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판매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핑계로 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분기 기저 효과와 신차 엔시노(한국명 코나) 효과로 잠깐 반짝했다가 5월부터 판매가 턱 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악에서 두 번째 실적을 기록했다. 무리한 원가절감에 따른 품질불량과 전략 실패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자동차 전문 사이트 소후자동차(搜狐汽车)에 따르면 7월 총 판매량은 3만18대로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쳤던 2008년 12월 2만7800만대 이후 최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드 영향이 있던 같은 기간 5만15대에 비해서도 40%가 준 셈이다. 더구나 전달인 6월(8만7100대)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심지어 사드 보복이 있었던 2017년 어느 달 보다도 낮은 판매량이다.
심가한 것은 베이징현대 라인업 가운데 어떤 차량도 전월 대비 판매가 증가한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상반기 전체 판매량 중에 21위였던 베이징현대의 소형차 '링동(구형 아반떼, 중국 현지 모델) 역시 6월에는 2만100만대에서 1만1800대로 감소하였다. 다른 모델은 더 심하다. Ix35는 1만1100만대에서 2800대로 감소했다. 4월 출시한 대작인 신차 엔씨노는 지난달 145대에서 65대로 감소하였다. 사실상 판매가 중단된 셈이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언제쯤 베이징현대는 부진에서 일어 날 수 있을까.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치처토우티아오(汽车头条)는 베이징현대의 판매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사드 파문으로 베이징현대가 시장을 상실했고 이를 중국 토종 브랜드와 다른 해외 브랜드가 차지했는데 아직까지 베이징현대가 이를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한령으로 중국 내 입지가 좁아진 베이징현대의 점유율을 일본과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가 차지했다는 뼈아픈 분석이다. 그리고 이들 차량을 구입한 고객들이 '베이징현대 보다 품질이나 가성비에서 만족하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중국 여러 소비자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충격적이다. 요약하면 "베이징현대 차를 살 바에야 성능이나 품질이 더 좋은 일본 브랜드나 가성비가 좋은 중국 토종차를 산다"는 점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통계가 7월 TOP 10 판매모델이다. 10위 안에는 닛산, 토요타, 혼다 브랜드는 모두 존재한다. 또 중국 토종 브랜드도 전년 대비 2.3% 판매가 증가하면서 전체 승용차 판매의 43%를 점유했다.
두번째 원인은 베이징현대 상품성에 대한 매력 감소다.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중국 소비자는 그동안 베이징현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디자인과 가성비를 꼽았다. 2012년 이후 중국 주요 토종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를 디자인 총괄로 임명했다. 현대기아차가 2005년 폴크스바겐 수석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로 스카우트해 재미를 본 것은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출시된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신차 디자인은 현대차 및 여타 외국 기업의 차량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중국 토종 업체가 전진하는 동안 현대차는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뒤쳐졌다는 것이다.
세번째 원인은 베이징현대 신차 품질에 대한 불신이 확대한다는 점이다.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는데, 품질 관련 소비자 불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중국 품질불만 신고 사이트 처지왕(车质网)에 따르면 2018년 7월 베이징현대 불만 신고 건수는 39건에 달했다. 지난해 7월 16건에 비하면 2배 이상의 품질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급증하는 추세다. 오디오 시스템 고장, 엔진의 오작동, 원격 조정시스템의 기술적 결함, 헤드 라이트의 결함 등의 문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가 자꾸 불거져 나오는데 베이징현대의 대응 방식은 오로지 "품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변명으로 들리는 입장만을 내놓는다. 현대차를 산 중국 고객이 불만이 쌓이면서 추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데 있다.
마지막 원인은 정부 정책의 변화다.
정부의 차량 구매 정책이 바뀌면서 정부는 공공기관 및 관련 차량을 중국 토종 브랜드 차량으로 구매하려고 한다. 현재 베이징시 대부분의 택시는 베이징현대의 구형 아반떼 모델을 채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택시 시장이 중국 토종 브랜드로 바뀌면서 베이징현대가 설 자리가 또 하나 없어진 것이다.
김성민 에디터carguy@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