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세먼지 주범 디젤차를 어쩔꼬..승용차부터 줄여야
[칼럼]미세먼지 주범 디젤차를 어쩔꼬..승용차부터 줄여야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6.13 13:00
  • 조회수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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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도시 미세먼지농도가 가장 나쁜 국가로 꼽혔다. 작년 OECD가 발표한 ‘삶의 질 보고서’에서다. 올 들어 5월까지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모두 6차례 13일이나 된다. 미세먼지는 전국가적 관심이 쏠려있는 환경 재난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전부터 2022년까지 7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미세먼지 농도를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세먼지 저감 공약을 내걸었다.

미세먼지 피해는 수도권이 특히 심각하다. 도심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에 갇혀 대기 순환이 잘 안 된다. 미세먼지가 대기 중을 떠돌다 다시  습격하곤 하는 형태다.

미세먼지 얘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언급 되는 국가가 중국이다. 미세먼지는 다 중국의 스모그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국내 학계에서는 적어도 국내 원인이 절반 정도는 된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연구원의 2015~2016년 초미세먼지 상세모니터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 자체 발생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난방(39%)과 교통 부문(37%)이었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의 TDI엔진


미세먼지에 관한 논의가 처음 제기됐을 때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 발생과 맞물려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NOx, 연소과정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고온에서 산화돼 발생한 것)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노후 디젤차의 퇴출 움직임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미세먼지 정책은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내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경유차를 폐차하는 경우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보조금을 지급해 공해차량의 폐차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제도로 수도권 지자체(서울, 인천, 경기)가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단계표


해외에서는 디젤차 제한 정책을 펴 미세먼지를 줄인 사례가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기연구소에 따르면, 라이프치히시에서 노후 디젤 자동차 운행제한 제도가 시행된 2011년 3월 이후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치히시 당국은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유로 4이상의 배출가스 기준을 지닌 차량들만 운행 가능하도록 해 노후 디젤 자동차들의 운행을 제한했다. 그 결과 라이프치히시의 디젤차 등록 비중이 2010년 19%에서 2016년 26%로 증가했음에도 미세먼지는 70%, 초미세먼지는 60% 가량 줄었다. 도쿄의 경우도 2000년대 초 도쿄의 미세먼지 농도는 현재 서울과 비슷했다. 하지만 경유차 억제 등의 자체 노력으로 10여 년 만에 미세먼지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미세먼지 원인을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작년 수원대학교가 환경부에 제출한 ‘타이어 및 브레이크 패드 마모에 의한 비산먼지 배출량 및 위해성 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상당량은 자동차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마모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운행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원인 가운데 경유차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주가 운영하는 환경측정 및 자연보호 연구기관(LUBW) 자료에 따르면 도로 미세먼지의 85%정도는 타이어 노면 마모와 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연구결과를 보면 자동차 엔진에 의해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농도는 1.9㎍/㎥이였지만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로 인해 발생한 미세먼지 농도는 11.9㎍/㎥로 높게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전기차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스위스의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는 자동차 제동장치가 미세먼지 발생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가솔린 자동차에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가솔린 엔진 중 직분사 엔진(Gasoline Direct Injection)이 문제다.

직분사 엔진은 연료를 높은 압력으로 연소실 안에 분사하기 때문에 연소실 내부의 공기와 연료가 잘 혼합된다는 장점이 있다. 엔진의 내구성과 연비 효율이 나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세먼지 배출량이다. 직분사 엔진은 디젤엔진에 이목이 집중된 탓에 미세먼지 문제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있었다.

작년 독일 최대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의 실험에 따르면 DPF(Diesel Particulate Filter)가 장착된 디젤 차량(시트로엥 각투스 블루 HDI)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이 5p/cm3으로 가장 적었고 간접분사 가솔린 엔진(현대차 i10 1.2)의 배출량은 2만8337p/cm3이었다. 하지만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차량(르노 트윙고 TCe90, BMW 218i 액티브 투어러, 폭스바겐 파사트 1.8 TSI,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마쯔다 MX-5 스카이액티브, 폭스바겐 골프 1.4 TSI, 포드 몬데오 1.5 에코부스트)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7만~179만p/cm3로 높게 나타났다. 필터를 장착한 직분사 엔진(메르세데스 벤츠 S500)의 배출량은 8769p/cm3로 필터가 달린 차량에 비해 필터가 안 달린 차량은 8~20배 높은 미세먼지 배출량을 보인다.

가솔린차량에서 디젤차량보다 적은 미세먼지가 나온다고 가정해도 가솔린 엔진에는 디젤 엔진과 같은 미립자 필터(DPF)가 없어 최종 미세먼지 배출량이 더 많게 된다. 물론 가솔린 엔진 중 MPI 방식은 미세먼지의 발생량이 상당히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GDI 방식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기아차의 직분사엔진


디젤차에만 규제를 가할 것이 아니라 가솔린 차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도 필요하다. 실제로 휘발유 차에도 디젤차와 같은 필터를 달 수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의 기준으로 50~100유로(약 6만~13만원) 정도면 장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2017년 9월부터 실제 도로 주행 배출가스 측정 때 디젤 엔진에만 적용했던 미세먼지 배출규제를 가솔린 엔진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가솔린 차량들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장착을 장려하면 가솔린 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상당량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형 K3에 적용된 MPI엔진과 변속기


현대기아차도 가솔린 엔진의 배출가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기아차는 신형 K3를 출시하면서 그 동안 써오던 GDI엔진을 버리고 새롭게 개발한 MPI엔진을 사용했다. 분사 시기와 분사 비율을 최적화하는 듀얼 포트 연료분사 시스템(DPFI)이 적용된 엔진으로 연료분사 때 각 기통마다 연료분사 밸브를 설치해 흡기구에서 따로 분사하는 기존 MPI 방식을 개량한 엔진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은 고출력·토크를 통한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것보다는 적은 연료로 최대의 성능을 끌어내는 효율성 강화에 초점을 뒀다” “며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엔진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주최한 ‘미세먼지, 자동차와 환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엄명도 전 국립환경과학원 소장은 “꼭 자동차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연료에너지 전체에 대해 접근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에너지 구조를 보면 30%가 수송에, 70%가 산업 및 가정에 쓰이고 있다. 가정에서도 겨울철 난방과 요리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자동차 검사를 민간에 풀어 놨더니 예전에 휘발유차의 부적합율이 30%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3%밖에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경유차에 장착된 경유차 후처리 장치인 DPF와 SCR이 제대로만 작동하면 미세먼지 배출 정도가 휘발유 차 수준으로 준다. 하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면 성능이 저하되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노후 건설 장비에 대해서도 정확한 파악을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세먼지 문제는 한가지만 콕 집어서 해결 할 수 없다. 단순히 미세먼지의 원인을 디젤차로만 국한하지 말고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노후된 디젤차 뿐만 아니라 노후 건설장비나 직분사 방식의 가솔린 엔진에 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내연기관을 가진 차량들을 줄이고 친환경차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지금 당장 모든 차를 친환경차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 국가, 관리업체 등이 힘을 합쳐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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