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우버, 그랩, 리프트 등 수많은 차량 공유업체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시행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택시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그간 여러 업체가 택시 업계의 반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라졌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8년 12월 7일 시행 이후 한 달 여 만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백지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택시를 호출하는 기존 '카카오 택시' 서비스는 그대로 운영중이다.
얼마 전 택시를 탔다가 기자가 뒤늦게 확인한 이야기는 이렇다. 지난해부터 개인택시 기사들이 우버에 가입,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 승객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택시 기사는 “요금 할인을 우버가 해주니 택시기사나 탑승자 모두 윈윈”이라며 자랑스럽게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어 "우버는 택시 기사에게 수수료 없이 이용자 콜을 지원해준다"며 "이는 카카오 택시와는 정반대 행보"라며 우버를 치켜 세웠다. 아울러 "장거리를 갈 경우 할인율도 높아지니 꼭 이용하라'고 덧붙였다.
이런 장점이 있지만 우버 택시 가입률은 카카오 택시의 1%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국내 택시 이용자들이 우버를 사용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여러 모빌리티 업체와 갈등을 빚은 택시 업계의 행보에 헛웃음이 나왔다. 우버라는 회사가 한국에 그토록 진출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말 택시 업계와 공존은 불가능할까 등 여러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답은 가까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 디디추싱은 2012년 영업을 시작하면서 9년 동안 택시 업계와 공존을 하고 있다.
2014년 인터넷 택시 예약 서비스로 첫 선을 보인 디디추싱은 택시를 빼고 개인 소유 차량과 고객을 연결했다. 예상대로 당시 중국의 택시업계 반발이 거셌다. 중국의 특성상 소리를 제대로 내어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각지에서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했다. 이런 갈등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혁신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관련 서비스를 확산시켰다.
중국 택시업계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스스로 비용을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도 끌어올렸다. 선전 택시업체는 2016년부터 택시를 전기차로 전환했다. 전기택시는 초기 투자비가 꽤 들지만 연료비가 가솔린 차량의 20% 밖에 들지 않는다. 이를 무기로 택시 요금을 동결했다. 디디추싱 서비스 요금이 처음에는 택시보다 쌌지만 결과적으로 차량 공유서비스 이용료가 이제는 택시 요금보다 10% 이상 비싸다.
차량 공유서비스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택시 서비스 질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보다 좋아졌다. 예를 들어 졸린 심야 시간을 제외하고는 승객의 요구 없이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기사는 거의 없다. 승객이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더 찾기 어렵다. 짐칸에 실어야할 화물을 승객이 갖고 있으면 어김없이 기사가 내려서 돕는다. 기자가 중국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한결같이 “차량 공유서비스가 본격화한 이후 회사의 서비스 교육이 강화됐다”며 “조금 힘들어졌지만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위기감과 승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 다들 열심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로 유추해봤을 때 택시 업계와 차량 공유업체의 '윈-윈'이 느껴진다.
국내에서 수 많은 차량 공유업체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할 때까지 과연 택시업계는 무엇을 개선했는지 알려진 바 없다. 여전히 심야 시간 승객 수요가 몰리는 홍대나 강남역, 이태원 등에서는 승차거부가 빈번히 일어난다. 택시를 타면 불쾌한 언어를 구사하며 손님에게 불편함을 주는 기사도 더러 있다. 그래서인지 택시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공유 플랫폼 사업이 거대해지는 와중에 서비스 개선이 없는 택시 업계는 도태될 것이며, 도태돼야 한다. 그래야 차량 공유업체와 택시업계의 진정한 '윈-윈'이 가능해질 것이다.
최민우 에디터 carguy@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