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천국 한국, 대형 픽업트럭 시장 열릴까
아파트 천국 한국, 대형 픽업트럭 시장 열릴까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0.01.26 08:00
  • 조회수 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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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램 1500,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픽업트럭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종이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는 아직 판매하지 않는 풀사이즈 픽업트럭 사랑이 각별하다. 미국을 대표하는 풀사이즈 픽업트럭 3종(포드 F150, 램 픽업 1500, 쉐보레 실버라도)의 지난해 판매량은 무려 210만5789대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판매된 국산차와 수입차를 모두 합친 것(177만7946대)보다 많은 판매량이다.

픽업트럭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가 독점하던 국내 픽업 시장에 지난해 쉐보레 콜로라도가 도전장을 내밀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런 추세에 편승해 픽업트럭의 강자 포드도 이르면 올해하반기 중형 픽업 레인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판매하는 혹은 출시를 준비 중인 모델들의 공통점은 모두 중형 픽업트럭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풀사이즈 픽업트럭에 비해 한 체급 아래다. 국내엔 풀사이즈 픽업트럭이 판매되지 않을까?

포드 F150
포드 F150

주차장 문제..화물차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거대한 사이즈

지난해 미국 시장에 89만6526대를 판매한 포드 F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기본 모델이 F150이다. F150은 캡(승객석)에 따라 모델을 구분한다. 어떤 캡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적재함 길이도 달라진다. 전장은 5316mm에서 최대 5788mm에 달한다. 제네시스 G90 리무진(전장 5495mm)보다 300mm 가량 더 길다. 램 1500이나 쉐보레 실버라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6미터 내외의 거대한 차체 크기를 가졌다. 긴 전장보다 더 큰 문제는 전폭이다. 세 모델 모두 전폭이 2m를 넘는다. 사실상 국내 주차장에 주차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 안에 주차된 대형 픽업트럭을 보면 하나같이 옆 주차선을 침범하거나 화물차 전용 주차장을 이용한다. 도로를 다닐 때는 문제가 없지만 결국 보급의 가장 큰 장벽은 아파트 중심의 삶의 공간인 주차장이다. 특히 마트나 백화점 주차장엔 진입조차 할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지하주차장을 찾기 어려운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은 한국은 지하 주차장이 일상이다.

쉐보레 실버라도
쉐보레 실버라도

장벽..자연흡기 고배기량 엔진,극악무도한 연비

대형 픽업트럭은 전통적으로 고배기량 엔진을 얹는다. V6는 기본이고 V8도 대수롭지 않다. 최근에 들어선 다운사이징이 진행되면서 터보차저를 적극 도입했지만 리터당 10km는커녕 한국처럼 도심 중심의 생활 공간에서는 5~6km/L 연비도 기대하기 어렵다.

희소식도 들린다 대형 픽업트럭도 수 년 안에 전동화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포드는 F150 하이브리드 버전은 물론 순수 전기차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선택이다.

2.0L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으로의 변화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 자연흡기 고배기량 엔진의 사악한 연비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 극소수 병행 수입된 대형 픽업트럭은 소위 ‘돈 좀 있는 사람을 위한 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동화 모델이 공개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저항선은 조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램 1500
램 1500

미국서 픽업트럭은 생필품..레저 활동도 적합

주택 중심의 생활공간인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레저용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이다. 배달이 활성화 돼 있지 않은 상태라 픽업은 가정용 화물차로 자주 쓰인다. 물론 레저도 겸해서다.

국내에서 기존 쌍용차가 독점하던 픽업트럭에 대한 인식은 싼 SUV라는 점이다. 연간 세금이 6만5천원인 화물차 혜택을 받고 적재공간에 캡을 씌워 SUV로 사용하려고 구매한 소비층이 상당수다. 적재함에 하드톱을 씌우면 대형 SUV처럼 보인다. 픽업트럭 본래 용도를 희석시키는 튜닝이다. 이럴 경우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은 동급 대형 SUV와 비교했을 때 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픽업트럭 보급이 활성화한 북미나 동남아에서는 부피가 큰 짐을 싣는데 활용된다. 아울러 거친 산길이나 계곡을 달리며 아웃도어 레저도 함께 한다.  국내 시장은 어떨까. 지난해 정통 미국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가 출시되면서 캡을 씌운 것보다는 픽업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는 소비층이 등장했다.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비싼 가격과 부족한 편의장비는 단점이었지만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과 트레일러를 끄는 기능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아웃도어를 즐기는 소비층을 위한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산 픽업트럭은 편의장비 대신 적재함을 활용할 수 있는 디테일과 험로 주행이나 트레일러를 끌 수 있는 장비가 기본 탑재된다. 콜로라도보다 큰 대형 픽업이 국내 출시되면 약 6천만원 전후 가격이 예상된다. 비싸고, 편의장비가 부족한 대형 픽업트럭을 레저용도 이외에 구매하긴 어려워 보인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 입지는 해가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레저활동 인구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대형 픽업트럭의 국내 출시를 기대하는 소비층이 점점 늘어난다. 아울러 아파트 중심에서 주택으로 이동하는 신세대도 상당수다.  국내 시장에 대형 픽업트럭이 출시되기 위해선 픽업 트럭의 본래 용도에 대한 이해와 전동화가 선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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