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 부스터 '박스카 아닌 SUV'..티볼리에 배 아픈 이유
쏘울 부스터 '박스카 아닌 SUV'..티볼리에 배 아픈 이유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1.31 08:00
  • 조회수 69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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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 부스터
기아 쏘울 부스터

"지금까지 이런 차는 없었다. 쏘울 부스터는 SUV인가, 박스카인가?"

자동차 구분 영역에 SUV는 명확하다. 하지만 박스카는 일본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사용하는 단어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3세대 쏘울을 출시하면서 진부한(?) 마케팅을 도입했다. 터보의 강력한 파워를 내세워 '부스터'라는 이름까지 달아 '쏘울 부스터'로 명칭했다. 그러면서 눈길을 끈 것은 박스카 대신 SUV로 포지셔닝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신차 발표회에서 기아차 관계자들은 단 한마디도 '박스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대신 SUV를 강조했다. ‘쏘울=SUV’라고 주장하며 쌍용차 티볼리를 직접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현장에 모인 대다수 기자들은  '쏘울 부스터에서 SUV 다운 점은 단 하나도 찾지 못하겠다"며 "기아차가 티볼리가 잘 파리는 꼴을 못 봐 쏘울로 티볼리 시장을 가져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쏘울이 속한 소형 SUV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쌍용차 티볼리보다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형 SUV로 변신한 쏘울 부스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기아차는 티볼리의 독주에 대해 배가 몹시 아팠다는 얘기다. 판매망에서 2배가 넘는 월등한 조직에 기아 브랜드를 달고도 스토닉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느닷없는 박스카 쏘울의 티볼리 도전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쏘울을 여전히 박스카로 생각한다”며 “3세대 쏘울은 티볼리가 아닌 스토닉 또는 니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쌍용차 티볼리는 2015년 신차가 나와 이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마이너체인지를 해야 할 오래 된 모델이다. 그런데다 지난해 4만3897대를 팔았다. 쌍용차보다 판매망이 3배나 더 큰 현대 소형 SUV 코나(5만468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내수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를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위협하는 쌍용차의 유일한 맞수다. 티볼리는 특히 여성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쏘울은 지난해 불과 2406대만 팔리며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모델이다. 3세대 쏘울이 SUV로 변신해 티볼리 판매량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비교해봤다.

오프로드 컨셉의 쏘울 X라인, SUV처럼 휠하우스에 무광 플라스틱 덧대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프로드 콘셉의 쏘울 X라인. SUV처럼 휠하우스에 무광 플라스틱을 덧댄게 인상적이다

티볼리와 쏘울은 우선 파워트레인 구성이 다르다. 쏘울은 국내에서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장착한 차량만 판매한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쏘울 X라인 모델도 있지만 북미 전용이다. 아직까지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 쏘울의 후륜 서스펜션은 스토닉,K3, 현대 코나,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토션빔 방식이다.

티볼리는 1.6L 가솔린 엔진과 1.6L 디젤 두 가지 모델이다. 더불어 쏘울에는 없는 4륜구동 시스템과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선택 할 수 있다. 멀티링크는 토션빔에 비해 상대적으로 2열 승차감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여러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다.

쌍용 티볼리는 가성비가 셀링포인트다
쌍용 티볼리는 가성비가 셀링포인트다

쏘울 부스터의 강점은 높은 출력이다. 1.6L 가솔린 터보엔진은 7단 DCT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한다. 티볼리 1.6L 가솔린 엔진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6.0kg.m를 낸다. 연비도 쏘울이 좀 더 좋다. 쏘울의 복합연비는 17인치 휠 기준 12.4km/L다. 티볼리(11.4km/L)보다 리터당 1km 연비가 더 높다. 재미난 것은 무게는 티볼리가 더 가볍다. 쏘울은 17인치휠 기준 1350kg,18인치 1375kg다. 티볼리는 16인치 휠을 끼고 1300kg에 불과하다. 티볼리가 가벼운데도 연비가 나쁜 것은 파워트레인의 효율성이 뒤진다는 얘기다.

다만 티볼리와 쏘울을 구매하는 소비자 취향은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행연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성비는 티볼리의 승리다. 쏘울 부스터의 가격은 1914만원이다. 반면 티볼리 1.6 가솔린 자동 변속기 모델은 1783만원부터 시작한다. 티볼리가 쏘울에 비해 약130만원 저렴하다. 다만 쏘울은 가장 낮은 트림인 프레스티지부터 1열 열선, 인조가죽시트 등의 편의장비가 장착된다. 티볼리 TX트림(자동변속기 트림 1783만원)에 75만원짜리 밸류업 패키지를 장착하면 쏘울 기본 모델과 비슷한 옵션 구성이 된다. 비슷한 옵션 구성에서도 티볼리가 50만원정도 저렴하다.

쏘울 부스터의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쏘울 부스터의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쏘울 부스터는 이전 세대보다 크기를 키웠다. 전장, 전고, 축거를 각각 55mm, 15mm, 30mm 늘렸다. 전장 4195mm, 전폭 1800mm, 전고 1615mm, 축거 2600mm다. 쏘울이 경쟁 상대로 지목한 티볼리는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가 각각 4205mm, 1795mm, 1590mm, 2600mm다. 티볼리가 쏘울에 비해 전장은 10mm 크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5mm, 25mm 작다. 실내공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2열공간은 쏘울이 조금 더 넉넉하게 느껴진다. 다만 트렁크공간은 쏘울 부스터가 364L, 티볼리가 423L로 티볼리가 앞선다. 

기아차가 쏘울 부스터를 출시하며 밝힌 연간 판매 목표는 2만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월평균 1600대 이상 판매해야 한다. 확 바뀐 3세대 모델은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다만 기아차가 쏘울 부스터를 박스카 대신 SUV로 자리매김했다면 "4륜구동을 옵션으로라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던 쏘울. 부스터라는 별칭을 달고 티볼리가 장악한 소형 가솔린 SUV 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아니면 스토닉 또는 니로와 간섭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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