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왜 국내서 할인에 인색할까..위탁판매제의 허실
현대기아, 왜 국내서 할인에 인색할까..위탁판매제의 허실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5.11 08:00
  • 조회수 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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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승용차가 4월에만 무려 2만5,923대가 신규 등록됐다.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하면 29%가 증가한 수치다. 벤츠와 BMW가 1위와 2위를 굳건하게 지켰고, 무섭게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런 호조에는 10%가 넘는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할인은 보통 수입사와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사에 의해 정해진다. 딜러사는 수입사와 협의해 모델 별로 기본 프로모션 폭을 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여기서 더 많은 할인이 진행된다. 딜러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딜러를 잘 만나 큰 폭의 할인을 받게 된다면 국산차를 살 돈으로 동급 수입차를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수입차 등록대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수시장의 절대적 지배자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왜 할인에 인색할까. 아울러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들이 할인을 쉬쉬하면서 정가 판매제를 고집하는 것일까. 이유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입차처럼 생산과 판매를 분리한 딜러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직영 판매점 이외에 사실상 딜러 격인 대리점에 위탁을 해 차량을 판매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딜러가 수입 임포터로부터 차량을 매입해 할인폭을 결정할 수 있는 수입차 판매와 다른 구조다. 현대기아차의 대리점은 차량을 매입할 수 없다. 따라서 할인폭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대리점은 차량 판매를 위탁받아 대신 팔아준다는 의미다.


이런 판매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 결과적으로 제조사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적 '갑' 노릇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식이다. 소위 말해 대리점의 고유권한이자 자율권인 할인이나 프모모션을 박탈(?)해 판매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그래야 현대기아차 정규직 직원이자 막강한 영업노조의 힘을 업고 있는 직영 판매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우선이 아니라 자사 직원과 영업노조가 우선인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대리점 위탁판매제는 결국 소비자의 편익을 감소시킨 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절대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사려는 차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대리점에 위탁해서 차를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수입차와 같은 할인을 기대할 수 없다. 가격과 할인은 제조사가 정하고 대리점은 그렇게 팔아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A 대리점 업주는 "현대기아 대리점의 자본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위탁판매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현대기아차 국내영업본부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며 "한국GM이나 르노삼성도 위탁판매와 비슷한 형태지만 대리점의 고유 권한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현대기아차 대리점 역시 수입차 딜러처럼 차량을 매입한 뒤 할인폭을 결정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입차와 같은 딜러제  도입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산차에도 딜러제도가 도입이 된다면 소비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수입차와 비슷한 할인 폭을 국산차도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의 편익은 상승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런 지적에 대해 "할인폭이 커진다면 소비자는 혼란스럽고 결과적으로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수입차가 주목하고 있는 인증 중고차를 국산차에도 도입한다면 중고차의 가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10% 할인은 기본' 수입차를 사는 기본 공식이다. 수입차 업체는 딜러 판매제를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은 벤츠 전시장.


그동안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산차 판매구조는 소비자를 위한 제도보다는 '제조사를 위한 제도'의 폭이 더 컸다. 이런 관행이 굳어지면서 그간 소비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소비자에게 불리한 판매제도를 지적하고 개선해야 할 언론이나 정부기관(대표적으로 공정거래위)도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의 눈치(?)를 보기 급급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인터넷을 통해 모든 내용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문제를 지적하고 말할 수 있는 곳도 많다. 그렇다면 이제는 판매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법과 관련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에 갖혀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탄탄한 자동차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산차의 경쟁력과 자생력도 더 커질 것이다. 바로 소비자의 편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호빈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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