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로그 단종 위기의 르노삼성..생존은 생산성 향상뿐
[분석]로그 단종 위기의 르노삼성..생존은 생산성 향상뿐
  • 박성민 에디터
  • 승인 2019.02.22 14:09
  • 조회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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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생산라인의 모습

르노삼성자동차의 앞날이 캄캄하다.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겹쳤다.

 내수 시장에서 2년 연속 5위를 기록하며 꼴찌를 기록했다. 내수에서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신차 부재다. 시장의 절반 이상이 SUV로 재편됐지만 르노삼성은 SUV 모델은 QM6 하나만 달랑 판매한다. 그러다보니 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둘 째는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닛산 중형 SUV 로그 생산 단종에 따른 문제와 연결된 임금인상 요구다. 이는 파업으로 번졌고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와 갈등으로 확대됐다.

지속되는 파업에 르노 본사 역시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첫 번째로 닛산 로그 생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파업에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2014년부터 르노삼성은 로그 미국 수출 물량을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올해 9월까지다. 문제는 이후 후속 차종 투입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본사가 꺼내 든 카드가 위협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부산공장 생산 물량의 절반(49.7%)이 로그다.  수출 물량만 따져보면 80%가 넘는다. 만약 로그 후속 차종이 배정이 안 될 경우 르노삼성 근로자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총 생산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근로자 역시 반만 남아도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21일 르노삼성 부회장이 부산 공장을 찾았다. 노조의 임금인상 주장과 르노의 입장을 함께 살펴보자.

르노 부회장 부산방문, 르노의 입장은?

르노 그룹 부회장 로스 모조스가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했다.
르노 그룹 부회장 로스 모조스가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했다.

로스 모조스 르노 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지난 1일 영상메세지를 보낸 데 이어 21일 부산공장을 방문했다. 영상메세지에서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 생산 물량을 줄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메세지를 전한 지 20일 지나 직접 찾은 것이다. 그는10시간 동안 공장에 머물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생산비용의 상승은 경쟁력 상실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르노그룹이 노사 갈등을 풀어낸 이야기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예로 들었다.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2 29만대에 가까운 연간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2005년 생산 차종의 판매 부진과 2009년 금융위기에 따른 유럽 및 스페인 경제 위기가 맞물려 1300명의 임직원에 대한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이는 현재 르노삼성의 모습과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바야돌리드 공장 직원들도 많은 생산물량 지속 요구를 하며 파업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진정한 변화는 2009 3년간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한 노사 대합의에서 시작됐다. 이후 바야돌리드 공장은 2017년 기준 25만대가 넘는 생산물량 중 92%를  수출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좋은 공장으로 거듭났다. 이 발언의 의미는 르노 본사가 노조 파업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인 셈이다. 

르노삼성이 일본 닛산 규슈공장과 로그 물량 배정을 놓고 경합을 벌이던 때가 2014년이다. 당시에는 부산 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규슈공장 대비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최근에는 역전돼  20%가량 더 높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르노삼성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연봉은 8000만원 수준(2017년 기준)으로 르노그룹 내 글로벌 공장 가운데  최상급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비용 저효율공장에 르노 본사가 물량을 배정해 줄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계속되는 노조의 파업, 그들의 주장은?

노조는 38차례 부분 파업을 했다. 누적 파업시간은 144시간에 이른다.

22일 현재 르노삼성 노조의 총 누적 파업 시간은 144시간(38차례)에 달한다. 추정 생산손실액은 수 백억원에 이를것으로 예상된다.  8개월째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한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에는 노조의 주장을 살펴보자.

절대 임금 수준이 2017년 기준 현대차 평균 임금 9200만 원의 85%에 불과한데다 부산공장은 생산성이 매우 높아 임금 인상 여력이 있다. 사측이 고정비 증가를 막기 위해 물량을 볼모로 삼고 있다" 

 부산공장의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UPH)는 66(2017년 기준)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자동차 1.1대를 만들 만큼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2012년 한 차례 구조조정 위기를 겪은 후 부품 자동공급 시스템 적용 비율이 30%에서 70%까지 높아지는 등 생산성 향상에 주력한 결과다. 2012UPH와 비교하면 40% 정도 효율이 좋아졌다. 노조는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한다.

우선 기본급 10667원 인상과 자기계발비 2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지급을 요구한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동결에 보상금·생산성 격려금 지급을 제시하고 있다르노 본사와 로그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을 앞둔 시점이가 기본급 인상이 어렵다고 거든다.

계속해서 내수 판매량이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 입장에서 노조의 요구는 더욱 악화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부산공장의 생존 여부는 르노의 신차 배정에 달려있다. 전체 생산 물량 중 수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부산공장은 수출 물량 확보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르노삼성이 로그 후속차를 확보해야할 중요한 시기에 지속된 파업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할 시기에 파업 만이 해법일지 노사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박성민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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