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잘 숙성된 된장 같은 서스펜션..쫀득한 맛 푸조 508
[시승기]잘 숙성된 된장 같은 서스펜션..쫀득한 맛 푸조 508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9.06.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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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푸조 508 GT
2019 푸조 508 La Premiere

사자 모양의 로고로 유명한 프랑스 푸조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첫 째는 벤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자동차 메이커다. 그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푸조 로고가 붙은 식탁용 후추 그라인더(분쇄기)다. 1870년대부터 생산을 시작한 후추분쇄기는 지금도 전 세계 유명 레스토랑과 가정의 식탁에서 널리 쓰인다. 연간 500만개 이상 팔릴 만큼 이 분야에선 최고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푸조는 현존하는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하나의 로고를 사용한 회사다.

이런 푸조의 매력이 넘치는 플래그십 중형 세단 508을 만났다. 그것도 가장 상위 트림인 한정판 ‘GT 라 프리미어’다. 가격이 무려 5천만원을 넘어간다.

개성이 넘치는 푸조 508의 외관
개성이 넘치는 푸조 508의 외관

8년 만에 풀모델체인지로 거듭난 508은 곳곳에 푸조 특유의 개성이 넘친다. 남들을 따라하지 않고 내 것을 고집하는 푸조 만의 특징이다. 요즘 신형 중형 세단은 엇비슷하다. 기존 모델보다 차체는 커지고,디지털 기능을 보강하고,LED로 헤드램프를 동양인의 눈처럼 날카롭게 가늘게 만든다.  후면은 쿠페형 패스트백 디자인 일색이다.

508은 우선 기존 모델보다 전장 등 크기가 작아졌다. 여기에 기존 4도어 세단에서 5도어 진짜 패스트백으로 변신했다. C필러를 거쳐 트렁크까지 날렵하게 떨어지는 쿠페형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기존 개구리 입처럼 툭 튀어나온 프론트오버행도 제대로 정비해 잘룩하게 짧아졌다. 풀 LED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로 처리해 강인함을 더했다.  

헤드램프 양 끝에는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 한 주간 주행등이 자리 잡았다.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룩이다. 적어도 기존 푸조의 기이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날렵한 스포티 세단으로 변신했다.

송곳니를 드러낸 앙칼진 인상이 돋보인다
송곳니를 한껏 드러낸 앙칼진 인상이 돋보인다
유려한 패스트백 루프라인과 프레임리스 도어가 멋을 더한다
유려한 패스트백 루프라인과 프레임리스 도어가 멋을 더한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차체가 작아졌지만 실내는 넉넉하다는 점이다. 길이는 4750mm로 동급 쏘나타 4900mm에 비해 훨씬 짤막하다. 대신 휠베이스(2800mm)는 쏘나타(2840mm)와 차이가 크지 않다. 아울러 기존 모델에 비해 차체를 35mm 낮춰 더욱 스포티해졌다. 깔끔한 프레임리스 윈도, C필러에 카본 장식을 입힌 것도 매력 포인트다. 휠은 17인치부터 19인치까지 마련돼 있다. 시승차는 커다란 19인치 휠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를 신었다.

뒷모습 역시 독특함 그 자체다. 우선 호랑이 발톱을 형상화했다는 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램프 사이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채워 차체가 넓어 보인다. 떡 벌어진 풍채다. 트렁크는 통째로 열리는 해치 게이트 방식이다. 짐을 실을 때 편리하다. 트렁크리드는 스포츠카처럼 두툼하게 말아 올려 디자인 특징을 주면서 고속에서 다운포스 효과도 노렸다.

2019 푸조 508 La Premiere 실내
한국인이 선호하는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췄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다양한 옵션을 갖췄다

실내는 역시나 푸조 답다. 버튼이나 각종 기능 배치가 평범하지 않다. 위아래가 잘린 작은 스티어링휠,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토글 스위치, 후륜구동차처럼 불뚝 솟아오른 센터터널이 그렇다. 여기에 12.3인치 대형 디지털 계기판이 달려 시원하다. 나파 가죽으로 감싼 시트 역시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특이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여럿이다. 컵홀더는 입구가 작아 테이크아웃 음료수 두 개를 겨우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는 센터터널 아래에 숨어 있다. 충천 후 스마트폰은 그냥 놓고 내리기 쉽겠다. 기어 노브 오른쪽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작은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겨우 넣을 정도다. 5천만원이 넘는 차인데도 플라스틱 소재 마감은 대중차 수준이다.

뒷좌석 공간은 평범한 수준이다
패스트백 디자인을 감안하면 무난한 공간(신장 173cm기자 탑승)

뒷좌석은 의외로 여유롭다. 헤드룸을 감안해 뒷좌석 천장이 오목하게 들어갔다. 무릎 공간도 넉넉하다. 2열 편의장비는 열선이 빠진 게 아쉽지만 송풍구와 USB 충전포트를 갖췄다.

파워트레인은 2.0L BlueHDi 디젤 엔진에 아이신제 8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로 상상 이상의 가속력을 보여준다.

2.0L 디젤엔진은 넉넉한 토크로 차를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2.0L 디젤엔진은 경쾌한 주행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는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다. 카랑카랑하는 디젤음과 잔진동이 살짝 느껴진다. 악셀을 밟으면 중저속에서 힘차게 가속된다. 달리기 시작하면 디젤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시속 110km를 넘으면 풍절음이 다소 거슬린다. 자동차의 기본기인 잘 달리고, 잘 돌고,잘 서는 3박자가 확실하다. 저속보다는 고속에서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주행 중 가장 큰 매력은 푸조 특유의 말랑한 서스펜션이다. 잘 숙성된 된장이 맛이라고 할까. 부드럽지만 코너를 제대로 감아 돌릴 뿐 아니라 도로에 달라 붙은 껌처럼 타이어를 바닥에 제대로 밀착시킨다. 여기에 달릴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km 내외로 주행하면 연비가 L당 20km를 넘어선다. 하이브리드가 부럽지 않다. 

액티브 서스펜션은 과격한 주행에서도 매끈한 승차감을 유지한다
나이트비전 등 첨단 안전사양도 빼먹지 않았다
나이트비전 등 첨단 안전사양도 빼먹지 않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제법 차이가 느껴진다. 악셀 페달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운전대는 묵직해 진다. 서스펜션 변화도 감지된다. 가변 댐핑 기능이 더해진 액티브 서스펜션이 하체를 단단히 조여준다.

첨단 안전장비도 남부럽지않다. 기본형인 1.5L 알뤼르부터 차로 이탈 방지, 자동 긴급 제동, 오토 하이빔, 사각지대 경고는 모든 트림에 장착된다. 고급형인 GT 라인부터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달린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정차 및 간단한 버튼이나 페달 조작으로 재출발까지 가능하다. GT 라 프리미어는 나이트 비전도 달렸다. 적외선 카메라로 야간에 물체를 감지한다.

제대로 만들어 가격도 제대로 받는다

508은 외관부터 내장, 편의장치까지 기존 푸조 모델에 비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제대로 공을 들여 만든 차다.  

문제는 경쟁차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다. 뉴 508 기본형인 1.5L 알뤼르는 399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가장 많이 팔릴 2.0L 알뤼르는 4398만 원이다. 동급 현대차 그랜저와 비교해도 무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옵션을 잔뜩 넣은 GT Line 4791만 원, GT 5129만 원, 한정판인 라 프리미어는 5427만 원이다. 일본 경쟁 모델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에 버금가거나 더 비싸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 중형 세단을 4,5천만원대에 구입하기에는 지갑을 열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508은 500만원 이상의 강력한 프로모션이 뒤따른다면 과감히 장바구니에 넣어 볼만한 차다. 나만의 개성을 확실히 뽐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꽤 좋은 차다.

 

한 줄 평

장점 : 왠만한 둔턱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나긋나긋한 승차감, 확실한 개성

단점 : 그랜저보다 1000만원이나 비싼 가격. 캠리 • 어코드 보다 비싸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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