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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의 이미지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랬다. 보기에도 길고 큰 차체뿐 아니라 기사를 둔 뒷자리에 앉아 출렁거릴 정도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조용히 달린다. 그 안에 살포시 앉아 살짝 윈도를 내리고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로움으로 타는 차였다. 독일 고급차인 BMW·아우디처럼 ‘쌩’ 하고 달리는 차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대는 변했다. 소비자가 캐딜락의 지루하고 큰 차체에 싫증을 낸 것이다. 여기에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이미지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였다. 캐딜락은 2000년대 중반 변신을 결심한다. 누가 봐도 날렵하고 단단한 차, 그리고 품위를 잃지 않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던진 것이다. 그 결정판이 중형 세단 캐딜락 CTS다.
GM코리아는 지난 6월, 4년 만에 풀체인지한 3세대 모델 ‘올 뉴 CTS’를 내놨다. 이 차는 멋진 다운사이징으로 변신했다. 배기량은 1998㏄로 이전 모델(3000㏄)보다 작아졌지만, 힘은 276마력(5500rpm)으로 종전(277마력)과 거의 비슷했다. 동급 모델인 BMW 528i(245마력)나 벤츠 E200(184마력), 아우디 A62.0(220마력)보다 최고출력이 30%가량 더 높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은 줄이지 않는다운사이징의 정수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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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존 2세대 컴팩트한 콘셉트에서 탈피, 몸집을 무척 키웠다. 차체 길이(전장)는 기존 모델보다 120㎜ 길어졌고 높이는 25㎜ 낮아졌다. 대신 무게는 130㎏ 이상 가벼워졌다. 스타일과 성능 측면에서 대폭적인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우선 크기로 보면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크다. 당당히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와 맞대결을 펼칠 모양새다.
실내 디자인은 비행기 조종석 느낌이 난다. 세련되고 날카로운 외관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인테리어는 부분 부분에 카본으로 옷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해 준다. 수제작 스티치로 마무리한 가죽 시트까지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적어도 고급스러움을 독일 고급차와 비교하면 캐딜락에 점수를 더 줄 수 있다. 특히 핸들(스티어링휠)의 디자인 이나 굵기, 손에 잡히는 감촉이 쏙 마음에 든다. 계기반은 사용 용도에 맞게 변형하는 액정 전자식 계기반이다. 한글 3D 내비게이션까지 모든 내용이 한글로 지원된다.
최근 디젤 차량이 인기인 이유는 가솔린보다 30∼50% 좋은 연비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솔린 차는 매력이 없을까. 우선 디젤에 비해 정숙하고 진동이 적다. 엑셀을 쭉 밟아 시속 100㎞ 이상까지 쭉 가속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디젤 엔진이 3, 4년 지나면 진동이 생기거나 배기 필터 고장이 생기는 데 비해 가솔린은 그런 걱정이 없다. 1년이 1만㎞ 정도 주행하는 자가용 운전자라면 가솔린 차를 탄다고 해봐야 연료비 부담이 150만 원 내외다.
이런 점에서 올 뉴 CTS는 매력적이다. 버튼 시동 키를 누르고 시동을 걸었다. 디젤과 달리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조용함이 인상적이다. 어떤 소리도, 어떤 진동도 느껴지지 않 는다. 엔진은 2.0L 트윈터보다. 최고 276마력(5500rpm)에 40.7㎏.m(3000~4000rpm)라는 어마어마한 토크를 낸다. 동급 최고출력이다. 공인 연비는 L당 복합 10㎞(도심 8.5, 고속도로 12.5)다.
전체적인 주행성능은 단단하고 민첩하다. 가속 페달에 살짝 발을 얹었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깨가 시트에 묻힐 정도의 가속력을 보이며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시속 150㎞ 이상 고속으로 달려봤다. 고속주행에서는 살짝 단단해지는 서스펜션 컨트롤 기술이 느껴진다. 미국 고급차의 장점이다. 잘 정제된 6단 변속기는 가속 초반에 발생하는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작은 진동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편안하게 느낄 요소다.
잘 달린 만큼 잘 서야 한다. 이태리제브 렘보 브레이크 시스템과 디스크는 경쟁 차량 대비 최상의 제동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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