이고 오른쪽이 아비뇨네지 흙이다. 한눈에 봐도 유기농법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화학 퇴비를 주고 기계로 포도를 수확한 곳은 흙이 숨 쉴 구멍이 없이 뭉쳐있다. 비가 오면 며칠이 지나도 물이 빠지지 않아 웅덩이가 생긴다. 병충해에 약해 농약을 써야 한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아비뇨네지 토양은 물과 공기가 원활히 드나들 수 있다. 포도나무가 건강하게 자라 웬만해서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농약을 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는 “유기농법으로 되찾은 유럽 전통의 와인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화려한 와인 평론가의 평가보다 자연과 토양을 담아낸 진솔함이 아비뇨네지에 더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아비뇨네지(Avignonesi)의 대표 와인


아비뇨네지를 유명하게 만든 와인은 최소 40년 수령의 산지오베제(Sangiovese) 100%로 만든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luciano)’다. 깊고 진한 산지오베제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세르바와 좀 더 가벼운 브루넬로의 중간쯤 되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18개월의 오크 숙성과 9개월의 병입 숙성을 거쳐 부드럽고 우아하게 다가온다. 사베리스 대표는 “한국의 불고기뿐 아니라 생선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조언한다. 아비뇨네지는 2개의 유명한 슈퍼 투스칸 브랜드를 갖고 있다.

레이블에 황소가 그려진 ‘데지데리오’는 19세기 1673kg의 거대한 황소 이름에서 따왔다. 이 지역 최초의 슈퍼 투스칸 와인이다.

보르도 스타일의 100% 메를로로 만든다. 진한 레드 빛깔에 블루베리·라즈베리 같은 작은 베리류의 향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메를로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도 살짝 느껴진다. 부드러운 탄닌과 단단한 구성을 보여주는 풀바디 와인이다. 등심구이나 양갈비 같은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

메를로와 산지오베제를 각각 50%씩 블렌딩한 ‘50&50’은 메를로만 재배했던 이웃 와이너리 오너와 만난 술자리에서 탄생했다. 아비뇨네지의 산지오베제를 5대5로 양조했다. 이런 이유로 화합과 결합을 상징하는 ‘50&50’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미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 부터 9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섬세한 탄닌과 과실 풍미가 도드라진다. 한국에서는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소개돼 와인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가격대는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아비뇨네지는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세계 최고로 꼽히는 스위트 와인 ‘빈산토 오키오 디 페르니체’ 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그늘에서 3개월 이상 건조시킨 반건조 포도로 만든다. 무려 10년을 숙성시킨 뒤에 출하한다. 작황에 따라 생산을 하지 않는 해도 있다. 생산량은 매우 적어 수천 병 이내다.

[su_frame]슈퍼 투스칸_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까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프랑스 전통 품종으로 만든 특급 와인을 말한다. 이탈리아는 와인 종주국을 내세워 다른 나라의 포도 품종을 배척하고 자체 토속 품종만을 공식 와인 등급으로 인증해왔다. 이런 규제를 탈피, 프랑스 보르도 5대 샤또 스타일을 추구한 와인을 대표해 ‘슈퍼 투스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su_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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