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디젤 화재로 본 리콜 허실..소비자 없는 면죄부?
BMW 디젤 화재로 본 리콜 허실..소비자 없는 면죄부?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8.08.30 08:00
  • 조회수 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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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디젤 차량의 잇단 화재로 지난 20일부터 ‘자발적 리콜’에 돌입했다. 리콜 대상 차량 약10만6000대에 달한다. BMW측은 화재 원인을 EGR(배기재순환장치) 쿨러의 냉각수 누수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콜 대상 차량들은 EGR쿨러와 밸브를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파이프 클리닝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리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리콜은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된 뒤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후적 조치이다. 문제는 BMW 화재 원인이 BMW의 주장일뿐, 전문가와 여론 집단에서는 원인 규명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에서다.

자동차 리콜은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을 때 이뤄진다. 이번 BMW 리콜은 ‘자발적 리콜’이다. 이와 반대되는 의미로 ‘강제적 리콜’이 있다. 강제적 리콜은 개별법에 따라 정부가 내리는 강제명령 조치다. 강제적 리콜과 달리 자발적 리콜은 제조사가 결함 사실을 인정하고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리콜제도는 제작사 의존도가 높다. 차량 결함을 국가기관에서 밝혀내야 강제적인 제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수입차량의 경우 국내에 생산 설비가 없어 결함을 밝혀내는 것이 어렵다. 국가가 결함을 밝혀내지 못하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제작사에 자발적 리콜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BMW 리콜이 국가의 의한 강제 조치가 아닌 자발적으로 이뤄진 이유다.

사과문을 읽고 있는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

BMW의 리콜 실시 안내문에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 모듈 이상으로 일부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협의하여 특정 모델에 국한하지 않고 대대적인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습니다"고 나와있다.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BMW는 언뜻 보면 사건 해결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기상으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BMW는 정부의 결함 조사 지시가 있은 후 자발적 리콜 결정을 발표했다. 10대 이상의 차량이 불타고 나서야 리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BMW는 리콜 발표 전까지 국가기관의 자료 요구를 거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520d 모델에서 화재가 집중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자료를 6월 25일, 7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BMW측에 요구 했으나 본사와 화재 원인을 규명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국토부에 보고했다. 국토부는 7월 16일 BMW측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다. BMW는 7월 20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다. 결국 5일 지나서야 BMW측은 보완된 계획서를 제출했고 26일이 돼서야 뒤늦게 리콜 결정을 내렸다. BMW가 화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꽤 오래전에 알고 있었지만 시간 끌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부분이다.

리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행 리콜 제도는 제조사 중심이다.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비해 보상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기업은 리콜을 실시하면 소비자가 입은 피해는 상관 없는 듯 보인다. 사실상 리콜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제조사에게 리콜은 면죄부나 다름없다.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기업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듯 보인다. 리콜을 몇 대를 실시했고 몇 대가 남았다는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BMW가 정부 조사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은 최근 BMW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리콜 이외에 소비자 배상을 위한 별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이미 도입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 실손해 배상 외에 추가적인 손해 배상을 하는 제도다. 위와 같은 제도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상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 당시 국내 소비자들은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시행중인 미국에서는 17조원이 넘는 배상금이 지급됐다. 이에 따라 1인당 최대 1만달러(한화 약 1120만원)의 보상이 이뤄졌다. 한국과 미국 소비자가 받는 보상의 차이가 상당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가 기관의 차량 결함 조사 역량 역시 끌어 올려야 한다. 우선 국토부는 성능시험대행자가 결함으로 의심되는 사고 현장에서 사고 차량을 직접 조사하고 사고 차량을 확보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조사인력 또한 현재 13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5명으로 늘린다. 또한 이번 BMW 리콜처럼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처벌 규정과 결함을 은폐 또는 축소 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자동차 리콜 제도는 소비자 보다는 자동차 기업을 위한 제도에 치우친 부분이 크다. 제조사의 늑장 리콜, 과징금, 소비자 피해 보상 등 많은 부분이 부실했다. 앞으로는 제조사가 결함을 은폐하거나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와 더불어 피해 소비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BMW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내 리콜 제도가 소비자 입장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정부 당국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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