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중국서 끝없는 추락..모빌리티 혁신기업으로 돌파
현대기아 중국서 끝없는 추락..모빌리티 혁신기업으로 돌파
  • 조정기 에디터
  • 승인 2019.12.18 08:00
  • 조회수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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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조달 등 제조원가 높고 잇따른 품질 문제에 브랜드 가치도 중국 거대 토종 브랜드에 뒤져
베이징현대(北京现代)와 동펑위에다기아(东风悦达起亚) 로고
베이징현대(北京现代)와 동펑위에다기아(东风悦达起亚) 로고

세계 5위 자동차업체인 현대기아가 중국에서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올 탈출구가 안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 속에서 여전히 헤메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정보합동위원회(乘用车市场信息联席会)에 따르면 중국 현대차의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2019년 1~11월까지 총 62만3723대를 판매해 전체 브랜드 가운데 12위로 추락했다. 이는 중국 토종 거대 업체인 지리,장안,장성자동차에도 뒤진 결과다. 이에따라 베이징현대는 올해 연간 판매가 당초 목표했던 90만대는커녕 70만대마저 깨질 위기에 처했다. 2010년 이후 역대 최악의 기록이다. 

현대자동차가 2일 발표한 11월 전세계 판매량은 39만2247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8% 하락한 수치이다. 특히 한국 이외 글로벌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32만9087대로, 전년 동월 대비 3%나 감소했다. 해외에서 현대차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편이지만 인도에서는 11월에만 4만4600대를 팔아 큰 성과를 거뒀다. 기아차 역시 올 8월 셀토스를 인도시장에 투입하면서 석달 만에 5만대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예약 주문만 8만 대에 육박한다.

인도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 중인 기아의 셀토스와 현대의 베뉴
인도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 중인 기아의 셀토스와 현대의 베뉴

내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조다. 11월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판매가 1만대를 넘겼다. 계약 물량만 4만대가 넘는다. 쏘나타 역시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수소전기차 넥쏘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주력 해외시장인 미국,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
주력 해외시장인 미국,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

이렇게 국내와 인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주력 시장인 미국, 중국에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판매고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그 폭이 크진 않다. 중국 시장은 완전히 하락세로 접어든 형세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위기가 심화하는 형국이다. 2001년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합작 설립한 뒤 중국 토종 자동차들에 비해 빼어난 디자인과 풍부한 옵션, 높은 연비로 승승장구하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내 톱5 자동차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베이징 1~3공장,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을 건설하여 연간 170만대 이상 생산 규모를 갖췄다. 18초당 1대씩 자동차를 생산해 ‘현대속도(现代速度)’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중국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했던 베이징현대는 2017년 연간 목표 판매량을 125만대로 설정했다.

사드 배치로 문제로 인해, 중국내 한국브랜드 퇴출 운동을 벌이는 모습
사드 배치로 문제로 인해, 중국내 한국브랜드 퇴출 운동을 벌이는 모습

그러나 2017년 예상치 못한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내 반한 여론이 악화되었다. 이 영향으로 베이징현대는 그해에 판매량이 78만대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사드 문제가 사그러졌지만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면서 올해까지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1월, 11만316대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베이징현대
2019년 1월 11만316대의 높은 판매량을 잠시 기록한 베이징현대(자료 : 중국 자동차 시장 정보 합동위원회(乘用车市场信息联席会)

올해 1월만 해도 스타트는 순조로웠다. 전년 동월 대비 47% 증가한 11만316대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당시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베이징현대가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돌아왔다’ 고 분석했을 정도다. 연식변경 재고차를 20%가 넘는 떨이 판매 여파였다. 2월부터 베이징현대의 추락이 시작됐다. 2월 3만5570대로 판매량이 67.8%나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월(3만8007대) 보다 6.4% 감소한 것이다. 

2019년 3월, 판매량 TOP15위 안에도 들지 못한 베이징현대
2019년 3월, 판매량 TOP15위 안에도 들지 못한 베이징현대

더한 충격은 3월이다. 중국내 자동차 판매수치를 제공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정보 합동위원회(乘用车市场信息联席会)'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15위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중국인들은 해외 합작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현대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한 채 중국 토종 1,2위인 지리자동차, 장안자동차에도 밀려 15위 밖으로 밀려났다.

베이징현대가 2019년 4월에 출시한 중국형 4세대 싼타페(중국명 셩다)
베이징현대가 2019년 4월에 출시한 중국형 4세대 싼타페(중국명 셩다)

4월에는 4만6070대를 판매하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4.2%하락했다. 4월 13일 중국형 4세대 싼타페(胜达,중국명 셩다)를 출시하며 신차 효과를 노렸지만 대실패로 끝났다. 싼타페는 4월 고작 1992대가 판매돼 SUV 판매순위 91위에 그쳤다. 경쟁차인 토요타 하이랜더가 기존 차량으로 동월 7502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베이징현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투싼(중국명 투셩)
베이징현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투싼(중국명 투셩)

올 8월에는 대형 리콜이 터졌다.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정부의 《자동차결함 리콜관리조례(缺陷汽车产品召回管理条例)》 과 《자동차결함 리콜관리조례 실시방법 (缺陷汽车产品召回管理条例实施办法)》에 따라 8월 17일부로 1.6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투싼(途胜, 중국명 투셩) 40만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리콜 원인은 일부 차량이 저온 환경에서 짧은 거리를 계속 주행할 때, 엔진 오일이 증가하고 오일 누유로 엔진 고장 표시등이 점등되면서 시동이 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차량을 계속 운행하면 엔진 손상뿐 아니라 탑승자 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투싼은 이전부터 계속 엔진 문제가 제기돼 왔다. 2019년 상반기 '합작 브랜드 최악의 자동차 TOP10’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리는 오명을 남겼다. 기존 1.5L 터보 가솔린 엔진도 오일 증가에 따른 출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리콜 시정을 받은 이후에도 연비가 나빠지고 엔진 소음이 커진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베이징현대의 평판은 추락했다. "(중국차에 비해) 가격도 비싼데 품질과 고객 응대가 소홀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결국 8월 동월 대비 판매량이 20.3%나 떨어지며 큰 타격을 주었다.

2019 청두모터쇼에 출시됐던 소형 SUV 올뉴ix25
2019 청두모터쇼에 출시됐던 소형 SUV 올뉴ix25
1~11월, 총 62만3723대의 판매고를 올린 베이징현대
2019년, 1~11월까지 총 62만3723대의 판매고를 올린 베이징현대(자료 : 중국 자동차 시장 정보 합동위원회(乘用车市场信息联席会)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9월에는 ‘2019 청두모터쇼’에서 소형 SUV ix25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이어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 받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엔시노(한국명 코나) EV를 출격시켰지만 판매량에 큰 변화는 없었다. 결국 11월까지 판매량 하락세가 이어졌다. 11월에는 5만5443대로 전년 동월(6만6578대) 대비 16.7% 하락했다. 결국 1~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약 5.4%하락한 62만3723대에 그쳤다. 이런 추세로 봤을 때 올 초 설정한 2019년 판매 목표치 90만대는커녕 지난해 판매량인 79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출시된 동펑위에다기아의 준중형 SUV KX5
올 3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출시된 동펑위에다기아의 준중형 SUV KX5

기아차 중국 합작법인 동펑위에다기아(东风悦达起亚)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올 3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출시한 준중형 SUV KX5는 4월 고작 1559대가 팔리며 SUV 판매순위 105위에 그쳤다. 바뀐 디자인 이외에 실내와 다양한 옵션 등의 변화를 주었지만, 신차 효과는 전혀 없었다. 이는 신차가 나오기 전인 2월 2220대, 3월 1353대와 비교해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동펑위에다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중국명 KX3)
동펑위에다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중국명 KX3)
2019년 11월, 간신히 20위권에 안착한 동펑위에다기아
2019년 11월 판매 순위에서 간신히 20위에 이름을 올린 동펑위에다기아

11월에는 인도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는 셀토스(중국명 KX3)를 중국에 투입했지만, 총 판매량은 2만2001대로 전년 동월 대비 약 40%(3만6383대)나 감소했다. 전체 판매순위도 20위에 머물렀다. 

베이징현대의 대표 주력모델 링동(오른쪽)과 지리자동차의 보뤠이(왼쪽)
베이징현대의 대표 주력모델 링동(왼쪽)과 지리자동차의 보뤠이(오른쪽)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판매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 토종자동차의 성장을 꼽는다. 토종업체들이 현대기아보다 10~30%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모델 출시함에 따라, 값싸고 품질 좋은 차를 제공하던 현대기아차의 핵심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현대 최고 인기 중국 전략모델 링동(영문명 엘란트라)의 가성비는 어떨까.

1.4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배합한 2018년형 링동 가격은 12.48~14.69만위안(한화 약 2092만~2462만원)이다. 토종 경쟁모델인 지리자동차 보뤠이(博瑞)의 경우, 1.8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배합한 2018년형 모델 가격은 12.68~15.98(한화 약 2125만~2679만원)으로 링동과 비슷하지만 최대출력은 50마력이상 차이가 난다. 차체 또한 링동보다 크고, 옵션은 훨씬 풍부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현대는 신차 할인 폭을 키웠지만 단기간 판매량 상승에 그쳤다. 결과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신차를 지속적으로 싸게 팔면서 중국 현지에서 현대기아차가 가장 큰 할인을 해주는 브랜드로 낙인이 찍혔다. 결국 중국 소비자들은 현대차에서 신차를 출시하더라도 대규모 할인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다.

지금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전과 달리 성장기가 아니라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브랜드 파워나 특별한 기술, 아니면 월등한 가성비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재 베이징현대의 판매 곡선이 지속적으로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은 우승열패(優勝劣敗)인 자동차 시장에서 위험한 신호이다.

북경에 설립된 제5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포스터
북경에 설립된 제5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포스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는 올 11월 29일 미국, 한국, 이스라엘, 독일에 이어 중국 베이징에 5번째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건립했다. 중국에서 쇄신할 기회를 잡고, 현지에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융복합 혁신 기술의 정점인 인공지능(AI)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베이징현대의 모빌리티 신사업에 기여를 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획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올해 3분기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어난 26조9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순이익은 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나 늘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6840억원)보다 낮은 수치이다. 이에 현대차는 실적을 올리기 위한 개혁을 단행했다. SUV, 신재생에너지차, 럭셔리카 등 채산성이 높은 신차 개발에 치중하는 등 제품 판매구조 개선에 힘썼다. 또한, 현재 세계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인 SUV를 해외에 주력으로 출시하고,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며 점진적으로 개선 중이다.

현대차의 '2025전략'
현대차의 '2025전략'

세 번째로, 현대차는 12월 4일, ‘전략 2025’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능형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두가지 핵심 사업을 축으로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3대 전략 방향으로 설정했다. 2025년까지 글로벌 친환경차(전기차, 수소전기차)부문 3위 도약과 동시에 연간 67만대를 판매해 세계 최고 맞춤형 모빌리티 라이프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자동차 제조판매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래기술 개발에 61조1천억원을 투자한다. 같은 기간 자동차 부문에 영업이익률 8%를 달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5%대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제네시스가 중국에 정식 출격 전, 베이징에 한차례 모습을 드러냈던 G90(오른쪽)과 GV80(왼쪽)
제네시스가 중국에 정식 출격 전, 베이징에 한차례 모습을 드러냈던 G90(왼쪽)과 GV80(오른쪽)

네 번째로, 2020년 초에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 상하이에 진출,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을 공략한다. 럭셔리카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에 제네시스를 보급해 판로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이미 올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중국 수입차 박람회(第二届中国进口博览会)’에 대형 세단 G90과 대형 SUV GV80, 전기차 민트 콘셉트를 선보였다. ‘지에니사이스(捷尼赛思)’라는 중국명까지 얻었다.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중국 시장 회복에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 관심이 간다. 

조정기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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