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 올해도 1위 굳혀..변변한 경쟁차 없다?
현대 그랜저 올해도 1위 굳혀..변변한 경쟁차 없다?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8.1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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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2019년형 그랜저
현대자동차 2019년형 그랜저

자동차를 구매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출력이나 핸들링 성능이 아닌 제조사와 브랜드 신뢰, 호감도 등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트렌드는 중형차보다 상품성이 뛰어나고 가격대도 500만~1000만원 정도 비싼 준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결과 과거 세단 시장에서 가장 큰 볼륨이었던 중형차를 제치고 준대형차가 세단 시장의 가장 큰 볼륨이 됐다. 준대형차 성장의 중심에 그랜저가 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국내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다. 세단이 아닌 국내 전체 신차 가운데 판매 1위를 질주한다. 올해 1~9월 8만3454대를 판매해 월 평균 9272대를 기록했다. 그랜저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가볍게 연간 1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의 판매량은 현대차 내 다른 세단 모델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된 아반떼와 쏘나타는 각각 5만6949대, 4만8995대다. 그랜저 판매량 절반 정도에 불가하다.

그랜저의 경쟁상대는 기아 K7, 르노삼성 SM7, 쉐보레 임팔라 등이 있지만 그랜저 독주에 제동을 걸만한 모델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준대형 2위인 K7은 1~9월까지 2만8281대 판매했다. 수치로보면 그랜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다른 경쟁 모델인 르노삼성 SM7과 쉐보레 임팔라는 각각 3474대, 1131대로 사실상 경쟁 대상이 아니다. 준대형차 시장에 그랜저의 적수가 없는 셈이다. 그랜저는 지난해 13만대 넘는 압도적인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체 차종 가운데 판매 1위에 올랐다. 판매 수치로 보면 준대형 세단이 아닌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가 근접한다. 올해 1~9월까지 7만9777대 판매됐다. 그랜저의 유일한 맞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그랜저를 견제할 모델은 사실상 없다는 게 그랜저 독주의 이유이자 함정"이라며 "이런 현상은 수입차에서 현격한 중저가 중형 세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동안 지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1세대 그랜저
현대차 1세대 그랜저

그랜저는 대를 이어온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1986년 출시된 그랜저 1세대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일명 ‘각그랜저’로 불린 1세대 모델은 우리나라 고소득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당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기술제휴로 개발했다. 차체와 엔진 개발을 미쓰비시가 맡았다. 이후 현대차에서 에쿠스와 다이너스티가 출시되며 그랜저는 플래그십 세단의 지위를 상실했다. 현대차는 오너 드라이버용 고급차로 급을 낮춰 그랜저XG를 1998년 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랜저 XG는 차급을 낮추고 젊은 디자인을 채택해 기존 사장님차에서 오너드리븐 자동차로 변화했다. 결과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그랜저XG는 누적판매량 31만1251대를 기록했다. 그랜저XG의 뒤를 이어 출시된 그랜저TG는 보수적인 디자인을 택했다. 그랜저TG는 40만6798대 판매하며 그랜저XG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어 후속 그랜저HG는 젊고 세련되며 신선한 이미지를 갖춰 젊은 층에게 어필했다. 이 역시 50만대 이상 판매돼 그랜저 최대 히트작이 됐다.

지금 팔리고 있는 그랜저IG는 2016년 출시됐다. 더 젊어졌다. 최근 들어 그랜저 구매자의 절반은 40대 이하가 차지한다. 더 이상 아빠차가 아니다. 점잖고 성공한 전문직들의 전유물이었던 그랜저가 30, 40대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차가 됐다.

3000만원대 초반의 가성비뿐 아니라 그랜저의 높은 상품성도 인기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현대차는 지난주 그랜저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해 국민차 타이틀 굳히기에 돌입했다. 최근 중형 세단의 옵션 사양이 좋아졌지만 준대형을 따라잡기에는 무리다. 2019년형 그랜저에는 동승석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적용됐다. 이 기능은 운전석 또는 동승석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시트백과 쿠션의 각도를 조절해 승객이 무중력 자세가 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허리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시켜 피로도를 낮춘다. 이 외에도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고화질 DMB, 사운드하운드 등을 기본 적용해 상품성 및 편의안정성을 높였다. 스마트자세제어 시스템, 자동 내기 전환 시스템 등도 적용했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국내 판매량 1위가 유력한 그랜저도 고민이 있다. 아슬란이 단종된 이후 그랜저는 현대차 내에서 플래그십 자리에 올라 있다. 그랜저에게 확실한 방향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의 추세라면 그랜저는 고급차보단 대중차에 가깝다. 그게 현대차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지금의 그랜저는 맡은 바 임무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과거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쏘나타보다 대당 단가가 500만원 이상 비싼 그랜저가 쏘나타를 대신해 베스트셀링 1위에 올랐다는 건 현대차에겐 행복이다. 비싼차가 매출 뿐 아니라 수익성 향상에 더 큰 공헌을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공식이다. 지금 그랜저는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차다. 이런 이미지가 현대차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고민이 깊어진다. 아슬란을 버린 이유와 확실한 지향점이 필요하다. 한 브랜드의 기함이라면, 그리고 그 이음이 그랜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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