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슈]중국산 람보르기니 '중타이'도 등장한 짝퉁차 천국
[중국이슈]중국산 람보르기니 '중타이'도 등장한 짝퉁차 천국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6.02 08:00
  • 조회수 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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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자동차 회사들은  디자인 면에서 나름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참신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를 만들 때는 공기 역학적 특징을 살려 저항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차의 전체적인 틀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또 신차의 충돌 테스트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어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많은 제약이 가할 수 밖에 없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렉서스LS 500h


디자인의 참신성을 살리려면 우선 과감해야 한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브랜드가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다. 렉서스는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참신함을 추구하는 일부 소비자의 관심을 샀지만, 반대로 너무 튄다며 싫어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소비자도 새로운 디자인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구현한 대가로 잠재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적자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있다.

람보르기니의 우루스 콘셉트


중타이자동차의 콘셉트S


이처럼 참신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나 최근 중국 토종 브랜드의 행보를 보면 닮은 꼴 디자인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차를 그대로 배낀 중국 짝퉁차가 심심찮게 해외 토픽란을 장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로컬 브랜드 중타이자동차(众泰)의 경우 포르쉐, 아우디, 폴크스바겐, 현대차, 테슬라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카피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중타이는 람보르기니의 우루스를 빼닮은 '콘셉트 S'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인생에서 람보르기니를 한번 몰아보고 싶다면, 중타이를 몰아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유사한 디자인의 차량이 부지기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토종 브랜드 역시 기회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차의 디자인은 왜 성장할 수 없는 것일까?


◇걸음마 수준의 자동차 디자인 교육  

과거 중국의 산업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이 때문에 대학과 고교에 자동차 관련 강의가 개설된 지 몇 년 않는다. 특히 자동차 디자인 관련 교육 과정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중국인이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려면  해외 유학 코스를 밟는 것이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일반 가정에서 자동차 디자인 공부를 하러 유학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낮은 자동차 디자이너의 위상

대다수 자동차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가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며 엔지니어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디자인을 확정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중국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중국 토종 업체에서 자동차 디자인은 디자이너 단독의 영역이 아니다.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경영자의 입김에 휘둘리기 일쑤다. 한 토종 브랜드 디자이너는 "결국 최종적인 디자인은 최고경영자(CEO)가 선호하는 방식대로 정해지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중국의 CEO들는 디자인 혁신보다 기존 고급 브랜드에 대한 카피를 선호할까. 그것은 바로 모방을 범죄가 아니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인식,즉 산자이(山寨) 문화 때문이다. 산자이는 원래 '산적들이 점령한 소굴'을 뜻하지만 현재는 중국의 짝퉁 문화를 지칭한다. 


◇관련 법규의 미비

중국 토종 브랜드의 표절 논란은 오래전부터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이를 처벌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다.

(좌) 랜드로버의 이보크 (우) 랜드윈드의 X7


지난 2006년 영국 랜드로버는 유럽연합(EU)에 루펑자동차(陸風)에 대해 상표권 이의신청 냈다. 루펑자동차가 자사 영문명을 '랜드윈드'로 지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랜드로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루펑자동차가 상소한 끝에 결국 2011년 랜드윈드 상표권을 EU에 정식 등록하게 됐다. 이름뿐 아니라, 루펑자동차의 X7의 디자인은 랜드로버 이보크와 대략 95% 일치한다. 이에 지난 2015년, 랜드로버는 베이징법원에 루펑을 상대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루펑의 손을 들어줬다.

혼다의 CR-V


솽환자동차의 SRV


혼다 역시 2004년 솽환자동차(雙環)의 'SRV' 차량이 자사 CR-V와 유사하다며 베이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솽환자동차가 맞고소하면서 결국 2016년 패소한 사례가 있었다. 오히려 혼다가 솽환자동차에 1600만 위안(한화 약 26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국 토종 업체들이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땅한 관련 법규가 없는 한 표절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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