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현대차 품질본부 압수수색..내수차별 환골탈태 가능할까
[칼럼]현대차 품질본부 압수수색..내수차별 환골탈태 가능할까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2.26 08:00
  • 조회수 6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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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알제리서 연간 6500대 상용차 공장 건립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지난 20일 검찰이 현대기아자동차 품질관리부서 압수수색을 했다. 현대기아차의 주력 엔진인 세타 Ⅱ 엔진 결함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검찰 측은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YMCA 자동차 안전센터)가 고발한 현대기아차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현대차가 품질 관리와 사후 서비스를 개선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내수 차별’의 불만을 해결할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가 1998년 기아차 인수 이후 지난 20년간 현대기아의 제품 라인업은 글로벌 제조사로써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디자인이나 실내 마감, 가성비까지 대중차 메이커로 세계 1위 토요타를 발 뒤꿈치까지 쫓아온 셈이다.

그러나 안방인 국내에서 현대기아의 사정은 다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안티 현대기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0년초 현대기아차가 미국 등 현지 생산공장을 건립할 때만 해도 박수를 보내며 성원했다. 소비자도 현대기아차를 사주며 응원했다. 하지만 점점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고 해외 시장을 먼저 생각하는 점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성장 과정을 보면 "(해외도 중요하지만) 안방을 지키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불거진 미국 '디트로이트 빅3'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자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값비싼 교훈이다.

현대기아차는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부품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모르쇠' 대응이 주류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는 ‘현대기아=내수차별’이라고 못 박혀 있다. 작게는 옵션 차이 정도지만 큰 범주로 보면 차량 결함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수준이나 속도에서 해외와 비교해 차별을 한다는 점이다. 북미나 중국 시장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즉각 해결에 나서는 데 비해 연간 100만대가 넘는 자국 소비층은 상대적으로 홀대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현대기아차 측은 "내수용과 수출형 모델의 품질이나 상품 차이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 리콜 대상이 된 세타 Ⅱ 엔진(GDI)
국내에서 리콜 대상이 된 세타 Ⅱ 엔진(GDI)

지난 2017년 현대기아차는 국토교통부 강제 리콜 결정에 따라 국내서 세타 Ⅱ 엔진을 장착한 23만8000대 차량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15,16년에는 미국에서 세타 Ⅱ 엔진을 장착한 47만대의 차량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국내보다 2년 앞서 동일 증상에 대한 리콜이 이뤄졌다. 현대기아차는 "내수 차량은 미국 생산 라인과 달라 문제가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기 바빴다.

현재 미국 뉴욕 남부지방검찰청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15,16년 미국에서 실시된 현대기아 미국법인의 세타 Ⅱ 엔진에 대한 리콜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본사 품질관리부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역시 국내서 실시된 리콜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건이다. 결국 이번 미국과 한국에서 검찰 조사의 가장 큰 쟁점은 "현대기아차가 세타 Ⅱ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며 적절한 사후조치를 미뤘는지"에 대한 사실 유무다.

기아자동차 카니발
기아자동차 카니발(수출명 세도나)

이번 국내 검찰 수사에서는 2016년 국토부가 제기한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결함 미신고 건'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어떤 의혹도 없었다'고 나올 경우 현대기아차는 면죄부를 얻을 수도 있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현대기아차는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반 국민이 이 결과에 승복할 지에 대한 신뢰 부분이다.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리콜과 관련돼 제기된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뿐더러 현대기아차가 내수를 차별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회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현대기아는 이번 수사 이전에 이미 내수용과 수출차에 장착되는 부품을 차별해 많은 소비자로부터 반감을 얻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기아 카니발(수출명-세도나) 마이너체인지를 꼽을 수 있다. 국내 판매 모델에는 유압식 스티어링을 장착하고 수출차에는 한 단계 앞선 전동식 스티어링(R-MDPS)를 달아서다. 이로 인해 내수 모델에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장착이 불가능했다. 이외에 북미나 중국 시장에서는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세우거나 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정 기간 내에 환불해주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례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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