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자동차 '3대천왕'으로 불리는 지리자동차, 창청자동차, 창안자동차 및 최근 중국 자동차 브랜드 가치 1위를 달성한 상하이자동차는 모두 월 판매량 5만 대를 가뿐히 넘겼다. 특히 1위인 지리자동차의 활약이 눈부시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12만 3068대를 기록했다. 2위인 창청자동차를 2배가 넘는 수치로 따돌렸다. 지리자동차의 올 1~5월 누적 판매량은 63만 8181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 순위는 4위다.
전문가들은 지리자동차의 이러한 성공 요인을 예리한 통찰력에서 찾는다. 지리자동차는 SUV의 인기 상승에 휘말리지 않고 세단 시장과 판매를 병행하는 다차종 전략을 선보였다. 또한 1~2종의 베스트셀러를 보유하는 것도 어려운 현 시장에서 위엔징(遠景), 디하오(帝豪), 보루이(博瑞), 보위에(博越)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로 판매를 다양화했다. 이 외에도 기술 및 전략을 끊임없이 개선해내는 지리자동차는 볼보 인수에 이어 다임러의 1대 주주 등극,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와의 협약, 그리고 지난해 링크(Lynk) 및 폴스타(Polestar)라는 고급 브랜드를 창시하며 대내외적으로 입지를 튼튼히 다지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로 불리는 리수푸(李书福) 지리자동차 회장은 볼보 인수 후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회사는 2~3개 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지리는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위 창청자동차는 5월 판매량 594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순위는 9위로 아슬아슬하게 10위 권에 안착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1위인 지리자동차와의 격차가 커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리자동차와의 5월 판매량 차이는 2배가 넘지만, 3,4위와의 격차는 아슬아슬하다. 창청자동차는 지리차와 달리 지난 몇 년 동안 인기가 급증한 SUV에 치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SUV 시장의 증가세가 처지면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 불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UV에 몰빵한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4위는 각각 상하이승용차와 창안자동차가 차지했다. 두 브랜드의 판매량 차이는 고작 146대다. 2,3,4위의 판매량이 모두 6만 대에 육박한다.
반면 10위권 안팎의 로컬 브랜드의 판매량은 1만 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베이징자동차가 판매량 1만 4622대로 11위, 장화이자동차가 1만 3765대로 12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하위권 로컬 브랜드는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구조가 얼추 갖춰진 상황에서 부진한 기업이 도약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수입 관세가 낮아진 현 상황에서 로컬 브랜드 간의 '약육강식'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중국 재정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자동차의 수입 관세를 기존 25%(일부 20%)에서 15%로, 자동차 부품 관세를 기존 25~8%에서 6%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은 수입 차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많은 현지 전문가들은 수입 관세 인하로 인해 로컬 브랜드에 충격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국 유명 자동차 평론가 위안링란(员凌然)은 이번 정책이 중국 토종 중하위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아예 짓눌러 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정책이 선두를 달리는 로컬 브랜드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완성차 및 부품 관세 하락과 함께 수입차 가격 역시 내려갈 것이고, 이에 따라 시장 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대형 업체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기술력 및 창의력이 풍부한 선두 브랜드에게 이러한 경쟁은 자극이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제품 경쟁력을 높여 줄 호재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현재까지 성장이 미비한 하위권 브랜드는 개발 능력이 부족해 해외 제휴선인 합작 브랜드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브랜드의 핵심 기술 발전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수입 관세 인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의미한다. 모든 중국 로컬 브랜드가 기존 정부의 보호에서 벗어나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외부의 경쟁 유입으로 인해 내부는 더 치열한 경쟁을 겪게 될 것이고, 큰 파도가 모래를 밀어내듯 로컬 브랜드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지현 에디터 carguy@carguy.kr
저작권자 © 카가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