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 디젤엔진 얹고 독일차 잡는다
TEST-DRIVE - 디젤엔진 얹고 독일차 잡는다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5.08.03 18:03
  • 조회수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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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과 한국지엠 말리부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독일산 디젤엔진을 적용해 성능과 연비 모두 높인 덕분이다. 디젤차 경쟁 2막이 시작됐다.



인피니티 Q50


인피니티 Q50








지난해 수입차 시장의 키워드 중 하나는 디젤엔진.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엔진 모델의 비중은 62.1%로 가솔린 모델(33.8%)을 압도했다. 연료 효율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디젤엔진 모델을 선택한 결과다. 디젤엔진을 얹은 독일차는 선전했고, 그 역풍을 맞은 일본차는 판매량 추락에 신음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차가 재기에 나섰다. 선두엔 인피니티 Q50이 섰다. 지난 2월초 출시 후 첫 달 218대, 3월 258대를 판매하며 당초 목표였던 월 200대를 훌쩍 넘었다. 인피니티 전체 모델 2~3월 판매대수 574대의 82.9%에 달한다. 대기 고객은 5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인기의 이유는 독일산 디젤엔진이다. 그동안 연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인피니티는 Q50에 메르세데스 벤츠 디젤엔진을 얹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다수인 일본차 모델에서 유일하게 디젤엔진을 장착한 것이 ‘반전의 열쇠’가 됐다. 인피니티코리아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구매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효율성이 높은 독일 세단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인피니티 Q50은 이 두 가지 면에서 독일 세단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고 무엇보다 경쟁 차종 대비 더 많은 편의사양을 갖췄다”고 말했다.

고속주행에서 빛나는 스포츠 세단

지난 4월 이틀에 걸쳐 Q50을 시승했다. 인피니티는 2014년형 모델부터 ‘Q’ 네이밍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세단·쿠페·컨버터블은 모델명 앞에 ‘Q’를, SUV와 크로스오버는 모델명 앞에 ‘QX’를 붙인다. Q50은 스포츠세단을 추구한다.

첫 느낌은 ‘다소 묵직하고 딱딱하다’였다. 운전대에 앉아 핸들을 쥐자 묵직함이 양손으로 전해진다. 첫 느낌만 그럴줄 알았는데 핸들링에도 힘이 실렸다. 주행을 시작하자 최근 트렌드와 달리 서스펜션이 딱딱해 도로 상태가 그대로 몸에 전달됐다. 하지만 차체의 떨림은 많이 사라졌다. ‘디젤차 하면 독일차’라는 인식이 강해서일까? Q50을 시승하는 내내 독일 디젤차와 비교하게 됐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톨게이트를 거쳐 경기도 화성시 동탄IC까지 내달렸다. 마침 출근시간대가 지나 차가 많지 않았다.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초반 응답성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속 100㎞ 이상으로 가속하자 중후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시속 100㎞ 남짓 달리는 차량 사이를 속도 내어 넘나들었다. 순간 가속력이 높아 거침없이 운전할 수 있었다. 시속 150㎞ 이상에서도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40.8㎏·m의 엔진을 탑재한 Q50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속도는 230㎞/h.

주행 내내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외부 소음을 제어해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 덕분이다. 주행 모드는 퍼스널, 스포츠, 스노우, 노멀 등 4가지다. 고속 주행에서 스포츠 모드는 드라이브 맛이 난다. 다만 저속 주행시 엔진소리가 다소 귀에 거슬렸다. 고속 주행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일부에선 ‘마치 튜닝한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가하지만 세단에 익숙한 탓인지 거부감이 들었다.

가장 확연한 차이는 연비의 변화다.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에 탑재되는 2.1ℓ 디젤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로 Q50의 복합연비는 15.1㎞/ℓ(도심 13.2㎞/ℓ, 고속 18.3㎞/ℓ)로 높아졌다. 경쟁모델로 지목한 BMW 320d(18.5㎞/ℓ), 벤츠 C클래스(15.6㎞/ℓ)와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는 17.6㎞/ℓ, 시내 주행시 12.4㎞/ℓ의 연비를 나타냈다.

Q50을 일반 중형 세단이나 준대형 세단과 비교했을 때 승차감은 다소 하드하지만 그 단단함이 코너링과 고속 직진 주행에서는 안정감을 준다. 특히 코너링은 손꼽을만하다. ‘하드한 서스펜션 덕분에 코너링 중 롤링의 양이 적어 부드럽고 빠르게 코너를 치고 나간다’는 게 인피니티 측의 설명이다. 안전과 편의사양은 동종 최고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을 보다 정확하게 움직이게 해주고 차체 진동을 줄여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기술과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전방 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을 장착했다. 카메라를 통해 차량이 차선 내 중앙으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돕는 ‘액티브레인 컨트롤’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등 첨단 안전 기술도 갖췄다.

Q50은 중형으로 규정하지만 준대형 차와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실내공간이 넓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 거리)가 2850㎜로 동급 최고다. 트렁크 공간(500ℓ)도 넓어 골프백 등 짐을 많이 싣는 운전자에게 유용할 것 같다. 가격은 Q50 2.2d 프리미엄 모델 4350만원, 익스클루시브 모델 4890만원, Q50S 하이브리드 모델 6760만원(모두 VAT포함)이다. 경쟁 모델로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벤츠 C클래스 등이 있다.

인피니티를 이끌고 있는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는 “Q50은 디자인, 상품성, 공간 활용성, 가격 합리성에서 경쟁모델들을 압도한다”며 “매혹적인 디자인과 강력한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말리부


한국지엠 말리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좋은 중저속 가속력, 동급 수입차를 능가하는 가격 대비 가치가 좋은 차.’ 말리부 디젤을 시승한 총평이다.

2011년 등장한 쉐보레 말리부 가솔린 모델은 중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 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 SM5와 경쟁했다. 워낙 경쟁자들이 강자라 출시 이후 중형차 시장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뛰어난 디자인과 넓은 실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비나 마무리 품질이 떨어지는 미국차=GM’이라는 한국 소비자의 선입관 때문이다. 말리부가 탈바꿈했다. 그것도 국산 경쟁 모델에 없는 ‘디젤’ 엔진을 얹어 승부를 걸었다. 경쟁 상대는 현대 i40 디젤과 폴크스바겐 파사트 디젤 모델이다.

서울 도심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말리부 디젤을 타본 결과 디젤에 푹 빠진 한국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매력덩어리였다. GM 때문에 저평가된 말리부가 심장을 디젤로 바꾸고 제대로 변신한 것이다.

독일 오펠사가 생산한 2.0ℓ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 궁합은 중저속에서 강한 토크를 내고 연비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았다. 여기에 2703만원(기본형) 가격은 매력적이다. 수입 디젤차 중 이 가격에 이만한 연비와 편의장비를 갖춘 중형 세단은 찾아 볼 수 없다. 말리부 디젤의 내외관은 2014년형 가솔린 모델과 거의 같다. 적용된 편의사양 및 안전장치도 비슷하다. 무게는 디젤 엔진을 달아 1645㎏으로 가솔린(1530㎏)보다 100여㎏ 더 무겁다.

외관 디자인은 굵은 선이 눈길을 끈다. 말리부 이전의 토스카가 보였던 미미한 존재감과 급이 다르다. 쉐보레 특유의 보타이 앰블럼과 격자 그릴, 그리고 보닛을 타고 흐르는 스포티한 캐릭터 라인으로 대표된다. 멀리서 봐도 말리부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당당한 존재감이다. 크고 굵직한 선은 시원하게 측면까지 관통한다. 뒷면 휀더 부근에서 살짝 솟아오르는 라인은 자연스럽게 트렁크 꼬리 부분 그리고 방향 지시등(테일램프)과 맞닿는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실내 디자인과 소재는 항상 쉐보레 판매의 발목을 잡는 ‘옥의 티’였다. 경쟁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가 대표적이다. 말리부는 중형차 급에서 중상급 수준의 재질을 사용했다.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싸구려로 폄하 될 정도는 아니다. 질감 좋은 폭신한 플라스틱으로 도어와 대시 보드를 감쌌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는 14년형 말리부에 새롭게 적용된 쉐보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이링크’ 모니터가 위치한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연동은 물론 블루투스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문자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거나 디스플레이에 표시하기도 한다. 터치로 작동되는 모니터 뒤에는 작은 적재공간이 숨어 있다. CD나 동전 지갑 등을 보관하기에 좋다. 큼직한 버튼의 터치감이나 재질은 나무랄 데 없다. 미국차 냄새가 물씬 나는 인테리어다.

두툼한 가죽시트는 생각보다 허리와 허벅지를 잘 잡아 준다. 동급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는 말리부만의 경쟁력이다. 아쉬운 점은 알페온에만 적용되고 있는 통풍 시트와 히팅 스티어링 휠이 이번에도 달리지 않았다. 이런 기능을 장착하려면 수십만원 이상 원가가 상승하지만 동급 차량에 기본 옵션으로 달리는 추세를 고려해 보면 내년 연식 변경 모델에는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이드미러에 달린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은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소리나 진동 대신 사이드미러 점등으로만 작동 여부와 경고를 확인할 수 있다.

트렁크는 엄청나게 넓다. 여기에 뒷좌석 시트를 6:4로 접을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다양해진다. 전체적으로 내부 인테리어는 말리부의 경쟁 상대로 꼽히는 1000만원 이상 비싼 폴크스바겐 파사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달라진 점은 주행성능이다. 우선 일본 도요타 계열사인 아이신이 공급하는 6단 자동변속기가 매력 덩어리다. 말리부 가솔린 모델은 한국GM의 충남 보령공장에서 생산하는 6단자동(Gen2) 변속기를 쓴다. 아이신 변속기는 명성에 걸맞게 부드러운 변속이 특징이다. 여기에 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힘, 중고속에서 가속력을 좋게 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단단한 차체에 매력만점 자동변속기

차체 강성은 또 다른 경쟁 포인트다. 동급 국산차보다 훨씬 좋다. 다소 단단하게 세팅한 서스펜션의 반응속도도 예상 외로 좋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높은 둔턱을 넘을 때 가해지는 큰 충격을 부드럽게 완화시켜 줄 뿐 아니라 잔 충격은 알지도 못하게 매끈하게 넘겨버린다. 특히 고속으로 달려보면 든든한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의 궁합이 느껴진다.

시동을 걸면 디젤임을 알려주는 ‘츨츨츨’ 소리가 들려온다. 엑셀을 밟으면 디젤 특유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를 만끽할 수 있다. 무거운 차체에도 디젤 특유의 힘을 뽐내 가뿐히 움직여준다. 최고 156마력을 내는 출력보다 토크가 일품이다. 엔진회전수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주행구간에서 35.8kg.m의 최대 토크를 뿜어낸다. 기분 좋은 중저속 가속력을 느끼게 해주는 비결이다.

이 차에 달린 디젤 엔진은 쉐보레 크루즈2.0 디젤과 쌍둥이다. GM의 유럽 브랜드인 독일 오펠이 생산한 2.0 디젤 엔진을 수입해 단다. 이 엔진은 이탈리아의 엔진 전문업체인 모터리가 설계한 것으로 세부 튜닝만 달리해서 한국과 독일에서 생산한다.

아이신 6단 변속기와 오펠 디젤의 궁합은 기분 좋은 실주행 연비를 만들어낸다. 시속 100㎞ 이상으로 주행한 고속도로에서 연비는 20㎞/ℓ를 웃돈다. 지그재그 언덕길에서 엑셀을 거세게 밟아댔어도 연비는 13㎞/ℓ 정도 나온다. 시내주행을 포함해도 실주행 연비가 공인연비 13.3㎞/ℓ와 엇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은 기본형 2703만원, 고급형 292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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