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벤츠..‘배출가스 위반’ 고작 20억 벌금 합당할까
막 나가는 벤츠..‘배출가스 위반’ 고작 20억 벌금 합당할까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8.12.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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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디젤 처리 공장..유럽서 안 팔려
메르세데스-벤츠 GLC 350e 4MATIC
메르세데스-벤츠 GLC 350e 4MATIC

지난 20일 서울지방법법원이 '배출가스 인증절차 위반 혐의'로 기소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벌금 28억1070만원과 인증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 김모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벤츠코리아가 독일 본사로부터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를 위변조해 인증기관에 제출하고 몰래 판매한 사실이 관세청 적발로 드러나면서 '대기환경보전법 및 관세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장착한 디젤 차량 7000여대를 몰래 들여와 판매한 혐의다. 당시 벤츠코리아는 "고의가 아니라 단순 실수이자 오류였다"고 발뺌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벤츠코리아는 관세법상 요구되는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기환경보전법 등의 의거해 처벌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실형 8개월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해선 “인증받지 않은 부품을 장착한 차량을 들여온 고의가 인정된다”며 “지난 3년6개월 동안 인증 누락이 반복되고 4차례에 걸쳐 과징금이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책임자를 벌금형에 처하는 것만으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징역 8개월을 구형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범법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 "인증을 누락한 상태로 수입한 차량의 원가는 4000억여원으로 대략 계산해도 이익이 2000억원을 넘으므로, 회사 차원의 경제적 요인도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놓고 불만을 표시했다. 회사 측은 "직원은 위법 의도가 없이 수입 인증 과정에서 문서적인 오류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이번 사건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항소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판결은 차량의 안전과 성능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벤츠코리아는 미세먼지로 연일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기환경 문제에 대한 반성보다는 오로지 차량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건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인증도 받지 않은 디젤차를 팔아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반성은커녕 한국 정부와 법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C클래스 디젤 발표회에 참가한 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벤츠코리아는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줄곧 디젤차 수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본사가 있는 독일과 유럽에서  디젤차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고가 넘치자 한국을 '디젤차 처리를 위한 가장 큰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디젤 배출가스는 2014년 1급 발암물질로 밝혀진데 이어 미세먼지 같은 대기환경오염의 주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3.0L 디젤엔진을 장착한 CLS400d를 출시한데 이어 이번달에는 2.0L 디젤엔진을 장착한 C클래스 220d를 연이어 출시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디젤 수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규제에 묶여 판매하지 못해 재고가 넘치는 디젤차를 한국에서 소화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디젤을 앞세워 수입차 1위를 질주하지만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선 방치만 하는 벤츠코리아의 관행에 대해 형식적인 담당 직원 대신 대표자 구속 등 강도 높은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환경 단체들은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 시장 20위권 국가 가운데 수입 디젤 승용차 점유율이 60%가 넘는 나라는 한국 이외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벤츠코리아는 그간 국내 법규를 다수 위반하고도 오로지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일축해왔다. 2016년 3월에는 변속기 변경 인증 의무를 위반해 과징금 1억6800만원, 지난해 2월에는 인터쿨러를 변경하고 신고하지 않아 과징금 4억2000만원을 부과됐다.

벤츠코리아는 심지어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라 함)'도 지키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디젤차를 국내 다수 판매하면서 대기환경 개선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특별법 제23조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자는 환경부 장관이 정한 저공해 자동차 보급 비율을 따라야 한다. 보급 비율은 특별법 시행령 제26조에 따라 최근 3년간 연평균 판매수량이 3000대 이상인 업체를 기준으로 한다. 또한 특별법 제44조 제1호에 따라 저공해자동차 보급계획서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여기에 더해 저공해 자동차를 보급하고 실적을 환경부장관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러한 내용은 2018년 연간 저공해 자동차 보급 기준에도 나와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일정비율 이상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저공해차 등을 판매해야한다. 8인승 이하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은 1대를 최대 3.5대까지 인정한다. 

벤츠코리아는 법규 준수 대신 과징금으로 대신하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고시한 저공해자동차 판매비율은 9.5%였다. 하지만 벤츠가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전체 판매대수의 1.2%만 보급하겠다고 명시했다. 9.5%에 한참 못 미치는 비율이다. 결국 승인을 받지 못한 벤츠는 벌금 500만원을 납부했다.

현재 벤츠가 국내 판매하는 유일한 저공해 차량은 올해 4월 출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GLC 350e 4MACTIC 뿐이다. 벤츠는 올해 환경부가 고시한 저공해차 판매비율인 10%에 지난해 할당량인 9.5%의 120%가 할증돼 약 15%를 저공해 차량으로 판매해야 한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판매된 벤츠 차량은 6만4325대다. 15%인 9600여대에 저공해차량으로 판매해야지만 현재까지 1946대에 불과하다. 벤츠코리아는 달성 가능성이 없는 형식적인 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결국 벤츠는 계획서를 제출한 뒤 이를 지키지 못해 부과되는 500만원 벌금만 달랑 내면 면책되는 셈이다.  

현행법상 저공해자동차 의무판매는 계획서만 제출하고 지키지 못하면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뿐이다. 이런 유명무실한 제도의 개선을 위해 목표 미달 차량 대수마다 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정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럴 경우 벤츠코리아는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업계의 강력한 로비로 개정안이 통과될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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