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이사진,IT•통신 전문가 중용해 혁신..현대차는 그대로
GM 이사진,IT•통신 전문가 중용해 혁신..현대차는 그대로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6.09 08:00
  • 조회수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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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가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며 승승장구했던 현대자동차가 2년 전부터 중국 및 미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대차보다 한 참 아래였던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2015년 이후 디자인과 품질 수준이 급격히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가 됐다. 미국에서는 세단을 선호하던 기조에서 SUV로 트렌드가 변화했지만 현대차는 제때 적절한 모델을 내 놓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으니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 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너도나도 먼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17년 현대자동차의 내수 판매량은 68만 8939대다.  381만 5886대가 팔린 해외 판매량의 5분의 1수준도 안 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가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자동차 판매량 세계 5위의 위상을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다.

GM 디트로이트 본사


GM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


세계 자동차 회사 중 2017년 판매량 4위를 차지한 GM은 한 때 ‘GM의 이익은 미국의 이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도움을 받은 포드와 달리 자신의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호주법인 홀덴을 철수하고, 오펠과 영국법인 복스홀까지 처분하며 뼈를 깎는 기업 개편을 겪었다.

하지만 가솔린 대배기량 엔진을 주로 생산하던 GM은 2000년대 초부터 탄소배출량에 관한 환경규제에 적절하지 못한 대응과 미래 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이 뒤쳐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GM이 2016년 세계 3위에서 4위로 한발 밀려난 데는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가 미쯔비시를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가 커진 이유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가 소홀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한국GM 또한 GM본사의 수익성 위주 조직 개편에 따라 만년 적자인 군산공장에서 철수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과 노사 협상으로 경영 정상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기를 겪은 GM,  위기가 시작된 현대차. 두 글로벌 기업은 각자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 전략을 짜고 있다. 현대차는 SUV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과 미국 시장을 위해 새로운 SUV라인업을 추가하고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라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FCEV(수소전기차량)에 대한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GM 또한 향후 5년간 20개의 새로운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GM과 현대차의 이사진(보드 멤버_)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현격한 차이가 난다.

GM의 이사진 구성은 총 11명이다. GM의 최고경영자인 메리 바라(Mary T. Barra)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GM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다. 그 외 10명의 이사진은 합참의장 출신부터 통신장비, 제약회사, 미디어그룹, 정유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이력은 유독 자동차 업종 출신이 아닌 IT나 통신 관련 업종의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형 통신장비 제조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 캐나다 사장 출신 캐롤 스티븐슨(Carol M. Stephenson), 미국 다국적 기업 정보 기술 회사 휴렛-팩커트 회장 출신 팻 루소(Patricia F. Russo), 록히트 마틴의 정보 시스템&글로벌 솔루션 담당 부사장 출신 린다 구든(Linda R. Gooden) 등 쟁쟁한 정보 통신·IT관련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다.

반면  현대차는 사내 이사 4명과 사외 이사 5명 등 총 9명의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현대차 본사


현대차 정몽구 회장


현대차의 사내 이사는 현대차 회장 정몽구를 비롯해 그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대자동차 기획·영업·마케팅·재경 담당한 이원희 사장, 현대차 울산공장장 출신으로 그룹 내 생산 전문가로 불리는 하언태 사장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과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기업 외부의 비상근이사를 뜻하는 사외 이사진의 구성은 경제학 전공 3명과 행정학 전공 1명, 법학 전공 1명이다. 점점 IT화하는 자동차의 연구개발이나 미래 트렌드와 관련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없는 셈이다.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한국마케팅학회 회장, 고문변호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등 사외이사들의 경력 사항을 보면 회사의 가장 주된 수입원인 자동차 연구개발과 관련된 구성원들이 아닌 회사의 경영 문제나 법률적인 문제, 회사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GM과 현대차의 구성을 보면 구성원들의 전문 분야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현대차의 이사진들은 회사의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용으로 보여지고, GM의 구성원들은 미래차 개발 방향에  자문을 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금융위기 이후 2011년 부활에 성공한 GM은 미국과 중국에서 고배기량 가솔린 픽업트럭과 SUV로 이익을 냈다. 하지만 앞으로 GM은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친환경 차량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도 멀지 않은 장래에 대중에게 보급될 전망이다. 기술적으로 이미 많은 발전을 거듭해 안정적인 통신망과 법·제도만 완비 되면 거리에서 스스로 돌아다니는 자율주행차들을 곧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GM 크루즈 AV(Cruise AV) 자율주행차량


경쟁이 가속화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통신과 IT기술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기술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주도했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IT 업체에서 더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도 처음엔 인터넷 결제회사인 페이팔부터 시작해 현재는 전기차를 개발하고 가장 앞선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회사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IT나 통신 분야 출신의 GM 이사 구성원들은 진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GM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현대차는 2025년까지 38가지가 넘는 친환경차 모델을 출시해 친환경차 부문 판매량 세계 2위에 오를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은 “자율주행을 비롯해 미래 핵심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포부와 달리 현대차는 미래 신기술 개발에서 한 걸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도요타,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이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  BMW 등은 인텔과 제휴를 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직 자동차 회사 임원 출신으로 자동차 컨설팅 전문가 H씨는 “현대·기아차의 주요 경영진은 800만대 생산 이전 시절과 비교해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양적성장을 주도해 온 인물들이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다양한 외부 변수에 신속히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이사진의 구성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방어적이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기술 경쟁을 통한 매출액 증대보다 국내 하청업체의 관리를 통해 손쉽게 영업 이익을 높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GM 이사진 구성은 GM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대외적으로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한다고 홍보하지만 과연 이런 이사진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효과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현대차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보수적인 기업경영 방식을  버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들을 중용하고 고리타분한 경영방식을 탈피해 글로벌 기업으로써 역량을 갖춘 현대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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