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진짜 편안한 대형 SUV 볼보 XC90
[시승기]진짜 편안한 대형 SUV 볼보 XC90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19.12.04 08:00
  • 조회수 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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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90 D5 인스크립션
볼보 XC90 D5 인스크립션

독일차 일색이던 국내 수입차 시장에 최근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스웨덴 태생의 브랜드 볼보다. 이제는 태생만 스웨덴일뿐 대주주는 중국이다. 소유 관계로 보면 중국 기업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볼보는 한국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였다. 할인으로 신차를 밀어내는 여느 대중 브랜드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부터 볼보는 확 달라졌다. 이제는 제 값을 다 받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받돋움했다. 그런 변화의 선두엔 2015년 등장한 볼보 플래그십 SUV XC90가 있다.

4년 만에 부분변경을 단행한 XC90를 보고 있노라면 ‘나 어디 바뀐 데 없어’라고 물어오는 여자친구의 섬뜩한 질문이 떠오른다. 눈썰미 좋은 남자는 여친의 바뀐 화장법을 단 번에 눈치 채겠지만 둔한 사람은 아무리 둘러봐도 당최 바뀐 곳을 찾을 수 없다.

어디가 바뀌었을까
자세히 들여다 봐야 찾을 수 있는 바뀐 부분
휠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곳이 동일하다

XC90는 소소한 변화에 그쳤다. 전면부는 그릴이 살짝 바뀌었다. 부분변경 전 XC90 그릴은 다소 밋밋했지만 안쪽으로 파진 음각 형태로 변화를 줬다. 후면부 역시 범퍼 하단에 한 줄로 쭉 이어진 크롬이 더해졌다. 테일파이프의 모양이 살짝 바뀐 것 외에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측면 역시 추가된 크롬라인과 새로운 휠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그대로다. 현대기아차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풀모델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거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기존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었을까. 볼보는 특유의 심플하고 담백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볼보 전 모델이 공유하는 실내 디자인
세로형 화면을 갖춘 만큼 카플레이 화면도 길게 늘리면 어떨까

실내 역시 큰 변화를 찾기 어렵다. 100% 천연 우드 트림이 사용된다. 손으로 어루만지면 실제 나무의 표면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가죽 역시 고급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기분 좋은 가죽 냄새가 반겨준다. 소재는 고급이지만 레이아웃은 식상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2013년 XC90에 처음 적용한 이후 다른 모델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된 인테리어는 차급을 막론하고 동일한 구성이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부품 공유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개발비를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볼보는 저렴한 차를 사는게 이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치 고급 가구와 같은 디테일이 도드라진다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스피커 커버
얼핏 보면 옛날 면도기 같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고급 가죽과 소재로 감싼데다 편안한 느낌을 전해진다. 알루미늄과 가죽 그리고 나무의 적절한 궁합이 어울린다. 대부분의 버튼을 전면에 위치한 9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했다. 조각조각 분리된 버튼이 없어 더욱 말끔해 보인다. 다만 너무 많은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으로 조작해야 해 원하는 기능을 찾으려면 몇 번의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운전석 및 조수석 시트 조절과 안마 기능도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두 세번 만에 조작할 수 있다. 실내에서 주목할 점은 바워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 시스템이다. 19개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이 감성을 자극한다. 오디오 성능뿐 아니라 심미적으로도 훌륭한 디자인 완성도를 보인다.

3열엔 승객이 앉기엔 조금 비좁다
2열은 넉넉하다
2열 승객을 위한 별도의 공조시스템
220V 파워아울렛과 12V 파워아울렛도 마련했다

XC90은 4인승, 5인승, 7인승으로 나뉜다. 시승 모델은 3열이 있는 7인승이다. 2명이 앉는 구조의 3열에 탑승해 보니 공간이 넉넉하진 않다. 다만 별도의 송풍구를 마련했고, 암레스트를 겸하는 컵홀더 등을 준비해 편의성을 높였다. 2열에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가 적용된다. 2열 가운데 좌석의 높이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솟아 올라온 센터 터널에 아이가 발을 올리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키가 작은 아이들이 멀미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시트에 앉으면 창 밖이 잘 보이지 않아서다. 부스터 시트를 사용하면 아이의 앉은 키가 높아져 고충을 해소할 수 있다.

3열을 펴도 마트는 충분히 다녀 올 수 있는 적재공간
3열을 접으면 골프백 4개 이상 들어간다
2열을 폴딩하면 차박이 가능할 정도로 넉넉하다

트렁크는 넉넉하다. 3열 시트까지 펼쳤을 때 공간은 314L, 3열을 폴딩하면 721L, 2열을 접을 경우 최대 1899L까지 확장된다. 최근 유행하는 차박(차에서 잠을 자는 것)을 해도 무리가 없다. 평평하게 펼쳐지는 공간 덕에 성인 남성 2명이 누워도 아쉬움이 없다.

2.0L 디젤엔진은 부족함 없는 출력을 발휘한다

XC90에는 디젤, 가솔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구성된 3가지의 파워트레인이 장착된다. 3가지 파워트레인 모두 4기통 2.0L 엔진을 사용한다. 시승차는 4기통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의 출력을 낸다. 대형 SUV에 2.0L 디젤 엔진은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따라온다. 실제 주행을 해보면 재빠르지는 않지만 답답하지 않다. 대형 SUV라는 차량의 성격을 감안해 보면 아쉬움이 없다. 시내 주행에선 높은 토크가 공차중량 2160kg의 차체를 든든히 끌고 간다. 고속에서 재가속을 할 땐 더디게 올라가는 속도계가 약간 답답할 수도 있겠다. 2.0L 디젤엔진의 출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대형 터빈을 가진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급가속에선 약간의 터보렉이 느껴지지만 일반 주행상황에선 변속기와 엔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매끄럽게 나아간다.

의외의 코너링 성능을 갖춘 XC90

한 덩치하는 XC90의 또 다른 재미는 코너링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의외의 코너링 성능이 자신감을 높여준다. 4개의 바퀴를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든든한 사륜구동 역시 심리적 안정감을 더한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는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포장이 되지 않은 임도를 질주하기엔 남부럽지 않은 구성이다.

특히 최저 지상고가 높아 450mm 깊이의 강도 무리없이 건널 수 있다. XC90 D5는 전체적으로 폭발적인 주행감각은 없지만 차분한 내외관 디자인과 어울리게 진중한 드라이빙 실력을 갖췄다.

흔히 디젤은 고속 장거리 주행 때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한다. 장거리 주행을 할 땐 차량의 정숙성이나 진동, 출력과 같은 부분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최근에는 반자율 주행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면서 수준 높은 반자율 주행시스템이 장착됐는지 유무가 선택의 지표로도 작용한다. XC90 전 트림에는 볼보가 자랑하는 파일럿 어시스트2가 기본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차선 정중앙을 유지하는 차로유지보조 시스템도 장착된다. 막히는 길이나 고속도로를 질주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수준 높은 실력을 갖췄다.

볼보가 프리미엄으로 성장하려면 플래그십 모델의 역할이 크다

볼보는 세련되고 럭셔리한 디자인과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실내 역시 ‘감성’이라는 접근이 통했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 역시 자극적이지 않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제대로 된 한상차림이다. 볼보는 전세계적인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준수한 파워트레인, 수준 높은 반자율 주행 시스템, 넉넉한 공간 등 XC90은 인기 모델이 될만한 덕목을 충분히 갖췄다.

 

한 줄 평

장점 : 감성을 자극하는 내외관 디자인

단점 : 너무 획일적인 실내 디자인

 

볼보 XC90 D5 인스크립션

엔진

L4 2.0L 트윈 터보 디젤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4950mm

전폭

2010mm

전고

1775mm

축거

2985mm

공차중량

2160kg

최대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

복합연비

10.9km/L

시승차 가격

906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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