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 BMW·벤츠·아우디 열풍 - 3년 리스 만기 3000만원대 매물 쏟아져
중고차 시장에 BMW·벤츠·아우디 열풍 - 3년 리스 만기 3000만원대 매물 쏟아져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04 17:42
  • 조회수 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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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만대 규모 … 가격대 비슷한 국산 고급차 타격 예상





서울 양재동 오토갤러리의 수입차 매장을 찾은 고객이 딜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수입차 열풍이 거세다. 3년 리스 만기가 된 독일 프리미엄 중형차가 올해부터 매년 1만대 이상 쏟아진다. 특히 수입차 인기 모델인 독일 3총사 BMW 5시리즈, 벤츠 E 클래스, 아우디 A6가 그렇다. 신차 가격이 6000만원대인 이들 차량의 신차 판매는 2009년 9972대에 그쳤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끝난 2010년에는 100% 넘게 증가해 처음으로 1만대(1만9209대)를 넘어섰다. 이후 연 평균 3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3만대를 돌파(3만6462대)했고 올해는 4만대를 뛰어 넘을 전망이다.

이들 독일 3총사 판매의 50% 정도가 파이낸스나 캐피털 같은 금융사를 끼고 파는 리스 또는 할부금융 차량이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리스로 신차를 구입하면 구입비의 90% 이상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리스 판매가 인기다. 대부분 3년 리스로 신차를 구입한 뒤 만기가 되면 80% 이상이 중고차로 팔고 신차를 다시 구매한다.







리스로 탄 차는 내외관 상태 A급 많아

이런 구매 형태에 따라 올해부터 독일산 중형차가 중고차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올해만 어림잡아 1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는게 중고차 업계의 분석이다. 내년에는 1만대를 훌쩍 넘어 2016년부터는 2만대씩 이런 특급 매물이 쏟아진다.

중고차 시장에서 이들 차량의 가격은 차량 상태나 옵션에 따라 3100만∼3700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중고차 업계에 ‘귀하신 몸’이다. 가격만 적절하면 즉각 팔리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3년 지난 독일산 중형차의 경우 무사고에 주행거리 5만㎞ 이내, 내외관 상태가 A급인 차량이 3500만원 정도 한다”며 “특히 리스로 탄 차는 관리가 잘 된 경우가 많아 중고차 회전이 잘 된다”고 말한다.

이들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특급 매물이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신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중고차 가격 안정화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인증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이들 중고차를 구입한 뒤 200만원 정도를 내면 2년 동안 엔진오일 및 브레이크 패드 같은 각종 소모품을 무료로 교환해주는 패키지다. 3년 소모품 무상보증이 끝난 수입차의 수리비용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수입 중고차를 직영하는 SK엔카 관계자는 “6000만원대 수입 신차를 구매할 형편이 어려운 경우나 국산 중형차에서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이런 특급 매물을 주로 찾는다”고 말한다.

이어 “3년 된 독일산 중고차는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동력계통에 문제가 없는 데다 도장 상태가 국산차보다 좋아 잔 기스만 수리한 뒤 서비스 인증 패키지를 설명해주면 순식간에 팔린다”고 덧붙인다.

이런 특급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는 게 국산 고급 중·대형차다. 대표적인 게 신차 가격이 3000만원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현대차 뉴 그랜저(HG)와 기아차 K7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의 가격대는 3500만원 정도다. 3년 지난 독일 3총사와 가격대가 딱 맞물린다. 서울 중구 현대자동차 A영업소 관계자는 “그랜저를 구입하려던 고객 가운데 10명 중 한 두 명이 독일산 중고차와 비교하면서 망설이는 경우를 요즘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 이런 수입 중고차 영향으로 신차 판매가 타격을 받는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랜저보다 브랜드에서 뒤진 기아차 K7이 심각하다. 올해 1∼4월 판매가 8098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나 줄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입 신차 판매량을 지켜보면서 판촉 대책을 세웠는데 독일산 중고차가 올해부터 쏟아지면서 앞으로 신차 판매가 더욱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털어놓는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08년 14조원에 머물다 지난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껑충 성장해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불과 5년 만에 두 배로 커졌다. 거래대수 역시 신차 시장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는 320만대, 신차 등록은 150만대다. 신차 대비 중고차거래 비율이 독일·프랑스와 맞먹는다. 2017년 중고차 거래는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요즘 인기 중고차는 연비 좋은 차, 레저 붐에 따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입차다.

중고차 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한 것은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온라인 거래가 확산한 게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신차 품질이 올라가면서 중고차의 내구성이 좋아졌고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고차 매매에 뛰어들면서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좋아졌다. 요즘 중고차 매매는 열에 아홉이 인터넷 거래다.

서울 가양동이나 장한평 매매단지를 일일이 발품을 팔면서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 중고차 정보가 늘어난 덕에 중고차 사이트에서 클릭 서너 번이면 해당 중고차의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 게시된 매물의 시세와 특징을 꼼꼼히 비교해본 뒤 매장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한다.

국산차의 성능과 내구성이 개선되면서 탈 만한 중고차가 많아 졌다. 서울 가양동에서 중고차 매매를 하는 김성문(44)씨는 “2000년대 초까지 생산한 국산차는 10만㎞ 정도 타면 성능이 뚝 떨어지고 부식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20만㎞도 문제가 없을 만큼 내구성이 좋아져 중고차 거래가 늘었다”고 설명한다.

대기업 계열사가 중고차 매매에 참가한 것도 중고차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2000년 SK엔카가 국내 최초로 온라인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이후 GS카넷·현대캐피탈 등 대기업이 가세하면서 판을 키웠다. 이들은 중고차 거래에 필수 정보인 시세부터 사고 유무, 옵션 등 자료를 공개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낮췄다.

SK엔카의 경우 하루 평균 약 20만명 이상이 방문해 중고차를 찾는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가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해외 업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엔카는 온라인 사업부문을 분리, 전체 지분의 49.9%(24만9999주)를 1175억원에 호주 카세일즈닷컴에 매각했다. 카세일즈닷컴은 호주 1위의 온라인 자동차 매매 업체다.

눈 여겨 볼 부문은 중고차 시장에 수입차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다. SK엔카(www.encar.com)에 따르면 수입 중고차 등록대수는 2010년 5만8658대로 전체 중고차에서 비중이 8.5%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11.6%(11만9385대)로 증가했고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13.5%(5만6579대)로 급등했다. 연내 15%를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중고차 거래는 디젤차가 이끈다. 수입차 신차 판매에서 디젤차가 인기인 것처럼 수입 중고차도 디젤이 더 잘 팔린다.

수입차 신차 등록에서 디젤 비중은 2012년 50%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에 60%를 돌파했다. 올해는 디젤 쏠림이 더 심해져 1∼4월 디젤 비중은 전체 차량의 70%에 달했다. BMW코리아 인증 중고차 관계자는 “520d 같은 디젤 중고차는 가솔린 동급 모델보다 200만원 정도 비싸지만 매물로 나오면 일주일 이내에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수입 중고차 시장이 커진 것은 할부금융 이용자가 증가한 것도 한 이유로 작용한다. 수입차 딜러 관계자는 “6000만원대 수입차의 경우 3년 탄 뒤 중고로 팔고 그 금액으로 3년 할부를 더해 신차로 갈아타는 30,4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2010년부터 3년 유예할부제도를 본격 도입했다.

6000만원대 독일산 중형차를 신차로 살 경우, 처음 계약금 10%(약 600만원)을 내고 차값의 30%에 해당하는 원금과 이자를 3년 동안 나눠서 낸다. 매달 60만∼70만원을 내고 3년 후에 나머지 잔금인 60%를 한꺼번에 갚는 구조다. 통상 3년 만기가 지나면 이들 유예할부 차량의 절반 이상이 중고차 매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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