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망치로 무장한 스웨디시 럭셔리 볼보 XC90
토르 망치로 무장한 스웨디시 럭셔리 볼보 XC90
  • 이준호
  • 승인 2016.06.30 16:30
  • 조회수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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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호 모빌리스타 에디터, 사진 김형준


Volvo Cars는 1999년 옛 영광을 뒤로한 채 포드로 매각됐다. 볼보그룹에 의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볼보 그룹은 레드오션인 승용차 사업부 대신 블루오션인 상용차, 중장비 사업부에 역량을 쏟았다.

결과는 옳았지만 Volvo Cars에겐 시련이었다.



XC90은 Volvo Cars의 흑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의 모델은 무려 13년만의 풀체인지다.

타사의 풀체인지 주기가 7~8년인 것을 감안하면, 포드가 얼마나 궁색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흑역사는 10년만에 마감 지었다.



중국의 지리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Volvo Cars는 환골탈태를 하는 중이다.

역사가 짧은 중국의 자동차 문화에 비해, 지리그룹이 Volvo Cars를 대하는 배포는 두둑하고 포용적이다.

신차 개발에 비용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스타일을 주입시키지도 않는다.



그 결과, 볼보에 made by Sweden스러운 디자인 언어들이 입혀졌다.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DRL(Daytime Running Light)는 볼보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다.

북유럽의 험한 기후와 환경에 강한 힘과 정신을 이미지화했다.



Volvo 엠블럼은 라틴어로 ‘I roll’이라는 의미로서 베이링을 모티브 삼았다.

동그라미는 베어링을 상징하고, 화살표는 베어링이 구르는 방향을 표현했다.

볼보의 디자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엠블럼 역시, 모노톤의 컬러에 세밀한 폰트를 사용해서 이미지를 쇄신했다.



All new XC90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들은 통일성이 있다.

트렌디한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십분 활용한다.

아이덴티티가 침해 당하지 않은 채, 세밀하고 조밀한 조형을 추구하기 위해 LED 라이트는 필수로 장착됐다.



전형적인 풀사이즈 SUV 디자인이 전체적인 실루엣을 장식하지만 결코 투박하진 않다.

두 단계의 조형 요소를 섞은 휀더와 휀더 가니쉬의 형태는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공간을 채운다.

충분히 입체적인 조형이기에 톤온톤의 심심할 수 있는 단점도 상쇄한다.



더블어 크롬 가니쉬들과 과장되지 않은 에지는 서로 호흡하며 여백을 줄인다.

조형 요소들의 하모니는 거대한 비례를 컴팩트화 시킨다.

토르의 망치로 스탬핑한 마술의 결과물 같다.



익스테리어의 뛰어난 감각은 인테리어에서도 이어진다.

한반도의 약 2배인 전체 국토에서 52%가 삼림으로 덮여 있는 스웨덴에서 화염 자작나무는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결과 질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꾸밈없음은 우리에게 특별히 다가온다.





대쉬보드 상단의 장식적인 트위터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소리를 기대케하는 조밀함이다.

ABBA, Cardigans가 대표적인 스웨디쉬 팝은 영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스웨덴을 최대 팝 수출국으로 만들었다.

간결한 멜로디와 쉬운 영어가사는 귀를 익숙하게 만드는 스웨덴식 실용주의이다.

모노톤의 시인성 좋은 디스플레이는 적외선 터치방식의 스크린으로 제작됐다.

230V, 150W의 파워소켓 그리고, 2열 좌석 중간의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는 실용주의의 표본이다.



실용적이기만 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독특한 비틀림 방식의 시동버튼과 커팅된 다이아몬드 표면 같은 드라이브 모드 컨트롤러는 보석을 굴리는듯한 절제된 모션이 근사하다.

스마트키 역시 촉감을 살리는 디자인이 가미됐다. 테이블에 꺼내놓고 싶은 센스가 담겨있다.



볼보 = 안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하나의 명맥이 되었다.

센터페시아를 장악한 첨단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가득 채운 인텔리세이프 기능들은,

국가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을 사회복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스웨디쉬 마인드가 담겨있다.

운전을 하는 자도, 운전을 안 하는 자도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배려의 마인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핵심은 잠 못 이루는 백야가 찾아오더라도 전혀 고민스럽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데 있다.

재미교포 유기돈 회장의 Eva Automation이 인수한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Bowers & Wilkins가 인테리어 디자인 한 켠을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꾸민다.

뛰어나게 장식적이지만, 피로하게 튀지 않는다. 재질 본연의 아름다움 혹은 멋스러움을 알고 있는 듯한 디자인이다.



Gothenburg,

고텐부르크는 북게르만족인 고트족이 90% 이상을 구성하는 스웨덴 민족과 연관이 있다.

고트인들의 성이라는 고텐부르크는 볼보의 헤드쿼터가 위치한 예테보리를 칭하는 것이다.

예테보리는 스웨덴 서쪽 관문이자 인구 약45만 명의 수출항 도시이다.


한강에서 볼보의 미래인 All new XC90에 앉아 고텐부르크의 콘서트 홀의 감흥에 취하는 경험이란,

이 시승기로 마무리 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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