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그랜저 롱휠베이스 논란..늘릴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다
[분석]그랜저 롱휠베이스 논란..늘릴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다
  • 홍성국
  • 승인 2019.08.03 08:00
  • 조회수 6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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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IG 후속작이 나올 예정이다.
올해 연말 현대 그랜저IG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온다.

올해 연말 페이스리프를 단행할 현대차 그랜저를 놓고 최근 '휠베이스를 늘린 롱 휠베이스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는 한 언론사의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그랜저 구입을 고려하고 있던 소비자에게는 입맛을 당기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사실무근'이라는 현대차 관계자의 멘트가 나오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눈길을 끈 것은 그랜저 롱휠베이스 모델에 대한 포털 댓글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이라면 적어도 휠베이스를 200mm 이상 늘리는 형태다. 제네시스 G90 리무진 모델도 휠베이스를 290mm 늘렸다. 

그랜저 롱 휠베이스가 나온다는 언론사의 보도에 한때 포털사이트가 들썩였다.
그랜저 롱 휠베이스가 나온다는 보도로 한 때 포털사이트가 들썩였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그랜저는 휠베이스를 마냥 늘릴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기술적인 한계가 아니다. 실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K7은 휠베이스가 2855mm로 그랜저에 비해 10mm 길다. 이 외에도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휠베이스가 다른 차량이 많이 있다.

현대는 그랜저가 젊어지기를 바란다

각 그랜저라고 불렸던 1986년식 현대 1세대 그랜저
각 그랜저라고 불렸던 1986년식 현대 1세대 그랜저

1986년 현대자동차는 그랜저를 출시하며 성공한 40~50대의 자동차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사람들은 그랜저를 성공의 대명사로 생각했다. 30년이 지나 2015년 11월 현대자동차는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했다. 이제 성공한 40~50대 차는 제네시스라야 한다. 이후 현대는 자체 모델의 급 나누기를 시작했다.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의 로고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의 로고

 그 시작이 그랜저다. 그랜저가 여전히 40~50대 전유물이면 제네시스는 입장이 곤란하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2016년 그랜저IG 출시 당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내놨다. 아울러 보다 젊은 층인 30,40대를 타깃으로 한 웹드라마 ‘특근’을 제작했다.

이 드라마에는 1986년식 1세대 그랜저를 배우 김상중이 타고 등장한다. 이후 등장하는 젊은 배우 주원은 그랜저 IG를 타고 각종 사건을 해결한다. 현대자동차 마케팅 타겟의 변화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후 드라마 ‘터널’에서 배우 윤현민이 ‘비밀의 숲’에서는 배우 조승우가 그랜저를 이용했다. 모두 30,40대 초반 배우다. 그랜저의 목표 소비자를 30~40대로 각인시켜주는 전략이다. 

이러한 현대차의 노력은 주 소비층을 30~40대로 내리는 데 성공했다. 덩달아 판매량도 상승했다.

이 드라마를 놓고 보더라도 현대차가 이제와서 그랜서 롱 휠베이스 모델을 만들 이유가 없다. 단순히 공간만 넓어지는 게 아니라 차량의 콘셉이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제네시스와의 차별을 두겠다는 현대차는 자충수를 두는 꼴이다. 

오너 드리븐과 쇼퍼 드리븐을 모두 포기하는 바보

전륜구동 자동차는 구조적 특성상 동력장치 모든 부분이 보닛에 담겨 앞이 더 무겁다. 덕분에 직진안정성과 악천후 주행안정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부품이 적어 생산비용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뒷쪽의 무게가 가벼워 피시테일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후륜구동은 차량 중앙을 관통하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있고 여기에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디퍼렌셜 기어가 붙어 있어 뒷부분도 무거워진다.  

전륜구동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잘 다듬어진 현가장치와 각종 전자장비를 통해 이런 현상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뒷좌석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그랜저를 완전한 쇼퍼드리븐 차량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도 곤란하다. 

현재 그랜저IG는 30~40대 직장인들이 출퇴근 하거나 가족과 함께 근교로 드라이브 가는데 안성맞춤인 차다. 부모님을 태우고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가끔 귀빈을 모시는데도 적절한 고급감도 갖췄다.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의 적절한 경계선상에 있는 차다. 그랜저는 이 점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매혹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랜저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출시하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세계적인 SUV 호황으로 세단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그랜저는 아직까지도 현대차의 알토란 같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따라서 뒷좌석 전용을 강조하는 롱 휠베이스 모델을 내놓은 것은 자충수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 나올 그랜저가 전장을 조금 더 늘린다는 소식이 와전되었을 것”이라며 관련 주장을 일축한다. 그랜저는 이제 막 두 번째 물결을 탄 셈이다. 가만히 두더라도 순탄히 항속하는 배다. 굳이 역풍일지 순풍일지 모를 바람을 만나려 돛을 펼칠 이유가 없다.

홍성국 에디터 sk.hong@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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