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승도 않고 차를 사는 나라..사전계약의 허실
[이슈]시승도 않고 차를 사는 나라..사전계약의 허실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3.21 08:00
  • 조회수 6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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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나타
신형 쏘나타 사전계약이 5일만에 1만대에 달했다.

지난 11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한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가 사전계약 5일만에 1만대를 넘어섰다. 날렵한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대표 중형 세단의 부활을 알리며 그동안 굳어진 택시 이미지를 탈피할 모양세다.

한국에는 독특한 자동차 구매 패턴이 있다. 바로 사전계약이다. 수 천 만원하는 새 차를 타보지도 않고 사겠다는 게 사전계약의 사전적 정의다. 물론 사전계약 물량이 곧 판매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사전계약을 마케팅의 중요한 전략으로 여긴다. 통상 사전계약은 10만~30만원 정도 예약금을 걸고 개인 정보만 등록하면 된다.  

가장 큰 이유는 광고 효과다. 신차를 정식 출시하기 전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사전계약 때는 모든 신차 정보를 공개하진 않는다. 사전계약 앞뒤로 찔끔찔끔 차량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신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사전계약 기간 동안 몇 대의 계약이 이뤄졌는지를 광고에 활용 할 수도 있다.

사전계약을 하면 실제 출시 이후 영업일수보다 더 긴 시간 영업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출시 첫 달의 판매량을 크게 부풀릴 수 있다. 또 신차 구매 대기층을 출시 때까지 묶어두는 효과도 있다. 사전계약을 통해 구매 일정을 앞당기게 하거나 경쟁사로의 이탈을 막을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트림 및 옵션 선호도를 파악해 생산 물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출고 적체를 방지한다. 수입차의 경우 사전계약 비율로 수입 물량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보름 만에 사전계약만 2만대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문제는 대형 SUV 시장 수요에 대한 분석이 허술하게 진행되면서 결국 사전계약을 해도 6개월 이상 기달리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싼타페 인스퍼레이션
국내 소비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싼타페 인스퍼레이션

사전계약이 이처럼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소비자에게 혜택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할인도 없을 뿐더러 남들보다 빨리 신차를 타면서 각종 오류를 몸으로 체감해야 하는 '마루타' 역할을 해야 한다. 통상 "국산 신차를 구매하려면 출시 6개월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 불량이나 결함을 모두 해결한 차를 사는 게 좋다"는 게 정설이다. 신차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함이 발생하거나 옵션이나 트림의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실례로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싼타페는 출시 6개월 만에 안개등과 외관 디자인 등을 변경한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추가해 기존 신차 구매 고객의 공분을 산 바 있다. 6개월 만에 신차를 헌차로 만들었다는 이유다. 한국GM 아베오RS도 출시 초기에는 130마력 모델로 출시했다가 6개월만에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출력을 140마력으로 높이기도 했다.

수입차의 경우 초기 결함 문제는 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국내에 출시되는 수입차의 경우 이미 해외 출시 수개월이 흐른 이후 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수입차를 사전 계약으로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해외 정보를 찾아 내가 사려는 차량이 해외에서 불량이 없었는지, 평가가 어떤지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쉐보레 시승신청
현대차 시승신청

차량을 구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승을 해보고 비교 평가를 하는 것이다. 각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시승 신청란이 제대로 마련돼 있다. 내가 구매 할 차량 후보를 미리 타 보고 평가할 기회다.  몇 만원짜리 옷을 살 때도 대부분 내 몸에 맞는지 입어 보고 결정한다. 그러나 정작 수 천 만원의 돈을 지불해야 하고 반품도 불가능한 신차를 구매하면서 제대로 된 시승도 하지 않고 사전계약을 한 다는 것은 어찌보면 어설픈 구매 행태다. 소비자가 봉이 되는 것을 자처하는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바꾸기 어렵다. 몇 달 이후 맘에 들지 않아 중고차로 팔려면 10~20%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사전계약 보다 시승을 해보면서 궁금한 점을 영업사원에게 물어보고 승차감이나 성능, 연비나 적재공간이 잘 맞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게 좋다. 아울러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차량이 어떤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는 차 보다는 출퇴근 용도인지, 주말 레저용인지, 레저용이라도 큰 짐을 실어야 하는지 등 생각해 볼 요소가 여러가지다. 사전계약으로 인기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출시 이후 발생되는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인터넷에서 살펴본 뒤 시승 이후 구매를 결정하는 게 SNS 시대에 현명한 자동차 구매법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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