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지프 랭글러 루비콘,가지 못하는 길은 없다!
[시승기]지프 랭글러 루비콘,가지 못하는 길은 없다!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8.11.11 08:00
  • 조회수 8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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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하이(JL)
오프로드를 정복한 지프 랭글러 하이(JL), 아스팔트 위보다 흙길이 더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SUV는 광풍이다. 좀 더 편하게 그리고 안락한 주행을 위해 SUV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변화하고 있다. SUV는 도심에서 미세먼지를 내뿜으며 주행 할 때 보다 흙먼지를 날리며 산과 계곡을 헤쳐 나갈 때 빛이 난다. 랭글러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우물만 팠다. 넉넉한 트렁크 공간에 유모차를 싣는 것보다 낚시대 몇 개를 무심하게 던져 놓았을 때 더 잘 어울린다. 이번에 시승 할 차량은 지프 랭글러의 최고급 버전인 루비콘 하이 모델이다. 태생부터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격대는 이것저것 튜닝을 포함해 5800만원에 달한다. 

지프 랭글러 하이(JL) 전면
지프 랭글러 하이(JL) 전면
지프 랭글러 하이(JL) 후면
지프 랭글러 하이(JL) 후면

랭글러 루비콘의 첫 인상은 ‘육중하고 거대함’이다. 보행자 충돌 안전 기준을 어떻게 충족 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차체는 우람하고 단단해 보인다. 외관은 이전 세대(JK)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7개의 세로 폭포수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 직사각형의 테일램프는 멀리서도 지프 차량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LED 헤드램프와 LED 주간 주행등으로 최신형 모델의 느낌을 가미했다. 테일램프 구성도 변했다. 단순한 직사각형에 후진등과 방향지시등이 들어가 있었던 이전 모델에 비해 신형은 입체감이 더해졌다.

지프 랭글러 하이(JL) 측면
지프 랭글러 하이(JL) 측면

차량에 튀어나온 부분들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덧대져 있다. 스크래치로부터 차량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곡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각진 차체는 기계적이고 마초적이다. 스마트키가 적용돼 손잡이 손만 넣어도 문이 열리지만 열쇠 구멍을 그대로 남겨 뒀다. 스페어 타이어도 트렁크 바닥으로 숨기지 않고 밖으로 내놨다. ‘그래 이게 지프지!’라는 감탄사가 끊임없이 나온다. 불편한 것도 참을 수 있다는 게 지프다. 

개성이 뚜렷한 차들은 이런 개성을 지키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 스포츠카가 그렇고 랭글러 루비콘이 그렇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려면 숨을 한 번 고르고 살짝 뛰어 올라야 한다. 기자의 키가 180cm 가깝지만 차에 타는 것부터 곤욕이다. 그럼에도 신이 난다. 랭글러는 그렇게 타는 차다.

지프 랭글러 하이(JL) 실내
실내는 기존 투박한 외관과 달리 무척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다.

실내에 들어서면 외관과 달리 신선함이 느껴진다. 8.4인치 센터 터치 디스플레이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다. 4세대 유커넥트가 적용돼 어플로 시동을 걸고, 문을 여닫고, 클락슨과 비상등을 켤 수도 있다. 지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그야말로 첨단이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살짝 내리면 두 개의 기어레버가 자리잡고 있다. 트랜스퍼 레버와 기어 셀렉터 레버다. 일반적인 도심형 SUV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트랜스퍼 레버는 구동방식을 선택 할 수 있다. 2H, 4H AUTO, 4H PART TIME, 4L이 준비됐다. 아스팔트 길에서는 2H모드로 주행하다가 눈이나 비가 내리면 간단히 레버를 조작해 4륜구동을 작동시키면 된다. 물론 차량을 정차한 후 작동해야 한다.

시트를 조절하는 방법은 당연하게도(?) 수동식이다. 의자가 다소 딱딱하지만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량들을 내려다 볼 수 있어 도로를 호령하는 착각에 빠진다.

지프 랭글러 하이(JL) 엔진룸
지프 랭글러 하이(JL) 엔진룸

신형 랭글러의 가장 큰 특징은 파워트레인의 변화다. 기존 3.6L V6 가솔린 엔진 대신에 다운사이징한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더해졌다. 미국에는 3.6L V6 엔진도 있지만 국내에는 2.0L 모델만 수입한다. 2톤(2120kg)이 넘는 거구에 2.0L 엔진이라 출력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이런 걱정이 싹 사라졌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제 몫을 다하고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터보랙이 살짝 존재하지만 그마저도 감성으로 느껴진다. 온로드에서는 머드 타이어 구르는 소리, 탈부착이 가능한 천정에서 나는 찌그덕 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노래를 틀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

풀프레임 바디는 승차감을 양보했지만 특유의 감성은 남겨뒀다. 유압식 핸들에서 세대 변경을 거치며 전자식 스티어링휠로 변경했다. 빠른 응답성이 중요하지 않다. 핸들의 유격도 괘 큰 편이다. 이런 여유로움이 지프 아닌가. 생각보다 스티어링휠을 많이 감아야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하다.

지프 랭글러 하이(JL) 1열 루프를 분리한 모습
1열 루프를 분리하면 엄청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에 나섰다. 기어를 4L에 바꾸고 지형에 따라 바퀴의 축을 제어하는 스웨이바 분리 버튼과 주행 상황에 따라 특정 바퀴에 힘을 몰아줘 험로 탈출을 용이하게 하는 전∙후륜 액슬락 버튼까지 누르면 오프로드를 정복할 준비가 끝난다. 개방감을 느끼고 싶다면 3개로 분리되는 천장을 떼어낼 수도 있다. 2개로 분리되는 1열 천정은 걸쇠만 풀면 간단히 분리된다. 2열부터 3열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지붕은 렌치를 이용하면 된다.

지프 랭글러 하이(JL) 1열 루프를 분리한 모습
비포장 진흙 길을 힘차게 헤쳐나가고 있다
지프 랭글러 하이(JL)는 스웨바 버튼을 누르면 양쪽 바퀴가 분리돼 오프로드에서 접지력을 극대화 한다.
스웨바 버튼을 누르면 양쪽 바퀴가 분리돼 오프로드에서 접지력을 극대화한다.

우스갯소리로 랭글러는 온로드보다 오프로드의 승차감이 더 좋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오프로드에서 경험한 랭글러는 편안하다. 굴곡이 큰 길에서도 차체는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넘어간다. 물이나 바위를 만나도 겁이 나지 않는다. 랭글러 루비콘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랭글러에 묻은 흙은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닦아내기 싫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랭글러에 묻은 흙은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닦아내기 싫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랭글러 루비콘은 매력이 넘치는 차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 놓은 랭글러 루비콘은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미쳐 다 털지 못한 신발을 신고 깨끗한 집안으로 들어온 듯 진흙이 잔뜩 묻은 랭글러가 제격이다. 평소였다면 당장 세차장으로 달려가 털어냈을 테지만 랭글러에 묻은 진흙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오프로드를 달리고 나와 먼지에 뒤덮인 랭글러는 멋을 잔뜩 부린 모습이다.

랭글러는 아스팔트보다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랭글러는 아스팔트보다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신형 랭글러는 승차감과 정숙성을 개선했다. 이전 세대보다 온로드 성능이 나아졌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다만 1000만원 비싸진 가격은 구매에 걸림돌이다.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랭글러는 총 4가지다. 스포츠(4940만원), 루비콘(5740만원), 루비콘 하이(5840만원), 사하라(6140만원)다. 편의장비를 덜어내고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보다 저렴한 트림을 추가해  구입 장벽을 낮추는 건 어떨까. 랭글러는 오프로드를 즐기는 마나아층에 특화된 차다. 멋져 보인다고 아무 생각없이 구입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차 뽑았을 때 즐거움 잠깐.. 타는 내내 후회..중고차로 팔 때 큰 기쁨" 이런 차가 랭글러다. 오프로드 마니아가 아니라면 말이다. 뒷좌석 승차감 이런 건 아예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치가 아니라 사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신 마초가 되고 싶다면 랭글러에 지갑을 열어라!

 

한줄평

장점 : 5000만원으로 주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우람한 차체. 발군의 오프로드 성능!

단점 : 이전 세대보다 비싸진 가격, 차체를 울리는 타이어 및 루프 소음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하이

엔진

1995 cc GME-T4 DOHC DI I4 Turbo

변속기

ZF 8 자동

전장

4885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축거

3010mm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9.0km/L

시승차 가격

5840만원


남현수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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