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드는 국내서 대형으로 분류되는 현대 팰리세이드, 쉐보레 트래버스, 기아 모하비, 쌍용 G4 렉스턴보다 한 급 위인 초대형 SUV다. 미국 기준 풀사이즈 SUV로 링컨 내비게이터, GMC 유콘, 쉐보레 타호, 포드 익스페디션 등이 속해있다.
에스컬레이드는 1998년 캐딜락이 링컨 내비게이터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했다. 국내에는 2007년 3세대 에스컬레이터가 GM코리아를 통해 정식으로 수입됐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모델은 지난 2013년 공개된 4세대다. 시승 모델은 기존 에스컬레이드에 편의장비를 추가해 상품성을 높인 플래티넘 트림이다.
외관은 전장 5180mm, 전폭 2045mm, 전고 1900mm, 휠베이스 2946mm의 당당한 풍채만큼 큼직한 요소로 채워졌다. 각진 선들로만 그려져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다. 중간중간에 박힌 정교한 요소가 럭셔리임을 입증한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헤드램프는 보석이 박힌 듯 반짝 거린다. 수평선이 반복해 나열된 거대한 그릴은 웅장함을 뽐낸다. 밋밋한 측면 라인에 화룡점정은 단연 22인치 크기의 거대한 크롬휠이다.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요소를 잘 버무려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테일램프는 D필러 끝부터 범퍼까지 길게 이어진다. 캐딜락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다. 가늘게 디자인됐지만 그 느낌은 굉장히 럭셔리하다.
묵직한 도어를 열면 플래티넘 트림에 장착되는 전동식 사이드스텝이 탑승객을 반긴다. 실내는 최신 캐딜락 모델과 비슷한 구성이다. 대신 최고급 트림인 플래티넘인 만큼 일반 모델과 달리 고급 소재와 편의장비가 추가됐다. 필러와 헤드라이너를 고급 소재인 스웨이드로 마무리하고 도어와 대시보드 상단을 가죽으로 감쌌다. 시트 역시 세미 아닐린 가죽을 사용해 고급감을 끌어 올렸다.
계기반은 풀디지털이다. 화려한 그래픽 변화는 없지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계기반 옆으로 자리한 거대한 컬럼식 기어레버는 미국식 SUV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다. 최신 차량에 장착되는 전자식 기어레버와 괴리감이 느껴진다. 투박하지만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2열 공조기 조작을 비롯한 편의장비 조작이 가능하다. GM 계열 차량에는 ‘히든 스페이스’가 숨겨져 있다. 에스컬레이드에선 모니터 하단 조작버튼 뒤가 히든 스페이스다. 공조장치 하단부를 터치해 열면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가 자리잡고 있다. 공간이 넓지 않아 크기가 큰 스마트폰을 수납하긴 어렵다. 다행인 점은 부피가 큰 센터 콘솔 박스 위에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를 마련했다. 1열에 앉은 승객 모두가 공평하게 무선충전을 할 수 있다. 또 하나 특별한 편의장비는 센터 콘솔 박스 안에 숨어있다. 500ml 생수병 6개가 넉넉히 들어가며 쿨러 기능이 내장됐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시원한 음료를 언제든지 마실 수 있다.
2열 편의장비도 거대한 풍채만큼 넉넉하다. 1열 헤드레스트 뒤로 마련된 2개의 모니터는 DVD 플레이어 기능이 담겨 있다. USB, SD카드, RCA포트를 이용해 각 자리에서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천장 모니터를 이용하면 뒷좌석에 앉은 승객 모두 같은 영상을 시청 할 수도 있다. 2열 측면 커튼의 부재와 앞뒤 슬라이딩을 지원하지 않는 2열 시트는 아쉬운 부분이다.
3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시트는 덩치가 큰 성인이 앉아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큰 덩치에 걸맞지 않은 좁은 공간이다. 특히 시트가 바닥과 딱 붙어 있어 허벅지가 많이 뜨는 점은 아쉽다. 3열까지 모두 사용했을 때 에스컬레이드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단 430L로 넉넉하지 않다. 더 큰 공간이 필요한 소비자를 위해 롱바디 모델도 있지만 국내에는 공식 수입되지 않는다.
에스컬레이드의 심장엔 OHV 방식의 V8 6.2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다. OHV 방식의 엔진은 넉넉한 토크로 저속에서 강력한 힘이 장점이다. 연비 등에서 불리해 현재 잘 쓰이지 않는 오래된 기술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랜 기간을 걸쳐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규칙한 배기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오지만 그 마저도 감성적이다. 고배기량 엔진이지만 상황에 따라 밸브 타이밍을 바꾸고 직분사 시스템과 실린더 휴지 기능을 장착해 효율을 챙겼다. 복합연비는 6.8km/L다. 도심에선 5km/L 내외, 고속에선 10km/L까지 나온다. 나쁜 연료 효율에도 불구하고 가득 채우면 계기반에는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표시된다. 98L의 거대한 연료탱크 덕이다. 고급유로 가득 채우면 20만원은 우습게 나온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힘은 10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으면 ‘고로롱’하는 8기통 특유의 엔진음과 함께 2650kg의 육중한 차체가 거동한다. 날렵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중저음의 엔진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부드럽게 세팅된 하체는 탑승객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2열 탑승 빈도가 높은 차량의 특성상 브레이크의 세팅은 보수적이다. 원하는 만큼 멈추기 위해선 브레이크 페달을 생각보다 깊숙하게 밟아야 한다.
코너에서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CT6나 CTS-V에 장착되는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 덕분이다. 초당 1000회에 걸쳐 노면 상태를 분석해 서스펜션의 반응속도를 결정한다. 스포티한 주행은 불가능하지만 저속과 고속, 코너에서 안정감은 수준급이다. 에스컬레이드를 몰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시속 110km로 항속 주행을 하며 16개의 보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다.
사각지대 감지, 전방 충돌 경고, 차선이탈 감지 및 이탈 방지 등을 장착해 반자율 주행도 가능하다. 앞차와의 간격 유지는 수준급이지만 차선이탈 방지는 시속 60km 이상에서만 작동한다. 정체 구간에선 사용 할 수 없다.
에스컬레이드는 주위의 시선을 즐기는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거대한 덩치 덕에 어딜가나 시선집중이다. 2m가 넘는 전폭때문에 좁은 도로를 주행하거나 주차를 할 때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아파트 주차장은 2개를 사용해야 한다. 에스컬레이드는 진정한 미국 태생답다. 투박함에 럭셔리를 더해 덩어리로 보면 완벽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디테일은 너무 허술해 흠을 잡자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거대한 덩치답게 가격은 만만치 않다. 일반 모델에 소재의 차별화와 편의장비를 더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의 가격은 1억3817만원이다. 다음 세대에는 디테일까지 럭셔리로 챙길지 두고 볼 포인트다.
한 줄 평
장점 : 엄청난 덩치 덕분에 다른 차들이 끼어들기를 포기한다. 승차감도 굿!
단점 : 슬라이딩이 빠진 2열, 웬만한 주차장에는 주차 엄두가 안 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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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
6162cc V8 가솔린 |
변속기 |
10단 자동 |
전장 |
5180mm |
전폭 |
2045mm |
전고 |
1900mm |
축거 |
2946mm |
최대출력 |
426마력 |
최대토크 |
62.2kg.m |
복합연비 |
6.8km/L |
시승차 가격 |
1억 3817만원 |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