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칼럼] '제로백 2.5초+시속 300km' 독일 전기차 신기술 삼킨 중국
[이경섭칼럼] '제로백 2.5초+시속 300km' 독일 전기차 신기술 삼킨 중국
  • 이경섭 에디터
  • 승인 2018.05.25 08:00
  • 조회수 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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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자동차 신기술들이 중국 자본의 뒷받침으로 피어나고 있다.  시노포비아(Sinophobia)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마구잡이식 인수·합병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신조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노포비아는 동시에 신기술을 지원하는 천사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림자는 반드시 빛이 만들어 내는 법, 그림자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 자본이 1960년대에 망해버린 독일 브레맨의 자동차 브랜드 보르그바르트(Borgward)를 부활시켰고 쪼그라 들어버린 스포츠카 굼퍼트 아폴로(Gumpert Apollo)를 되살려낸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기수인 전기자동차개발에도 중국 자본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2018년 베이징 모터쇼에 처음 선 보인 RG 나탈리(Nathalie) 모델이 바로 그 첫 번째 성과. RG는 롤란트 굼퍼트(Roland Gumpert)의 약자다. 롤란트 굼퍼트는 아폴로(Apollo, 2005년), 익스플로전(Explosion: 2014), 애로우(Arrow: 2016) 등 하이퍼 스포츠카를 개발했던 아우디 스포츠카의 개발엔지니어 출신이다.

굼퍼트의 출발은 2005년 선을 보인 아폴로다. 독특한 디자인에 엄청난 출력으로 뉘르부르그링의 기록을 갱신하며 세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2005년도 뉘르부르그링의 초록 지옥을 열광의 도가니로 휘저으며 '빨간 귀신'으로 떠올랐던 1세대 굼퍼트 아폴로.


2016년 제네바모터쇼에 선을 보인 굼퍼트 애로우 모델, 말 그대로 쏜살처럼  달려나가게 생긴 모습의 디자인이다.  


전기 하이퍼 스포츠카 RG 나탈리의 나탈리는 굼퍼트의 18살난 첫째 딸의 이름이다.

보르그바르트의 대표적인 자동차 모델도 여자이름 이사벨라(Isabella)다. 카를 벤츠가 1865년 처음 자동차를 제작해 시장에 내놨을 때 아무도 사지 않아 망하기 직전이었을 때  오스트리아-헝가리출신의 사업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에밀 옐리네크(Emil Jelinek:,1853~1903)가 이 자동차를 처음으로 사고 딸 이름으로 등록했다. 이어 옐리네크가 같은 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벤츠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망할뻔한 벤츠를 살려준 니스의 자동차 판매상 에밀 옐리네크의 4살짜리 딸 이름이 메르세데스(Mercedes)였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오늘날 벤츠 승용차 브랜드이름에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을 넣었을까. 하긴 지금도 벤츠는 대량 구입하는 해외 메가 딜러들에게 마진을 넉넉히 챙겨주는 걸로 유명하다.

굼퍼트도 마찬가지다. 아폴로라는 수퍼카를 개발하고도 회사는 망했지만 중국 자본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으니 새로 개발하는 전기 수퍼 스포츠카 이름에 그의 소중한 딸의 이름을 넣고 싶었을 것이다.  딸 바보가 점점 많아지는 세상, 자동차 이름에 여자이름이 많아지는 이유가 될까?

전기모터 구동 스포츠카 RG 나탈리의 충전시간 3초, 한번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800km를 넘는다. 또한 연료전지의 연료로는 메탄올을 변환해 수소를 얻는 방식을 채택했다.

개발자금은 아우디자동차 판매업으로 성공한 중국 상하이의 자동차 스타트업회사 아이웨이스(Aiways)가 댔다.

RG나탈리는 덴마크의 연료전지를 사용해 롤란트 굼퍼트가 개발했다.




4개의 휠모터를 사용해 전체 출력은 815마력이고 최고속도는 시속 300km,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2.5초다. 연료전지로 덴마크 세레너지(Serenegy) 라는 회사 제품을 사용해 랜지 엑스텐더(Range Extender) 즉 운행거리를 늘렸다.

하지만 실제 내막은 좀 다르다.

충전시간 3초는 메탄올에서 수소를 뽑아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환 시간이고 60L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의 출력은 불과 10kW에 불과하다. 이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면서 정말 살금살금 가야 하는 출력에 불과하다. RG 나탈리는 배터리 전력이 다하면 충전소까지 메탄올을 사용해 저속으로 이동하라는 말이다.

시속 80km 정속주행으로 운행거리 800km라는 이야기인데 실상 도심지 주행은 가다서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정속주행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도 수소충전 인프라가 없는 곳이라면 제법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탈리의 판매가격이 40만 유로(한화 약 5억1000만원)라면 돈 많고 허세깨나 부리는 졸부라면 몰라도 실용성을 생각한다면 생각은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메탄올을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하자는 컨셉트는 20여년전인 1997년에 벤츠가 연료전지 차인 네카(Necar) 3세대에서 시도했던 메탄올 리포머방식이라는 낡은 방식이다.

메탄올 연료전지는 벤츠가 이미 20년전부터 개발해오고 있다. 그동안 벤츠의 메탄올 연료전지에 대한 노하우는 얼마나 더 축적되었을까.  
메탄올 연료전지는 벤츠가 이미 20년전부터 개발해오고 있다. 그동안 벤츠의 메탄올 연료전지에 대한 노하우는 얼마나 더 축적되었을까.  

메탄올 리포머방식의 연료전지는 기존 휘발유 인프라인 현 주유소에서도 가능해 수소충전 인프라에 구속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메탄올은 석유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출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고 메탄올 리폼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탄화수소가 발생한다는 한계도 있다. 결국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앞으로 메탄올 연료전지의 기술개발의 가능성과 여지는 충분하다.이미 일본 닛산자동차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에탄올 연료전지 개발을 진행중이다. 조만간 메탄올이든 에탄올이든 알코올로 가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나올 기세다.

고량주 판 종잣돈으로 왕서방이 먼저 알코올 연료전지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상하이의 아이웨이스는 앞으로 RG 나탈리의 6종류 가지치기 모델개발에 15억 유로(약 1조 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아이웨이스가 RG 나탈리의 개발에 투자한 것은 아이웨이스의 첫 SUV모델인 U5 Ion의 홍보가 주 목적이다. 그러니까 중국 아이웨이스는 RG 나탈리를 판매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는 RG 나탈리가 '쇼카'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평가이긴 하다.

상하이 스타트업회사 아이웨이스가 내놓은 U5 Ion 크로스오버모델. 독일 엔지니어 롤란드 굼퍼트가 개발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국제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한 중국 업체와 아이디어를 기술로 실현시킬 자본이 아쉬운 독일 업체의 잇속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겉으로는 시노포비아니 뭐니 하며 난리쳐도 일단 만나 커튼 치고 협의하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어떤 밀약도 서슴치 않는 시대다. 단순한 언론들의 다양한 현상 보도는 전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이경섭 특파원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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