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작도 아닌데 출고대기만 6개월..애간장 태우는 귀한 차
수제작도 아닌데 출고대기만 6개월..애간장 태우는 귀한 차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10.21 08:00
  • 조회수 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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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현대 팰리세이드, 볼보 V60 CC, 기아 모하비

한국인의 특성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빨리빨리' 문화다. 한국인은 뭔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한강 시민공원 잔디밭에서 빠르게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택배로 물건을 주문하면 길어도 이틀 안에는 물건을 받아 봐야 성이 찬다. 만약 물건을 주문했는데 한 달 넘게 기다리라고 하면 구매를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요즘 경기 불황까지 겹쳐 재고차량을 떨이 판매하는 경우가 속속 등장한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수입차 재고처리 이외에도 수입차 1등인 벤츠부터 BMW, 아우디까지 10% 할인은 기본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가운데 물량 부족으로 출고 대기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자동차 모델도 여럿 있다. 5~10년 만에 한 번씩 구매하는 자동차 출고 대기가 한 두달을 넘어 반년 이상 기다리라고 하면 애간장을 녹이는 것 정도가 아니라 짜증과 심하면 분노가 유발될 수도 있다. 도대체 어떤 차일까.

현대 팰리세이드
현대 팰리세이드

출고 대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델은 바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다. 지난해말 혜성처럼 등장한 팰리세이드는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편의장비, 그리고 큰 차체를 앞세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팰리세이드 출고 대기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 출시 초기 1년 이상 기다려야 했던 것보단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기 물량은 3만5천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팰리세이드 출고 대기가 길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물량 예측 실패다. 현대차는 당초 팰리세이드의 연간 판매목표를 2만5000대로 잡았다. 하지만 출시 한 달 만에 계약만 연간 판매 목표를 뛰어넘었다. 현재 현대차가 밝힌 팰리세이드 내수 판매 목표는 9만5000대다.

두 번째는 북미 수출시장 공급이다. 현재 울산공장에서 조립하는 팰리세이드의 월간 생산량은 약 8600대다. 이 중 5000대는 북미 수출용이다. 나머지 3600대 정도가 내수 물량이다. 현재 출고 대기 물량 3만6000대를 단순 계산 해보면 10개월은 지나야 출고 대기가 풀린다. 물론 그 사이에 추가 계약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다. 기록적인 대기 기간으로 볼 수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 외장
모하비 더 마스터

지난달 2번째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기아자동차 모하비도 연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모델이 됐다. 현재 모하비 더 마스터를 계약하면 출고 대기가 6개월에 달한다. 기아차는 출시 당시 연간 판매 목표를 2만대라고 밝혔다. 월간 약1600대씩 판매하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10월 초까지 계약된 모하비는 총1만3000여대다. 모하비의 월간 생산 대수는 2천대 가량이다. 지금 계약하면 적어도 6개월은 기다려야 차량을 출고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높은 인기로 증산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현재 모하비는 쏘렌토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혼류 생산한다. 쏘렌토가 완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쉽사리 모하비 생산을 위해 볼륨 모델 생산량을 줄이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모하비를 구매하기 위해선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볼보 신형 크로스컨트리(V60)
볼보 크로스컨트리(V60)

수입차 중에서도 출고 대기가 엄청난 모델이 꽤 있다. 특히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볼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해 출시한 소형 SUV XC40을 시작으로 올해 초 출시한 V60CC, 지난달 출시한 S60까지 모두 현재 계약해도 적어도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 가까이 출고 대기를 해야한다.

볼보코리아는 물량 수급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대기 기간이 6개월이 넘어서면서 경쟁 모델들이 파격적인 할인을 앞세워 공격을 하자 고객 이탈률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볼보코리아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9월 등장한 볼보 S60의 경우 한국 배정 물량은 1000대다. 지난 8월까지 진행된 사전 계약에서만 2200대의 계약이 이뤄졌다. 사실상 올해 차량을 인도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내년에는 배정 물량을 늘려 2000~3000대를 수입할 예정이지만 하반기나 돼야 대기 기간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나온 V60CC는 1년 대기가 태반이다. 정말 귀하신 몸이다.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일본 브랜드 인기 모델도 출고 대기가 6개월을 넘긴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입 물량이 적은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다. 출고까지 최소 6개월이 걸렸지만 요즘에는 계약과 동시에 1,2주 만에 인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출고 대기가 길면 '인기가 많아 좋겠다'는 부러운 시선도 있다. 하지만 출고 대기 물량이 밀려있는 것은 제조사나 판매사에 있어 달갑지만은 않다. 대기 고객의 피로도가 누적되면 이탈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판매를 성사 시키지 못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출고 대기는 길었지만 실제 등록돼 판매로 집계되는 차량은 얼마 안 되는 기현상도 생길 수 있다. 또 경쟁사의 신차 출시 역시 고객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귀하신 몸은 결국 경영적 미스라는 얘기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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