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디젤 죽고 하이브리드 살고..토요타,혼다 강세 재현
수입차 디젤 죽고 하이브리드 살고..토요타,혼다 강세 재현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04.17 08:00
  • 조회수 3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리먼쇼크 금융위기를 막 벗어났을 때다. BMW를 필두로 벤츠, 아우디,폴크스바겐,포르쉐 같은 독일차 업체들은 디젤 승용차를  '클린 디젤'이라는 이미지로 포장을 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당시 이만의 환경부 장관까지 나서 독일 디젤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곤 했다. 오죽하면 BMW 독일 본사를 당시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초청으로 이 장관이 직접 다녀왔을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수입차=디젤’이라는 공식이 통했다. 5000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가 세단이던 SUV던 가릴것 없이 소음과 진동이 가솔린에 비해 심한 디젤 엔진을 얹고도 불티나게 팔렸다. 정말 희한한 것은 1억5000만원대가 넘는 벤츠 S클래스까지 한국에서만 유독 디젤 모델이 잘 팔렸다. 세계에서 S클래스 및 BMW 7시리즈 디젤차를 가장 많이 파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한국이 된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세먼지보다는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많았다.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가솔린이나 LPG에 비해 디젤엔진이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친환경 디젤에 맞장구를 친 것은 한국 내수시장의 절대적 강자인 현대기아차다. 그런 디젤 승용차 판매가 차곡차곡 누적해 쌓이면서 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미세먼지 사태가 찾아온 게 요즘이다.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클린 디젤 집중 이전 수입차 시장은 가솔린 엔진 일색이었다. 2004~8년까지는 가솔린 엔진에 강점이 있는 일본차 업체가 수입차 시장을 석권했다. 렉서스, 혼다가 주인공이다. 클린 디젤 바람이 불면서 일본차는 수입차 시장에서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폴크스바겐은 클린 디젤을 앞세워 판매량을 끌어 올리다가 결국 디젤 게이트로 사단이 났다.

그러나 2015년 9월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강타한 폴크스바겐-아우디의 '디젤 게이트'는 디젤 장벽 붕괴의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BMW코리아의 디젤 엔진 화재 사건이 이어지면서 한국발 대형 리콜이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디젤 승용차 수입을 위해 허위로 서류를 조작하면서 인증 담당 부장이 구속됐다. 여기에 S클래스 디젤 배기가스 위반에 디젤 엔진 요소수 조작 의혹까지 겹쳤다.

이런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각종 규제가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또 디젤 엔진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소비자 불신도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면서 경유차 수요를 일부 LPG로 대체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런 정책 변화에 전문가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평가한다. LPG가 디젤 엔진에 비해 미세 먼지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디젤, 가솔린, LPG 연료 가운데 LPG 연비가 가장 떨어질뿐 아니라 동일 거리를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장 많다고 지적한다. 또 직분사 방식을 사용하는 LPG는 미세먼지 배출량도 상당하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동화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부 국가에서는 내연기관 퇴출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다. 덴마크, 독일, 인도는 2030년부터 대도심을 중심으로 휘발유와 경유차의 판매를 금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40년 경유나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추진 중이다.

렉서스 ES300h
수입차 하이브리드 판매 1위 렉서스 ES300h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가 대세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LPG가 일부 대안으로 꼽히지만 사실상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디젤의 빈자리는 하이브리드가 채우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전디젤엔진의 공백을 메울 현실적인 대안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의 강자로는 토요타가 꼽힌다. 실제로 렉서스의 대표 모델 ES300h는 하이브리드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지난해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은 총 3만360대로 전체 판매량의 11.6%를 기록했다. 2017년에 비해 33%나 증가한 수치다. 휘발유나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 차가 두 자리 수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토요타의 캠리의 경우 지난해 일반 가솔린 모델(3869대)보다 하이브리드 모델(5595대) 판매량이 앞섰다.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는 현대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그랜저,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는 1달 이상 출고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수요를 하이브리드차가 흡수하고 있다”며 “디젤 중심의 판매 라인업을 구축한 독일차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은 낮아졌지만 반대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앞세운 일본업체의 점유율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산재해 있다. 전기차나 수소 전기차의 경우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배출량이 내연기관에 비해 '제로'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비싼 차량 가격을 상당 부분 정부 보조금에 기대고 있다. 짧은 주행거리와 충분치 못한 충전 인프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 모델3,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선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동화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자동차 제조사는 미래 생존 전략으로 경쟁적으로 전동화에 뛰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가 자율주행차의 기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테슬라와 같은 신생 기업뿐 아니라 IT업계의 거두인 애플,구글까지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 될 수 밖에 없다. 전동화 바람..결국 자동차 제조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