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삼지창과 V8 페라리 엔진의 하모니..르반떼 트로페오
[시승기]삼지창과 V8 페라리 엔진의 하모니..르반떼 트로페오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0.02.20 08:00
  • 조회수 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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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는 진부한 SUV가 아니다. 단순히 마세라티가 만든 첫번째 SUV라는 평가는 르반떼 트로페오의 가치를 절하한다고 볼 수 있다. 람보르기니 우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르반떼 트로페오는 전 세계서 가장 빠른 SUV라는 타이틀을 보유했다. 페라리 488 피스타, F8 트리뷰토와 같은 계열의 엔진이 장착된 점도 남다른 특별함이다. 마치 폭스바겐 투아렉과 포르쉐 카이엔이 일부 엔진을 같이 쓰는 것과 엇비슷하다.  

SUV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2000년대 초 포르쉐 카이엔부터 시작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콧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를 이제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SUV 경쟁에 뛰어들었다. 페라리도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앞 펜더에 뚫린 구멍..슈퍼카의 혈통이다

마세라티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르반떼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SUV 시장의 고삐를 잡았다. 여느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그렇듯 마세라티 브랜드 역시 시작은 레이싱이다. 유수의 대회에 참가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스포츠카 시장은 너무 작았다. 여러 번 파산한 끝에 2000년대 초, 페라리 우산 속으로 합류했다. 

처음 마주한 르반떼는 후륜 스포츠카와 같은 프로포션이 특징이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로 이른 바 ‘자세’가 제대로 나온다. 첫 느낌은 우아함이다. 보닛 끝부터 시작된 곡선이 차체 끝까지 유려하게 흘러간다. 소위 디자인 용어로 '사이드 프로포션'이 끝내준다. 얼핏 봤을 땐 중형 SUV 정도 되겠거니 했는데 수치상으론 대형이다. 전장이 무려 5020mm에 달한다. 전폭도 1981mm로 절대 작지 않은 크기다. 1698mm의 낮은 전고가 차를 작아 보이게 할 뿐이다.

상어의 얼굴을 닮은 앞모습
패밀리 룩을 적용한 후면
스포츠카다운 프로포션

르반떼의 거대한 그릴엔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형상화한 큰 엠블럼이 자리한다. 그릴을 중심으로 얇은 주간주행등이 좌우에 자리했다. 날카롭게 판 헤드램프 아래에는 동그란 안개등이 자리잡는다. 우락부락 뚫린 에어 범퍼는 세상의 모든 공기를 짚어 삼킬 듯하다. 고성능 모델임에도 외관은 기본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보닛 위에 자리한 두 개의 에어 덕트와 C필러에 붙은 트로페오 뱃지 만이 눈에 띄는 차이다. 측면으로 돌면 쿠페형으로 날렵하게 내려오는 루프 라인이 마치 스포츠카와 같다. 후면은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같은 브랜드 내의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와 유사한 형태다.

실내는 지프-크라이슬러 느낌이 물씬 난다. 첨단 모던과 살짝 거리가 있다
사용의 불편은 없지만 글쎄?
굵직한 전자식 기어봉

소프트클로징을 지원하는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오면 사방이 온통 가죽이다. 손으로 만져보면 부드러움의 차원이 다르다. 필러와 헤드라이너 마감재로는 알칸타라를 사용했다. 고급 소재를 사용해 럭셔리 브랜드 임을 뽐낸다. 실내 레이아웃은 구식의 냄새가 난다. 계기반이나 센터 디스플레이는 최신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빠진 편의장비는 없다. 애플 카플레이나 4존 에어컨,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1열 열선 빛 통풍 시트까지 넉넉히 챙겼다. 원한다면 열선 스티어링휠도 선택할 수 있다.(시승차는 없다) 실내 구성이 아쉬울 순 있어도 편의장비가 부족하진 않다. 카본 섬유를 활용한 고강도 플라스틱(CFRP) 마감은 실내 곳곳에 꼼꼼히 자리잡았다. 스티어링휠 뒷 편에는 알루미늄으로 다듬은 큼지막한 고정식 패들시프트가 위치했다. 손으로 만지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아날로그 시계

 

2열은 부족함 없다
쿠페형이지만 트렁크에 골프백 3개는 충분히 실린다

2열은 성인 남성에게 딱 맞는 크기다. 3004mm의 긴 휠베이스를 갖췄지만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2열의 넉넉한 공간 대신 외관의 아름다움은 추구한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좁진 않다. 성인 남성 4명이 타도 부족함이 없다.

붉은색 페인팅이 눈을 사로잡는다
달리기를 자극하는 시트

르반떼 트로페오의 진가는 역시 달리기 성능이다. V8 3.8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590마력, 최대토크 74.85kg.m의 무지막지한 힘을 쏟아낸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미친듯이 속도를 올려가며 코너를 파고드는 스포츠카와 성격이 다르다. 높은 출력을 기반으로 장거리를 주행하는 GT카 성향이다. 시동을 걸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환상적인 연주가 펼쳐진다. 저RPM부터 고RPM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배기음과 엔진음이 들려온다. 고급유를 펑펑 먹으며 연주를 시작한다. "기름값 정도야 뭐"하듯이 말이다.

배기음은 정말 일품이다
유유자적 달리면 편안함을 선사한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차는 언제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한다. 르반떼 트로페오엔 총 5가지 주행 모드(오프로드, I.C.E.(에코 모드), 노멀, 스포츠, 코르사)가 있다. 코르사 모드는 일반 모델엔 없는 트로페dh만의 전유물이다. 스포츠 모드만으로도 충분했던 달리기 감성이 코르사 모드에선 배가 된다. 코르사 모드로 주행모드를 변경하면 최대 75mm 범위 내에서 6단계로 조절되는 에어 댐퍼가 자세를 웅크린다. 한층 낮아진 차체가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속도계는 순식간에 타원을 그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기까지 3.9초, 최고속도는 304km/h에 달한다.

공차중량 2170kg의 무거운 차체는 코너에서도 거침 없다. 브레이크를 쉴새 없이 밟아도 지치지 않는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고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무거움은 수치에 불가하다는 듯 가뿐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과감한 운전이 가능한 데는 페라리와의 협업으로 다듬어진 AWD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 후륜을 기본으로 주행을 이어가다 그립을 놓치면 전륜에 최대 50%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 과정은 1/15초 만에 이뤄진다. 후륜에 장착된 LSD 역시 예리한 코너링을 완성하는 숨은 조연이다.

코너에서도 거침이 없다

고성능 모델임에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녔다. 도로에 난 깊은 홈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매력은 빠르게 달릴 때만 드러나지 않는다. 기분 좋은 배기음과 승차감을 즐기며 달릴 때도 여전히 즐겁다.

연비는 사악함 그 자체다. 엔진을 살살 달래며 주행해도 리터당 6km를 넘기 어렵다. 조금만 밟으면 5km/L 미만으로 떨어진다. 2억3800만원의 가격표를 생각하면 “연비 나쁜 게 대수일까”는 생각이 든다.

트로페오는 자신만의 확실한 매력을 갖췄다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한 르반떼는 마땅한 적수가 없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람보르기니 우르스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됐다. 이달에는 애스턴마틴도 DBX를 꺼내 들었다. 위로는 롤스로이스 컬리넌과 벤틀리 벤테이가라는 막강한 상대도 있다. 바로 아래는 포르쉐 카이엔과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등이 치고 올라온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럭셔리 SUV 시장에 르반떼의 지향점은 확실하다. 누구나 운전하기 쉬운 SUV를 만들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적 아름다움, 감성을 자극하는 환상의 하모니까지 챙겼다. 강력한 페라리제 심장과 짜릿한 코너링 성능, 그리고 성격을 180도 바꾸는 하체는 르반떼 트로페오를 선택할 분명한 이유다.

한 줄 평

장점 : 180도로 변신하는 에어댐퍼와 기분 좋은 배기음

단점 : 조금만 더 쓰면  우르스가…럭셔리에 부족한 인테리어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엔진

V8 3.8L 트윈터보 가솔린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전장

5020mm

전폭

1981mm

전고

1698mm

축거

3004mm

공차중량

2170kg

최대출력

590마력

최대토크

74.85kg.m

복합연비

5.7km/L

시승차 가격

2억270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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