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40 수명연장 언제까지..왜건은 왜 국내서 찬밥일까
현대차 i40 수명연장 언제까지..왜건은 왜 국내서 찬밥일까
  • 제갈원 에디터
  • 승인 2018.10.25 08:00
  • 조회수 7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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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현대 i40 왜건
2018 현대 i40 왜건

세단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감, 미니밴 못지않은 실용성을 두루 갖춘 차가 바로 ‘스테이션 왜건(이하 왜건)’이다. 유럽과 미국 등 자동차 종주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패밀리카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외면을 받는다. 국산 유일의 왜건, 현대차 i40의 존속 여부가 위태롭다. 지난 6월 차선이탈방지보조, 전방추돌방지보조, 차간거리제어시스템 등 첨단장비를 대거 적용한 2018년형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다행스럽게도 일단 내년까지는 수명이 연장된 셈이다. 올해 판매량은 1~9월 기준 누적 146대로 바닥권이다. 2억원이 넘는 메르세데스 벤츠 AMG S클래스보다 판매량이 적다.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보다 안 팔릴 지경이다. 국내 신차 시장은 왜 이토록 왜건에게 가혹할까?

1979 포드 코티나 왜건
1979 포드 코티나 왜건

왜건은 1800년대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역마차에서 영감을 받아 1930년대 이후 등장했다. 파티 같은 크고 작은 행사가 많고 목재 따위의 재료를 가져와 가구 등을 집에서 손수 만드는 미국 문화의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짐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세단의 낮고 좁은 트렁크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SUV라는 개념이 없었고 픽업트럭은 덩치가 너무 크고 불편했다. 이런 적절한 대안이 세단의 트렁크를 늘려 만든 왜건이다.

왜건은 일반적으로 세단을 베이스로 하여 트렁크 공간까지 지붕을 늘려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한 차를 말한다. 유사형태로 트렁크 공간이 따로 없이 뒷좌석 바로 다음 트렁크 도어가 있는 해치백이 있다. 왜건은 세단의 트렁크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실내를 길게 빼 네번째 기둥인 ‘D필러’가 있다는 점으로 해치백과 구분한다.

2019 아우디 A6 아반트
2019 아우디 A6 아반트

차를 살 때 실용성을 우위에 두는 유럽은 세계에서 왜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다. 꾸준한 왜건 소비자를 잡기 위해 대중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대표 모델에 왜건을 추가해왔다.

국내의 경우, 1970년대 현대차 포니 왜건을 시작으로 꽤 다양한 왜건이 나왔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개인이 많은 짐을 싣고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실상 소규모 자영업자의 전용차로 불렸다. 더구나 세단 차체에 트렁크가 덧씌워진 어정쩡한 디자인으로 못생긴 외관도 비인기의 원인이었다. 급격한 경제발전에 힘입어 1980년대 후반 속칭 '마이카' 시대가 오면서 자동차의 소유 목적 자체가 이동수단 이외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으로 여겨지던 사회문화 탓도 컸다. 차가 멋지지 않고 부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다. 대부분 왜건 생산물량은 내수보다 수출 중심이었지만 해외판매량도 신통치 않아 1990년대 들어 왜건 후속 모델의 개발 중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1997 대우 누비라 스패건
1997 대우 누비라 스패건

2010년 초 불어온 아웃도어 열풍으로 적재공간과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이런 타이밍에 맞춰 출시한 현대 i40 왜건은 초창기 한 달 평균 1000여대를 넘기며 괜찮은 판매량을 유지했다. 특히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나 레저를 즐기는 층에게 인기였다. 한 보따리 유아용품과 갈수록 고급화, 대형화 되는 유모차를 넣기엔 왜건이 제격이었다. 또 승용차로, 주말에는 다양한 캠핑장비와 자전거 등을 싣고 여행을 즐기는 레저용 차량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문제는 애매한 포지션과 가격이었다.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쏘나타와 달리 i40는 유럽 시장이 타깃이었다. 크고 넓은 차체 보다는 뛰어난 주행성능이 요구되었고 고급 부품이 들어가면서 가격이 비싸졌다. 그래서인지 국내 시장에서  ‘크기는 쏘나타 보다 작은데 더 비싼 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졌다. 늘씬한 옆모습과 고급스러운 후면은 좋았으나 6각형 헥사고날 그릴을 품어 아반떼를 연상시키는 전면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심했다.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쳤으나 효과가 미비했다. 결국 판매량은 하향곡선을 이어나갔다.

최근 도심형 SUV 열풍이 불면서 왜건은 다시 한 번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앞다퉈 출시된 도심형 SUV들이 승용차와 레저용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왜건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기아차도 K5 왜건 모델을 만들었지만 유럽시장에만 출시했다. 현대차 역시 i30 왜건을 유럽 시장에만 판매한다. 르노삼성차 SM6(르노 탈리스만)도 유럽 시장에는 왜건을 판매 중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푸조, 볼보, 벤츠 등 몇몇 수입차 브랜드들이 구색 갖추기 정도로 부분적으로 왜건을 판매하지만 역시 신통치 않다. 국산 브랜드는 현대차만 출시 7년 차인 i40에 산소호흡기를 달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형이 아무도 모르게 등장한 이유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의 적재공간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의 적재공간

왜건의 낮은 차체와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은 SUV에 비해 확실히 우위에 선다. 적재공간 역시 비슷한 가격대의 SUV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다. 왜건은 실용성뿐 아니라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단지 훌륭한 선택지가 부족할 뿐이다. 자동차를 체면이 아닌 실용성으로 보는 시각 교정이 돼야 한국에서 왜건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갈원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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