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팰리세이드발 문콕 걱정..한국형 민폐차는?
[이슈]팰리세이드발 문콕 걱정..한국형 민폐차는?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1.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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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커진다
자동차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커진다(왼쪽부터 1->6세대 포드 익스플로러)

지난해 연말부터 현대 팰리세이드발 대형 SUV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크고 넓은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중형 SUV 싼타펜 쏘렌토에 비해 500만~800만원을 더 지불하면 대형 SUV로 갈아탈 수 있는 가격대가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지갑을 앞다퉈 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형 SUV가 정체가 심하고 주차난을 겪은 한국 대도심에 맞느냐 하는 점이다.

얼마전 고급 벤츠 세단을 모는 사람이 주차난을 겪는 아파트 주차구역 2개 중앙에 버젓이 주차를 해 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해당 차량 소유자는 '비싼 차인데 문콕 당하는 게 싫었다"고 해명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팰리세이드 판매량이 치솟고 1월 현재 약 3000대 정도의 차량이 출고되면서 일각에서는 주차 문제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팰리세이드는 전폭이 넓어 차주 본인은 물론 주위에 주차하는 이웃주민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차량을 구매한 뒤 주차로 곤란을 겪는 것이야 본인이 감당해야할 문제다. 우려는 아파트 주차선을 조금만 어긋나도 옆에 주차한 엉뚱한 다른 차량에게 문콕부터 승하차가 불편할 수 있는 피해가 예상돼서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의 전폭은 2m에 가까운 1975mm에 달한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경차형

일반형

확장형

장애인형

너비

2.0m

2.3m

2.5m

3.3m

길이

3.6m

5.0m

5.1m

5.0m

우리나라 주차장 규격은 표에 나타나듯 너비 2.3m, 길이 5.0m가 표준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아파트 주차장이 이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보다 적으면 적지 큰 경우는 흔치 않다,

정부는 2019년 3월부터 문콕 분쟁을 줄이기 위해 일반형 주차장을 너비 2.3m에서 2.5m로 확대한다. 확장형 주차장은 너비 2.5m, 길이 5.1m에서 너비 2.6m, 길이 5.2m로 기존보다 더 넓게 만들기로 했다. 일반형은 중형이나 준대형 세단 및 중형 SUV의 전폭인 1855mm~1890mm에 문 1단계 열림 여유 폭(30° 기준) 560mm~600mm를 더해 산출된 2415mm~2490mm를 기준으로 한다. 확장형의 경우 대형 세단 및 SUV, 승합차, 소형 트럭을 기준으로 전폭 1740mm~1995mm에 문 열림 폭 560mm~600mm를 더한 2300mm~2595mm를 기준으로 한다.

이미 지어진 건물과 개정안 시행 전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경우 종전의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넓어진 주차장이 확대 적용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비좁은 대도심 위주의 한국 현실에 주차장 폭을 확대하는 것이 해결책이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슬쩍 보기에는 기존 일반형 주차장도 꽤나 넉넉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열악하다. 지어진지 오래된 건물의 주차장이나 거주자 우선 주차구획의 경우 기준보다 작은 곳이 허다하다. 일반형 주차 구획과 확장형 주차 구획 상관없이 주차하기 때문에 큰 차를 작은 주차구획에 꾸역꾸역 주차하는 일도 생긴다.

전폭 1975mm의 팰리세이드는 주차라인을 가득 채운다
전폭 1975mm 팰리세이드는 주차라인을 꽉 채운다.조그만 어긋나도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간다.

국산 차량 중 전폭이 큰 차량은 대부분 대형 SUV 혹은 미니밴이다. 요즘 가장 핫한 팰리세이드의 전폭은 1975mm다. 지난해 10만대 이상 팔린 중형 SUV 싼타페의 전폭(1890mm)보다 85mm 더 넓다. 일반적으로 승하차를 위해 도어를 열려면 30cm의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폭 2.3m의 일반형 주차라인 가운데에 정확히 팰리세이드를 주차 할 경우 양 옆으로 각각 16.25cm의 공간이 남는다. 옆에 주차 라인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지만 만약 옆이 벽으로 가로 막혀 있거나 운전석 쪽으로 바짝 붙여 주차된 경우,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차주는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다짐하고 큰 차를 구입한다지만 옆 차량 차주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국산차 가운데는 기아자동차 카니발(전폭 1985mm), 쌍용차 G4렉스턴(1960mm), 현대차 팰리세이드(1975mm)가 그렇다. 옆에 주차를 하면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여지가 충분하다.

수입 대형 SUV는 더욱 민폐가 심하다. 포드가 이번달 미국에서 발표, 올해 하반기 한국에 들어올 신형 익스플로러는 전폭(2005mm)이 2m가 넘는다. 기존 1995mm에서 더 커진 셈이다. 익스플로러는 월 500대 이상 팔리는 수입 1위 SUV다. 이 외에도 혼다 대형 SUV 파일럿 전폭은 1995mm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2045mm다. 사실상 주차장 2구역을 써야 할 정도다. 이밖에 레인지로버 벨라는 1930mm, 보그 1983mm에 달한다. “괜스레 큰 차 옆에 주차했다가 문콕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주차를 꺼리게 된다. 고가의 외제차 소유주들은 문콕이나면 "문짝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며 비싼 수리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젠 문콕으로 인한 과도한 수리비 청구도 오는 4월부터 금지된다. 자동차 보험 개선안에 따르면 경미한 사고는 교체 대신 복원 수리비만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이들 차량은 확장형 주차장이 아니면 주차 할 엄두도 나지 않는 크기다. 실제 기자도 최근 벨라 시승을 하고 주차를 할 때 골머리를 앓았다. 블랙박스도 없는 고가의 차량이 행여 문콕이라도 당할까 넓은 주차라인을 찾아 주차장을 몇 바퀴고 돌았다. 

길이가 긴 차도 문제가 된다. 최근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칸의 경우 전장이 5405mm에 달한다. 제네시스 G90(5205mm)보다도 200mm 더 길다. 주차를 하면 앞 코가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 교행을 방해할 수 있는 크기다.

큰 차를 주차 할 때 옆 차를 배려하는 주차가 필요하다
큰 차를 주차 할 땐 옆 차를 배려하는 주차가 필요하다

한정된 부지 안에서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자동차는 2320만2555대다. 가구당 평균 0.95대 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가구 2~3차량 보편화, 1인가구 증가 추세로 자동차 증가는 꾸준히 유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주차 대란 해소의 한 방안으로 옆나라 일본과 같이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를 한국 현실에 맞게 수정해 모든 차량 대상이 아니라 대형 차량 경우에 한 해 규격에 맞는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큰 차를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주차 할 수 있는지 꼭 고려해야 한다. 그게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는 지금의 한국에 꼭 필요한 선진 자동차 문화로 가는 길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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