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칼럼] 명품도 기절초풍 할인..유럽 뒤흔든 현대 i30N
[이경섭칼럼] 명품도 기절초풍 할인..유럽 뒤흔든 현대 i30N
  • 이경섭 에디터
  • 승인 2018.05.05 08:00
  • 조회수 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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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품들은 원칙적으로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다. 1000만원 주고 폼 나게 명품 하나 샀는데 얼마 후 500만원을 할인해 판다면 1000만원 주고 산 사람은 그냥 앉아서 '호갱'이 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자동차가 제작한 퍼포먼스 브랜드 모델도 마찬가지다. 자사 제품을 산 고객을 절대 호갱으로 만들지 않는다.

벤츠의 AMG, BMW의 M, 아우디의 콰트로(Quattro : 콰트로는 1983년에 설립된 튜닝회사로 1996년 아우디가 인수해 콰트로 유한회사(Qusttro GmbH)로 운영하다가 2016년 아우디스포츠회사( Audi Sport GmbH)로 개명하고 아우디 S모델과 RS 및 R8모델을 제작해오고 있다. 현재 콰트로는 아우디 4륜구동 명칭으로 바꿨다.) 등 프리미엄 자동차들은 튜닝회사를 자회사로 두면서 특별한 모델로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판다. 이들 AMG, Quattro, M 등은 분명 처음엔 튜닝회사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튜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포츠 인디비주얼 모델 혹은 한정판 모델로 부르며 공장에서 똑같이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과는 차별되는 명품임을 강조한다.

이른 바 퍼포먼스 브랜드(Performance Brand) 자동차다. 스포츠 모델 혹은 한정판 인디비주얼 모델로도 불린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것도 명품 고성능차 브랜드를 내놓자 마자 기절초풍 할인전략을 들고 나와서다.

현대차는 고성능 N 브랜드를 내놓고 퍼포먼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i30N 가격 3만 2200유로를 후려쳐 풀옵션 2만9700유로에 판매한다. 자동차 명품할인 시대를 먼저 열어 제꼈다. 가격할인 전략은 단연 세계 톱 클래스! 어느 업체도 족탈불급이다.

동급 퍼포먼스 모델의 평균 판매가를 3만5000유로 이상으로 제시한 유럽 경쟁자들이 이러한 전무후무한 명품 할인 가격 전략에 경악한 것은 물론. 하지만 할인된 저렴한 가격 전략에 일반 유럽 소비자들은 대환영이다.

벤츠 AMG는 자동차 마이스터가 손수 제작해 엔진블록이나 차체에 마이스터의 이름까지 새겨 넣어준다. 주문 제작이 원칙이니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이고 처음부터 할인은 아예 없다. 제작한 명장이름까지 자동차에 새겨 주면서 특별함을 강조하니 불티나게 팔렸다. 이제 다른 대량생산 메이커들까지 앞다퉈 퍼포먼스모델 개발에 나서자 어느새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다.

퍼포먼스 모델시장을 만든 후발주자들은 스웨덴 볼보(Volvo)의 폴스타(Polestar), 프랑스 르노(Renault) 알핀(Alpine), 일본 도요타( Toyota) GRMN, 스페인 세아트(Seat) 쿠푸라(Cupra)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N모델이라는 퍼포먼스 브랜드를 만들어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 뛰어들었다.


볼보 폴스타



볼보는 1996년 설립된 레이스 튜닝회사 플래쉬 엔지니어링을 인수해 2004년 폴스타라는 튜닝자회사로 만들었다. 볼보를 인수합병한 중국 지리자동차는 내년에 600마력짜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폴스타 1을 공개할 예정이다. 동시에 전기자동차 퍼포먼스 모델 폴스타 2와 SUV모델 폴스타 3도 준비중이다.

유럽인들이 지리자동차의 엄청난 자본과 왕성한 식욕에 얼마나 질렸으면 시노포비아(Sinophobia)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하지만 전기모터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퍼포먼스 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지리의 야심이 경쟁업체들에겐 진짜 공포가 될 수도 있다.


도요타 GRMN

도요타의 퍼포먼스 브랜드는 GRMN다. 가주 레이싱 마이스터 뉘르부르그링(Gazoo Racing Meister of Nürburgring)의 약자다. 도요타는 오래전부터 각종 스포츠 레이싱 경주와 자동차 랠리 경주에 참여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GRMN이라는 스포츠 모델 자회사를 만들었다. 지옥의 레이싱이라는 독일 뉘르부르그링에서 독일 자동차 마이스터들과 함께 쌓은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각종 도요타 모델에 GR S 버전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보면 독일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스스로 고백하는, 왠지 아류같은 느낌이 드는 전형적인 일본식 명칭이다. 점잖게 표현하면 모방에 의한 창조라나..




르노 알핀  A110

1955년에 설립한 알핀은 1973년에 르노에 편입됐다. 르노 편입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1990년대 알핀모델은 단종되고 말았다. 알핀은 1960년대말과 1970년대초 각종 랠리에서 우승하며 전설이 된 A110모델과 A310V6 후속모델 등에서 제법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모델부터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A310 V6모델부터 과감하게도 독일 포르쉐를 능가하겠다고 나섰으나 A310 이후 어림없는 성능과 품질로 시장에서 수모를 겪다가 사라진 비운의 브랜드다.




르노가 고심 끝에 내놓은 퍼포먼스 브랜드도 결국 '백투더퓨처'!  알핀 A110 신형을 2017년 제네바모터쇼에 공개했다. 알핀 설립년도인 1955년과 전설 A110모델을 오마주해서 내놓은 신형 A110모델 한정판 1955대는 대당 6만유로(약 7800만원)의 고가에도 전시 닷새만에 완판됐다. 당장 주문해도 빨라야 2019년에나 받을 수 있다니 전설과 역사라는 콘텐츠를 자동차에 얹어 판매하는 전략은 일단 성공한 셈.

이미 판매된 신형 A110은 중간 중고딜러들에겐 프리미엄이 붙어서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가가 10만유로가 넘는 상황이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꼴이다. 그래도 르노는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우리는 또 사돈이 땅 사면 복통이 온다던가.... 빈 땅과 비어있는 시장에 대해 공격적이 된다. 아니 좋게 말해 더욱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뀐다. 비어있는 땅 개발과 미지의 시장 개척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그동안의 전통이자 미덕이다.


현대 i30 N 퍼포먼스

현대 i30N모델은 독일서 '퍼포먼스 블루'로 불린다. 처음 언론에 소개한 i30N모델이 진하지 않은 파란색 -코리안 블루- 이기 때문이다. N 브랜드 혹은 N 모델은 현대 남양 연구소의 남양에서 따왔다는 말도 있고 뉘루브르그링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남양연구소의 약자라는 게 맘에 든다. 뉘르부르그링의 약자는 이미 도요타가 GRMN에서 써먹어 아류가 됐는데 굳이 또 아류의 아류가 될 필요는 없기 때문.

독일서는 i30N 퍼포먼스모델이 폴크스바겐 골프 GTI모델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가들이 있지만 성능에서는 GTI모델을 능가한다고 확실히 말하는 전문가가 아직 없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GTI와 경쟁력을 갖췄다고 냉정과 이성의 가면을 쓰고 작성한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BMW M에서 스카웃해간 알버트 비어만을 슬쩍 언급하면서 말이다. GTI와 달리는 동력성능은 엇비슷해졌지만 연비는 아직도 좀 나쁘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현대차의 가격할인 전략은 누구도 따라할 수가 없다. 몇 년전 어느 모터쇼에서 현대차 부스를 방문한 뒤 비서를 다그쳤다던 아우디 회장의 외침은 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왜 우리는 이 가격에 이렇게 못 만드냐?"

시장은 경쟁의 마당이다. 시장의 법칙은 누가 먼저 깨느냐에 있다. 더구나 새로운 시장에서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과 다름없다.

쟁쟁한 유럽 경쟁업체들 눈두덩 퍼렇게 멍들게 하는 '퍼포먼스 블루'.

기존 시장의 질서를 깨고 순발력 있게 치고 나아가는 모습, 매우 좋다!

그런데 딴나라 시장 진입 퍼포먼스 소식에 왜 우리 가슴이 파랗게 멍드는 느낌이 들까?

베를린 이경섭 특파원 carguy@ 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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