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낄 것 없다' 중국 토종 車업체,해외 디자이너 영입 대박
'현대차 베낄 것 없다' 중국 토종 車업체,해외 디자이너 영입 대박
  • 조민지
  • 승인 2018.12.29 08:00
  • 조회수 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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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차에는 '싸구려에 볼품 없든 디자인 짝퉁' 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중국 로컬 브랜드 차량이 못 생겼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 현대기아차와 비교해도 정말 손색이 없을 정도다. 비결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수석 디자이너를 잇달아 모셔 디자인 혁신에 성공해서다. 현대기아차가 2005년 피터 슈라이어 폴크스바겐 수석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혁신을 이뤄낸 것과 비슷한 수순이다. 

2010년 이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현대기아차를 벤치마킹해 기존 연봉의 2~3배를 더 주고 해외 유명 디자이너 스카웃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작은 2010년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다. 볼보 디자이너 영입효과까지 이어지면서 지리차 디자인의 급성장으로 이어진 바 있다.  올해도 해외파 디자이너 영입이 러시를 이뤘다. 거대업체인 이치자동차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거물 디자이너를 스카웃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 이치차로 영입된 자일스 테일러 전 롤스러이스 디자인 수장

올해 9월 초 중국 이치(一汽,FAW그룹)는 자일스 테일러(Giles Taylor)를 디자인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재규어에 근무하다 2011년 BMW 그룹에 스카웃돼 2012년부터 롤스로이스 디자인을 총괄해왔다. 롤스로이스에서 던, 신형 팬텀, 컬리넌, 103EX, 스웹테일 등의 디자인을 주도한 바 있다. 13년간 재규어에서 근무했던 그는 재규어 디자인 총괄인 이안 칼럼(Ian Callum)과 호흡을 맞췄다. XJ, XK등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그는 보수적인 재규어 브랜드 신선함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그는 중국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홍치'(红旗) 디자인 전략 및 콘셉트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케빈 라이스, 전 마쓰다 수석 디자이너

이치자동차에 이어 체리자동차(奇瑞汽车, Chery Automobile)도 해외 유명 디자이너 스카웃에 보조를 맞췄다. 지난 11월 12일 체리차는 케빈 라이스(Kevin Rice) 마쓰다 유럽 수석 디자이너를 디자인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체리는 현재 유럽과 북미 지역에 R&D 센터를 설립, 수출 시장 진출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하는 추세다. 라이스는 향후 체리의 디자인 방향성을 정립하고 해외 R&D센터의 디자인도 총괄한다.

중국 톱3 장성차로 이적한 피에르 르클레어, 전 BMW M 총괄 디자이너

장성자동차(Great Wall)는 BMW의 수석 디자이너 피에르 르클레어(Pierre Leclercq)를 2013년 디자인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했다. 벨기에 출신인 르클레어는 미국 최고 명문 디자인 학교인 캘리포니아 아트센터를 졸업했다. 그는 장성차 디자인 조직을 정비하고 올해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돼 중국 SUV 베스트셀링 모델에 등극한 '하발 H6(哈弗H6)' 등 신차를 여럿 디자인했다. 또 장성차가 별도로 내세운 럭셔리 브랜드 웨이(WEY)의 디자인도 주도했다. 장성차는 르클레어 영입으로 디자인 혁신에 성공한 럭셔리 브랜드까지 생긴 셈이다. 르클레어의 이런  공로가 알려지면서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8월 그를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스카웃했다. 하지만 1년 만인 올해 9월 시트로엥 디자인 수석으로 이직했다. 

BYD로 옮긴 볼프강 에거, 전 아우디그룹 디자인 최고 책임자
BYD '친 Pro EV500'

비야디(比亚迪,BYD)야말로 진정한 디자인의 혁신을 이룬 중국 로컬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아우디 디자이너 총괄을 역임한 볼프강 에거(Wolfgang Egger)를 영입해 디자인팀 지휘를 맡겼다. 그는 아우디 Q7, R8, TT  및 람보르기니 일부 모델의 디자인을 맡은 바 있다.
비야디에서 첫 번째로 선보인 모델이 바로 2017년  9월 출시된 MPV '쏭MAX(宋MAX)''다. 최근에는 유러피안 스포츠카의 냄새가 풍기는 '친(秦) Pro EV500'를 출시했다. 그 동안 비야디는 디자인 경쟁력이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볼프강 에거의 합류로 비야디는 전기차 디자인에서 테슬라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재조명을 받고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해외파 디자이너의 경험을 제대로 흡수하고 있다. 기존 중국 디자이너의 실력을 끌어 올리는 시너지 효과가 신차를 통해 제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0년 이후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 디자인학교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  2000년대만 해도 중국 토종 업체들은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베끼기에 급급했다. 지금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정도로 자체 디자인 실력이 출중해졌다는 게 디자인 전문가들의 평가다. 2020년대에는 중국 토종 업체들이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조민지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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