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슈]일본차 택시 볼 수 없는 이유..현대차는 많은데
[중국이슈]일본차 택시 볼 수 없는 이유..현대차는 많은데
  • 남기연 에디터
  • 승인 2019.03.10 08:00
  • 조회수 7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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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가면 대부분 택시가 토요타,혼다,닛산,마쓰다 등 일본 차량이다. 역으로 중국 대륙을 가면 길거리에서 일본 브랜드 택시를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왜 홍콩을 제외한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본산 택시를 볼 수 없는 것일까? 

2001년 한국의 현대차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아반떼 택시 마케팅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다. 한국차의 내구성뿐 아니라 가성비, 브랜드 홍보 뿐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신뢰도를 쌓았다. 그러면서 12년 만에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하는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처럼 택시는 대중차 업체에서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일본차가 중국에서 택시 마케팅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중국 택시 시장을 폴크스바겐이 미리 선점했다는 점이다. 폴크스바겐은 1989년 외국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지역마다 택시 모델이 다르지만 폴크스바겐이 전국적으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베이징에 가면 현대차 택시도 많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택시로 구매하기에 일본차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운수사업상 택시로 적합한 차량은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일본차가 품질과 성능이 좋은 것은 확실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일본차와 성능이 비슷하면서 품질도 괜찮은 경쟁자가 바로 폴크스바겐이다. 우리나라에서 쏘나타가 국민 택시로 불리듯이 중국에서는 준중형 세단인 중국형 제타 '사지타(速腾)'가 국민택시로 군림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과 품질이 비슷한 폴크스바겐만 인기가 있는지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폴크스바겐은 일본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기 전인 1990년대 중반 비교적 빨리 택시 업계로 진출해 자리를 선점했다. 비슷한 급의 일본차로 택시 시장을 가져오기 힘들어진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에서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集团), 이치자동차(中国一汽)와 합작사를 만들어 연간 200만대 이상 폴크스바겐 차량을 판매한다. 지난해도 자동차 판매량 1,2위에 랭크되는 등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제타의 중국형 모델 사지타 택시

세 번째는 일본차의 보수적인 브랜드 보호 의식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택시 시장을 빼앗아 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빼앗아 오지 ‘않’는 것에 가깝다. 일본차가 진정 택시업계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폴크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가져올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차는 택시 마케팅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다. 택시로 판매하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위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토요타, 닛산과 같은 일본 업체들은 이를 우려해 택시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는 현대차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베이징을 가보면 대부분의 택시가 현대 아반떼XD (현지명 엘란트라)다. 현대차는 2002년 베이징시 표준 택시로 선정될만큼 중국 진출 초기에 택시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바가 있다. 

베이징시 대표 택시인 현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네 번째로 거대 딜러를 이미 확보했다는 점이다. 폴크스바겐 택시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중하위권 브랜드 차량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초기 택시 마케팅에 전력했던 것처럼 중하위 브랜드들이 택시 마케팅에 전력한다. 토요타,혼다 등 일본 브랜드는 이미 현지 거물급 딜러를 유치해 택시 시장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판매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차가 택시로 이용되지 않은 데는 중-일간 좋지 않은 국민 감정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모든 중국인이 일본 제품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꺼리는 마음을 어딘가 가지고 있다. 일본차가 택시로 등장할 경우 빈축을 살 수 있어 택시 업체들이 일본차 구입을 꺼리는 것도 일부 작용한다. 

남기연 에디터 gy.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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