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브랜드 파워만 갖추면 완벽한 기아 2세대 K9
[시승기]브랜드 파워만 갖추면 완벽한 기아 2세대 K9
  • 카가이 인턴
  • 승인 2018.07.14 13:00
  • 조회수 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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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K9의 시작은 2012년이다. 5m가 넘는 긴 차체, 3m를 넘어선 휠베이스를 가진 1세대 K9은 현대의 기함 에쿠스와 맞먹는 기아차의 플래그십 이었다. 출시 당시에는 현대 에쿠스와 판매 간섭을 피하고자 5.0리터 엔진을 제외하고 3.8리터 모델을 최상위 모델로 내놨다. 결과는 참담했다. 2012년 출시 첫 해 7504대를 정점으로 2103년 5071대, 2014년 4359대로 판매량이 점점 감소했다. 2015년 말 에쿠스와 같은 5.0리터 엔진을 적용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소비자에게 어필 하지 못했다. 항상 에쿠스 보다 한 단계 아래급 차로 여겨지면서 경쟁 상대로 제네시스 G80으로 내려 앉았다. 2015년 4152대, 2016년 2454대, 2017년 1607대 판매되며 끝없이 추락했다.

2세대 K9은 1세대와 다른 행보를 보여주려는 것일까? 출시부터 5.0리터, 3.3리터 터보, 3.8리터 엔진이 들어갔다. 사실상 K9은 제네시스 EQ900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1세대 K9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자식 변속레버,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등 당시에는 첨단 기술로 불렸던 장비를 채용했었다. 2세대 K9도 다양한 편의, 첨단 안전 장비가 장착됐다. 기본 모델을 선택해도 첨단 안전 장비가 포함된 ‘드라이브 와이즈’를 누릴 수 있다.



우선 새로워진 K9은 디자인에서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아졌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훨씬 스포티해지고 중후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출시 초기 ‘벤틀리 뮬산 뒷모습을 닮았다’, ‘그릴 디자인이 카니발 같다’ 등의 평가가 많았다. 디자인은 개인 편차가 커 실물을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한다.

신차는 맨 처음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차를 만나는 일은 소개팅에 나서기 전 상대방을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 그대로다. 자신이 상상하는 이미지와 다르면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외려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마주해 느낀 K9의 디자인은 ‘호(好)’에 가깝다. K9은 기대보다 고급스럽고 품격이 넘친다.

타이거 노즈로 명명된 기아차 특유의 호랑이코 그릴은 좌우 그리고 상하로 넓어졌다. 기하학적 패턴이 촘촘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K9을 당당해 보이게 한다. 듀플랙스 LED 헤드램프는 두 줄의 뚜렷한 주간 주행등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영국 명차 벤틀리를 닮았다며 논란이 된 크롬으로 띠를 두룬 리어 램프 디자인은 단정한 모습이다. 무광 크롬으로 둘러진 리어램프는 고급차라의 분위기를 더해 준다. 곳곳에 들어간 크롬 장식은 고급차에서 많이 쓰는 표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크롬장식은 사이드미러 하단, 범퍼, 측면 적재적소에 자리 잡았다.



전장이 5120mm에 달하는 큰 차체와 1세대보다 60mm 길어진 3105mm의 휠베이스는 넉넉하다 못해 광활할 정도다. 긴 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앞·뒤 오버행은 기함이지만 스포티한 감성이 느껴지는 요소다. “롱 노즈 숏 데크 차체 비례로 뒷바퀴굴림 고급 세단의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기아 K9 상품 담당자가 설명한 내용이다. 고급차답게 뒷자리 승객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C필러를 두텁게 했지만 개방감도 놓치지 않았다. 스포티함과 중후함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을 이뤄 전체적으로 젊은 느낌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형 세단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요즘 트렌드인 12.3인치의 플로팅 모니터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스웨이드와 천연가죽, 우드가 적절하게 조화된 실내는 수평적 기조를 취하고 있다. 화질이 좋은 모니터는 터치감도 훌륭하다. 사용하기 편리하게 배치된 물리 버튼류도 정갈하게 정리됐다. 국산차답게 친절한 네비게이션 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 일정까지 알려주는 인터페이스는 나무랄 곳이 없다. 차량 정중앙에 위치한 시계 모리스 라크로와(Maurice Lacroix)는 스위스제다.





4개의 스포크로 이뤄진 스티어링 휠은 우드로 장식됐다. 여러가지 소재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면 조잡해 보일 법도 하지만 관계정리를 잘했다. 디지털 계기반은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주행 모드에 따라 변화하고 시인성도 좋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새로운 기술을 맛 볼 수 있다. 후측방 모니터(BVM)는 계기반에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영상을 보여준다. 사각지대를 줄여 안전운전을 돕는다.

편안한 시트는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물렁하지도 않아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하지 않다. 뒷좌석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신세계가 나타난다. 편안함은 뒷자리에서도 이어진다. 쇼퍼드리븐을 염두에 둬 뒷자리는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다. 17개의 스피커가 달린 렉시콘 오디오는 수준급이다. 작은 볼륨에서도 명확하게 들리는 베이스 소리와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고음은 나만의 작은 음악 감상실을 완성한다. 노래를 틀고 뒷좌석에 앉으면 편안한 휴식공간이 완성된다. 통풍시트와 사이드 커튼, 전동식 후면 커튼도 있다. 뒷좌석 모니터는 용도가 명확하지 않지만 장거리 이동 시 지루함을 덜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쓸모가 없을 듯하다. 탈거하고 공간을 넓게 쓰는 것도 방법이다.





3.3리터 터보 엔진은잠자는 맹수를 깨우듯 스르르 시동이 걸린다. 아이들링 시 엔진 회전수는 600rpm에 불과하다. 외부에서는 소음이 있는 편이지만 차음이 잘 돼 실내는 조용하다. 고속주행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100km/h를 넘는 속도에서도 별다른 잡소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 기본적인 주행성능은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요철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 사정에 맞게 하체는 수준급이다. 높은 속도에서도 유연하게 넘는다. 앞·뒤, 좌·우의 불필요한 진동이 잘 억제됐다. 코너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주는 서스펜션은 칼로 자른 듯한 날렵함보다 진중하게 돌아나간다. 차급에 어울리는 주행감각이다.

나긋나긋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차를 타면 운전자의 마음도 느긋해진다. 하지만 고급차를 타는 소비자도 일정에 쫓기는 급한 일은 있을 터. 가속 페달을 꾸욱 밟으면 미약한 엔진음이 실내에 퍼지며 튀어나간다. 2톤을 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가속감은 스포츠카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3342cc의 V6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kg.m을 발휘한다. 앞 뒤 사이즈가 다른 타이어는 노면을 놓치지 않는다. AWD는 평상시에는 50:50을 유지하다가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 배분을 달리한다.



1700rpm이하에서 거의 모든 변속이 끝난다. 고속 영역으로 가도 꾸준한 정숙성을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100km/h에서 1500rpm정도의 낮은 엔진 회전 수를 유지한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스팅어, G70에 비해 소음은 많이 억제됐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이 활성화 된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나긋하다.

차로유지보조(LFA), 전방·후측방·후방교차 충돌방지보조(FCA, BCA-R, RCCA), 안전하차보조(SEA), 네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등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돼 막히는 도로에서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확 줄여준다. 차선 가운데를 잘 유지하고 코너를 만나면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네비게이션과 연동 돼 터널을 만나면 창문을 자동으로 닫고 내기 순환 모드로 전환된다.



2세대 K9은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든 ‘엄친아’다.  확실한 자기만의 색을 가졌다. ‘젊은 기함’이다. 1세대 K9의 실패 요인은 브랜드 파워 역부족이라고 유추가 가능하다. 기아차는 스팅어와 모하비를 출시 할 때 기아 로고 대신 별도의 자체 로고를 사용했다. 2세대 K9도 출시 전에 별도의 프리미엄 로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차는 안전하고 잘 굴러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 할 수 있다. 운전자가 가장 많이 보는 곳은 핸들이다. 그 로고에서 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는 상당 부분 크게 작용한다. 특히 플래그십 비싼 모델을 타는 자부심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F세그먼트 소비자는 더욱 중요하게 느낄 것이다.

출시 이후 3달 연속 1000대 이상 판매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K9! 잘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시승차 가격은 3.3 T-GDI 엔진이 장착된 '그랜드 마스터즈'로 가격은 8230만원이다. 기본형 모델인 3.8 GDI는 5490만~7750만원, 가장 높은 등급인 5.0 퀀텀은 9330만원이다.


한줄평

장점 : 발군의 NVH와 탄탄한 성능과 승차감, 귀를 즐겁게 하는 오디오

단점 : 아직은 부족한 브랜드 파워


기아 2세대 K9 3.3 T-GDI
전장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축거 3105mm
엔진 V6 람다 II 3.3L T-GDI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최대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
가격 6650~8230만원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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