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가성비' 짝꿍 대박난 기아 K9..제네시스 G90 간섭 없다
'디자인+가성비' 짝꿍 대박난 기아 K9..제네시스 G90 간섭 없다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1.15 08:00
  • 조회수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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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
기아 K9

기아차의 플래그십 K9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됐던 제네시스 G90이 출시됐지만 별다른 간섭없이 사정권을 비켜나가면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 11월 G90가 출시되면서 K9의 판매량이 줄 것이라는 분석은 기우에 불과했다.

G90는 지난달 2139대가 판매됐다. 이 중 EQ900 판매량 230대를 제외하면 순수 G90은 1909대에 달한다. EQ900이 기존에 월평균 500여대 팔렸던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이 성장했다. K9은 11월(1073대)에 비해 12월 판매량(1082대)은 9대 증가했다. G90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K9 판매량은 변화가 없는 셈이다. K9과 G90의 판매 간섭은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다.

2012년 엄청난 기대 속에 기아차의 기함으로 선보인 K9은 신차 반짝 효과는 커녕 초반부터 참패를 이어갔다. 목표했던 월 2000대는 고사하고 월 평균 100대가 채 안 팔렸다. 이마저도 대부분 법인 수요로 개인 구매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점점 기아차의 계륵과 같은 모델이 됐다. 이처럼 판매량이 처참할 정도로 낮았지만 브랜드 대표 모델이라 포기 할 수 없었다. 성능은 좋다는 평이 나왔지만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지 못한 게 이유였다. 기아차는 절치부심해 2018년 4월 2세대 K9을 출시했다. 독일 럭셔리 대형 세단과 비슷한 느낌으로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K9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내수 1만대의 벽(1만1843대)을 깨며 기아차 플래그십 모델로 우뚝 섰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1만2000대에는 못 미쳤지만 2017년(1553대)에 비해 663% 성장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부활이다. 

2세대 K9은 출시 초기 월평균 1500대씩 팔리다가 최근 월 10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산 대형 세단의 강자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모델이 지난달 출시 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 사실상 G90과 K9은 형제 차량이다. 플랫폼부터 엔진까지 대부분 주요 부품을 공유한다.

지난해 K9이 판매 1만대를 넘어선 것은 기적에 가깝다. 2세대 K9은 어떤 매력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을까?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두 가지다. 가격대와 디자인이다. 

기아 K9은 젊은 플래그십이다
디자인에서 성공한 2세대 기아 K9. 젊은 플래그십이다

K9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디자인에서 젊은 감각을 더했다. 오너드리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전자 중심의 편의장비를 갖췄다. 이 덕분인지 개인 소비자의 연령대를 보면 40대와 50대가 각각 35% 정도 되고 30대와 60대가 각각 12%로 뒤를 잇는다. 기존 플래그십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평균 나이가 50대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K9은 '젊은 플래그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대형 세단급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대로 포진한 것도 순항의 또 다른 이유다. 가성비가 좋은 모델로 자주 꼽힌다. K9은 5389만원부터 시작한다. 제네시스 G90의 가장 저렴한 모델은 7706만원이다. K9이 13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크기나 파워트레인, 편의안전장비는 G90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G90는 쇼퍼드리븐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K9은 자가운전용으로 그랜저나 제네시스 G80보다 한 단계 고급차를 찾는 소비자의 입맛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오너드리븐 성격이 강한 운전자 중심의 편의장비
오너드리븐 성격이 강한 운전자 중심의 편의장비

K9을 타보면 독일 3사 경쟁 모델에 비해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3105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차로 유지 보조,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등이 전 모델 기본으로 탑재된다. 이 외에도 파워풀한 주행성능과 플래그십에 걸맞은 안락함과 정숙성도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세대 K9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월 평균 판매 1000대를 오가면서 2019년도에도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보다 한 발 더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판매량 회복이 필수적이다. 아직까지 K9은 국내 전용차일 뿐이다.

한국 도로에서 K9은 쉽게 눈에 띈다. 이제 해외에서 인정받을 차례다. 미국에서 K9은 월평균 30대 가량 판매되고 있다. 초라한 수치다. K9의 글로벌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프리미엄에 걸맞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 기아차의 플래그십 아이덴티티를 고집하면 폴크스바겐 페이톤 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페이톤은 고급스러움과 성능을 갖춘 폴크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이었지만 대중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끝내 단종됐다. 적어도 K9이 글로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새로운 로고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해 보인다. 마치 스팅어와 모하비가 독자적인 로고를 사용 한 것처럼 말이다.

렉서스가 미국 시장에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기까지 10년을 준비했고 출시 이후 1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기아차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기아차 K9이 국내에서만 잘 팔리는 반쪽자리 성공이라는 오명을 씻고 글로벌에서도 기아차의 플래그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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