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이어 경차마저 씨가 마른다..경형 SUV 나와야!
소형차 이어 경차마저 씨가 마른다..경형 SUV 나와야!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0.0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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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쉐보레 스파크, 기아 레이, 기아 모닝

SUV 전성 시대다. 또 다른 말로 바꾸면 세단은 최악의 시대다. 그 가운데 소형차와 경차는 죽을 맛이다. 이미 국내에서 소형차(세단 및 해치백)는 지난해 운명을 달리했다. 경차도 판매가 급감하면서 시장 존폐위기에 빠졌다. 경차는 최근 혜택이 줄고 선택의 폭이 여전히 3개 차종에 그친다. SUV 시장 강세가 위세를 더하면서 전문가들은 경차의 종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경차 판매량은 20만대 수준에서 연간 1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처럼 SUV 경차가 나오지 않는한 종말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경차는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열린 1990년대 등장해 승승장구했다. 저렴한 가격과 세금 면제 혜택 등을 무기로 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0년 들어 세수 확보 등의 이유로 사라졌던 세금 혜택이 2004년 부활했다.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면제는 물론 경차의 배기량 기준도 800cc에서 1000cc 미만으로 확대됐다. 바야흐로 경차 전성시대가 열렸다.

1991년 등장한 첫 국산 경차 대우 '티코'
1991년 등장한 첫 국산 경차 대우 티코

최근 사정은 다르다. 경차 판매가 최악이다. 더구나 지난해 1월 1일부터는 경차에 주어지던 세금 혜택까지 축소됐다. 취등록세가 면제되던 것과 달리 공급가액의 4%(50만원까지는 공제)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여전히 공영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같은 혜택은 유효하다. 다만 경차 이외의 저공해차량도 공영주차장 50% 감면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제는 경차만의 특혜라고 보긴 어렵다.

(위에서 아래로)현대 엑센트, 쉐보레 아베오, 기아 프라이드

소형 세단과 해치백은 경차보다 더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동안 소형차는 경차보다 조금 더 크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경차 대비 뛰어난 성능을 내세워 렌트카나 생애 첫 차로 인기를 누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소형차는 급격한 하락세를 경험하고 사라졌다. 기아차 프라이드가 2017년 5월 단종된 것을 시작으로 쉐보레 아베오가 2019년 3월, 현대차 엑센트가 2019년 7월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국산 브랜드의 모델 중 구매할 수 있는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은 아예 없다.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현대 그랜저

경차와 소형 세단의 멸종은 비슷한 이유로 연결돼 있다. 먼저 시장의 변화다. 경차 시장의 붐이 일어나던 30년 전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의 경제 사정은 여유로워졌다. 작은 차 대신 큰 차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그먼크는 단연 중형이다. 중형 SUV와 준대형 세단이 베스트셀링 1,2위를 앞다툰다. 기존에 경차나 소형차를 구매하던 사회초년생과 여성 등의 소비자가 소형 SUV 혹은 준중형 SUV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2020년형 기아 레이
기아 레이

또 다른 이유는 제조사의 수익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차와 소형 세단은 수익성이 낮다. 안 그래도 수익성이 낮은 경차와 소형차가 판매량마저 줄어드니 제조사는 단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 수 밖에 없다. 대신 소형 세단과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이용하지만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소형 SUV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경차가 외면 받는 마지막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경차가 비싸봤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델별로 상이하지만 풀옵션 기아차 레이의 경우 1800만원에 달한다. 소형 SUV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경차 값이 높아진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경차의 수익성이 떨어지니 제조사는 고급화를 돌파구로 삼았다. 결국 경차는 크기와 파워트레인은 그대로지만 편의장비를 한가득 품으며 값이 올랐다. 초기에는 경차만의 세금 혜택 등을 내세워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시간이 흐르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윗 급 모델과 비슷한 가격에 크기는 작다 보니 경차는 소비자에게 더욱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지난해에는 경차에 주어지던 혜택마저 축소됐다.

일본의 특별한 경형 스포츠카 혼다 S660
일본의 경형 스포츠카 혼다 S660
꽤나 험한 오프로드도 능숙하게 오른다
일본의 경형 SUV 스즈키 짐니

국내서 경차가 소형차의 불행한 전철을 밟을 반복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사정은 다르다. 일본 소비자는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와 다른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다. 단카이 세대(2차 세계 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이후 고급 경차 시장이 활성화됐다. ‘경차=해치백’이라는 한정된 장르를 넘어 오픈카나 SUV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소재와 편의장비가 중형차 급과 차별없이 장착된다. 경차가 잘 팔리니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잘 자리잡은 사례다.

5,252대가 판매된 쉐보레 더 뉴 스파크
쉐보레 더 뉴 스파크

국내 경차 시장의 부흥기를 위해 축소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세제 혜택 등으로 키운 시장은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작지만 강한, 그리고 꾸준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작은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수 년 내에 경차는 신차 장바구니에서 사라질 것이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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