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코나 EV..현대차,전기차 머뭇거린 이유
잘 만든 코나 EV..현대차,전기차 머뭇거린 이유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8.09.25 08:00
  • 조회수 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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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가속력과 정숙성,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엑셀을 밟자 마자 최대토크의 99%까지 쭉 끌어올리는 강력한 가속력이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업체가 바로 테슬라 아닌가. 페라리보다 빠른 가속력이 바로 전기차의 매력이다. 연비가 나빠질까 봐 소심한 운전자들이 엑셀을 꾹꾹 밟지 못하게 하는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게 전기차다. 두 번째는 역시 정숙성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스탠드 스위치를 올린 것처럼 오로지 계기반에 라이트가 들어올 뿐이다. 출발 가속 역시 너무 조용하다. 잔뜩 긴장하고 귀를 기울여봐야 모기 소리만큼이나 들릴 듯 말 듯한 모터 구동음이 들려올 정도다. 렉서스가 조용한 차의 대명사지만 전기차에 비교하면 발끝만큼도 쫓아오지 못 한다.

배기가스 규제가 전 세계 환경 테마로 등장하면서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주변에서 전기차를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보일 정도다. 더구나 개인 재산을 구매하는 데 정부가 공짜로 돈을 보태주는 게 전기차다. 바로 전기차 보조금이다.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이 후한 나라다. 대당 2000만원 정도를 보조금을 주는 특이한 국가다.

자동차 판매 세계 5위 메이커인 현대자동차그룹(기아차 포함)은 전기차 분야는 후발주자다.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후발이라기 보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라고 할까. 전기차 보급이 가능하면 늦춰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완벽한 수직 계열화를 이룩한 회사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철강부터 제조, 판매, 자동차금융(카드) 및 부품, 중고차 매입과 물류까지 수직으로 이어진다.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고 팔면서 앞뒤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현대차 코나EV 엔진룸
현대차 코나EV 엔진룸

하지만 전기차를 생산해서 팔면 이런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된다. 가장 중요한 동력장치에서 현대차가 키를 쥘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우선 내연기관차량 부품이 2만5000여개 정도인 것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00여개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부품업체를 쥐어짜 원가절감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동력장치의 핵심인 배터리를 수직계열화로 내재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에 몰두하는 기계공학에 근원을 둔 기존 자동차 업체에게 화학에 기반을 둔 배터리 산업은 쫓아갈려고 해봐야 거리를 좁히는 데 만족할 수준일 정도다. 산업 자체가 완전히 다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가 늦게 와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충분한 기술력과 생산설비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도 전기차 개발이나 공급에는 소극적이었다. 전기차 시대에 발맞추기 보다는 찔끔찔끔 눈치를 보면서 전기차를 투입하곤 했다. 그 결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기존 내수 승용차 점유율(현재 약 75%)을 차지하지 못했다. 엮으로 해외 브랜드가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약진했다.

현대차 코나EV
현대차 코나EV

전기차로는 '와아'하는 탄성을 자아내지 못했던 현대차가 변화의 조짐을 드러냈다. 소형 SUV 코나 차체로 만든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이다. 이 차는 올 상반기 출시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현재 계약을 하더라도 보조금이 대부분 소진돼 차량을 구입하기 어려운 편이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 사전 계약만 1만5000대가 넘어섰다고 한다.

코나 일렉트릭의 가장 큰 장점은 한번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400km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물론 배터리 용량 옵션을 최대치로 선택해야 하지만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단점을 해결했다는 게 대박의 가장 큰 이유다. 가격 역시 메릿트가 확실하다. 기본형인 
모던이 4650만원, 최고급형인 프리미엄이 4850만원이다. 2000만원대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안짝에 살 수 있다.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400km 이상 주행거리를 만족시키고 가격까지 합리적인데 소비자가 마다할 리가 없다. 후속으로 코나 일렉트릭 시승기를 연재한다.

김태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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