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는 요즘 자사 차량의 화재로 초비상이다. 이미 디젤 모델 EGR밸브 문제로 리콜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리콜과 관련 없는 BMW 차량 화재가 발생했지만 관련 화재 기사가 포털 메인에 연일 올라간다. 지난 8월 30일 서울경찰청은 BMW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이유는 추가 자료 확보 및 증거 보존, 압수수색 당일에도 BMW차량은 불탔다. 화재가 난 2대 모두 가솔린 모델(320i, 750Li)로 리콜 대상이 아니었다. 가솔린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BMW에 대한 비판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화재 원인은 차량 내부적인 결함이 아니라 빗물 유입으로 인한 스타트 모터의 과열, 외부 공업사의 수리 등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는 억울했던지 화재 원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나섰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320i 화재 원인은 공기흡입구에 빗물 유입이다. 폭우 속 주행으로 공기흡입구로 들어간 물이 엔진에 유입돼 침수됐다는 것이 BMW 측의 설명이다. 실린더에 유입된 물로 인해 엔진이 회전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동을 걸기 위한 시도로 스타트 모터가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750Li은 2010년 출고 후 소유 이력이 8번 바뀌고 보험수리이력 6회, 7000만원 가량의 사고 이력이 있는 차량이다. BMW 측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관리되지 않은 차량으로 현재도 외부 공업사에 맡겨져 있어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MW 화재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불에 타는 차량은 네티즌을 자극한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BMW 화재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다는 내용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화재 건수가 BMW보다 훨씬 많은데 그에 대한 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차량 화재에 관한 단순 통계자료만 존재한다. 화재의 원인을 제작사별, 주행거리별, 차종별, 연간주행거리별 등 세부적으로 정리한 종합적인 통계가 부재한 상태다. 그나마 찾아 볼 수 있는 자료는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 해 상반기 발생한 차량 화재건수는 총 2502건이다. 이 중 승용차는 1128건, 상용차는 1374건이다. 결과적으로 노후 차량이 많은 상용차 화재가 훨씬 많았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한 제조사는 어디일까? 네티즌들의 의견대로 현대자동차가 이번 상반기에 1163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기아자동차에서 42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현대기아차 전체로 보면 1592건으로 전체 화재 건수의 절반을 넘어선다. 국내 신차 판매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현대기아차의 화재 건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BMW 화재는 58건이다. BMW는 수입차 누적 판매 1위다. 수치로만 비교하면 현대기아차 발생 화재건수가 BMW보다 약 27배 많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달 국산차 판매량의 80%를 차지 할 만큼 내수 점유율이 독보적인 회사다. 단순 화재 건수를 비교하면 판매량이 많은 제조사가 불리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별 등록차량 대비 화재건수로 다시 계산해봤다.
화재 건수에서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1만대당 화재로 계산하면 각각 3위와 7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올 해 상반기까지 등록된 현대차는 984만9209대다. 현대차에서 올 해 발생한 화재 건수는 1163건으로 1만대당 화재는 1.10건이다. BMW는 몇 위를 차지했을까? 올해 상반기까지 등록된 BMW는 38만5912대다. 올 해 상반기 발생한 화재건수는 58건이다. BMW는 1만대당 1.50건의 화재가 발생해 국산차와 수입차를 합쳐 1만대당 화재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 통계를 보면 BMW 화재 리콜의 이유를 뒷받침한다.
2017년 1만대당 차량 화재 통계에서도 BMW는 2.66건으로 1위를 차지했었다. 현대차는 2.38건으로 BMW의 뒤를 이었다.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는 사고로 인한 화재, 방화, 결함으로 인한 화재, 노후 및 관리 미비에 따른 화재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수치만 보고 결함으로 인한 화재를 분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인은 “BMW 차량 화재는 도마 위에 오르면서 리콜, 보상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외 다른 제조사들의 화재에 대한 투명하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만대당 화재 발생 대수가 가장 많은 곳은 BMW다. 그러나 BMW 외의 제조사들의 차량에서도 화재는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는 차량 화재에 대한 통계 자료, 보상 체계, 정책 등이 제대로 갖춰있지 않다. 미비한 정책으로 BMW 차량 외의 소비자들은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원인미상으로 화재 사건이 종결돼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MW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사의 차량에서도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만큼 차량 화재의 원인을 밝히고 화재 원인이 제조사 책임이라는 입증이 될 경우 보상체계를 구체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이번 BMW 화재 사건이 리콜로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원인 규명과 함께 소비자 안전 및 보상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소비자의 목소리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