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 만나는 쌍용 G4렉스턴, 경쟁력 유지하려면
강적 만나는 쌍용 G4렉스턴, 경쟁력 유지하려면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8.10.16 08:00
  • 조회수 45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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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G4렉스턴
쌍용차 G4렉스턴

쌍용자동차 플래그십 모델인 대형 SUV G4렉스턴이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라는 강적을 만나게 돼서다.

2017년 5월 등장한 G4렉스턴은 기아차 모아비와 국산 대형 SUV 시장을 양분하면서 재미를 봤다. 문제는 속속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골을 우려먹는 기아 모하비의 상품성 개선 모델 차원이 아니다. 현대차는 이르면 올해 연말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출시한다. 코나와 싼타페와 같이 분리형 헤드램프를 사용해 패밀리룩을 완성한 것으로 현대차 SUV 라인업의 방점을 찍는 의미심장한 차량이다. 팰리세이드가 등장하면 대형 SUV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G4렉스턴 뿐 아니라  쌍용차 전체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입차 1위인 포드 익스플로러도 팰리세이드의 사정권에 들어온다. 

그동안 쌍용차 판매는 나홀로 분투해 '소년소녀 가장'이라고 불리는 티볼리의 몫이었다. 'SUV 명가(名家)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 건 쌍용차는 2017년 5월 G4렉스턴을 출시하면서 판매 증대에 공을 들여왔다. G4렉스턴은 올해 1~9월 월 평균 1300대 정도 팔리면서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한 인기를 보여왔다. 더구나 쌍용차는 내수 3위를 놓고 신차가 없어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과 치열한 접전을 해왔다. 티볼리에 G4렉스턴이 가세하면서 지난 8월에 이어 9월(7689대)에도 내수 3위 자리를 지켜냈다. G4렉스턴은 9월 1239대가 팔려 쌍용차 내에서 판매 3위를 차지했다.

G4렉스턴이 속한 대형 SUV 시장은 2015년 현대차가 베라크루즈를 단종한 이후 기아차 모하비가 독주를 이어왔다. 이어 2017년 G4렉스턴이 등장하면서 시장을 양분했다. 쌍용차 자료에 따르면 국산 대형 SUV 시장은 2013년 3만대 수준에서 2014년 3만1천대, 2015년 2만8천대, 2016년 3만대, 2017년 3만9천대로 소폭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조용히 성장하던 대형 SUV 시장에 초대형 태풍이 몰려온다. 올해 연말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포문을 연다. 이어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한국GM이 내년 상반기 대형 SUV 쉐보레 트래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산 대형 SUV 시장이 전쟁터로 변모하는 셈이다. 그동안 대형 SUV는 레저열풍과 소득 수준의 증가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온 블루오션 시장이었다. 

특히 전체 SUV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수치는 크진 않지만 각 브랜드의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래그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쌍용차 G4렉스턴
쌍용차 G4렉스턴

쌍용차는 G4렉스턴을 대형 SUV로 포지셔닝을 정하면서 엔트리 모델 가격을 3150만원으로 정해 성공을 거뒀다. 가격으로 보면 중형 SUV 싼타페, 쏘렌토와 대형 SUV인 모하비 사에에 위치한다. 말 그대로 가성비에서 우위를 보였다.

G4렉스턴의 원조는 2001년 나온 1세대 렉스턴이다. 당시 쌍용차는 '대한민국 1%'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그러나 G4렉스턴은 가성비를 중시해서인지 프리미엄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2% 부족한 차체와 구형 기술이 프리미엄과 거리가 먼 원인이다. 또 파워트레인도 경쟁차인 모하비가 3.0L V6 디젤엔진을 탑재한 데 비해 G4렉스턴은 2.2L 4기통 디젤엔진 뿐이다. 실제로 G4렉스턴을 시승해보면 처음에는 웅장한 차체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인테리어부터 뭔가 구형 느낌이 난다. 사용하기에 아쉬움은 없지만 실내 버튼 류나 변속기 노브 등이 2017년 출시한 신차 디자인과는 거리가 꽤 있다. 주행을 해보면 개선점이 여럿 보인다. 프레임 바디의 특성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돼 노면의 작은 굴곡에도 차체는 요란스럽게 반응한다. 고속으로 주행할수록 가벼워지는 핸들, 앞뒤좌우로 요동치는 짜임새가 부족한 섀시가 아쉬움을 준다. G4렉스턴이 달리기를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는 점에는 십분 동의한다. 프레임바디는 온로드보다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한다. 아쉽게도 G4렉스턴은 오프로드에서도 평이한 수준을 보여줄 뿐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가벼운 진흙이나 산길을 주행하는덴 무리가 없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주행하는데는 별도의 튜닝이 필요하다.

쌍용차 G4렉스턴 실내
쌍용차 G4렉스턴 실내

그동안 G4렉스턴은 경쟁자 없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환경에서 성능이나 승차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소한 2020년쯤 마이너체인지를 단행할 때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디젤차지만 소음과 진동을 억제한 점은 칭찬을 받을 만 하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면서 단정한 온로드 승차감이 부족한 것은 보완점이다. 구형 기술을 채택한 상품성도 도마에 오른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쌍용차의 고육지책이 느껴지지만 스티어링휠은 전동모터가 아닌 유압펌프식이다. 티볼리에 장착되는 차선유지장치(LKAS) 기능은 장착할 수 없다. 대신 선이탈경보시스템만 달려있다. 지금의 상품성으로는 상위 1%를 위한 차가 아니라 1%가 부족한 차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대형 SUV라면 적어도 경쟁차종에 비해 첨단 주행 및 안전사양이 모자라서는 안 된다.

쌍용차에 따르면 G4렉스턴 수익률은 티볼리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성공은 똑똑한 가격정책에 신차효과, 적절한 제품 포지셔닝 덕으로 보여진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대형 SUV 시장에서 G4렉스턴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금사정이 열악해 새로운 차량 개발에 지지부진했던 쌍용차가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지가 관건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2020년께 G4렉스턴 마이너체인지 모델이 나올 때 혁신적인 상품성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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