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 세그먼트의 역습..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삼 XM3
B.5 세그먼트의 역습..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삼 XM3
  • 장희찬 에디터
  • 승인 2020.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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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몰빵이 대세인 요즘 신차 시장에서 쉐보레와 르노삼성은 조금은 독특한 포지션이다. 두 브랜드 모두 국산차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모기업은 외국(쉐보레: 미국, 르노: 프랑스) 브랜드다. 내수 시장에서 입지 또한 매우 좁다. 글로벌 굴지의 브랜드인 현대기아차에 밀리는 마이너 신세다.

사실 이 두 브랜드가 국내에 진입하던 2000년대 초, 꽤 많은 기회가 있었다. 수입차가 대거 몰려오면서 국산차 신뢰도 하락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국내 역차별(수출차에 내연 강판을 쓰는 등의 문제)이 크게 대두됐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쉐보레 혹은 르노삼성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천금의 기회를 말 그대로 두 발로 뻥 차버렸다.  

쉐보레 스파크는 쉐보레의 대표 모델이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사골 모델'의 대표주자다
쉐보레 스파크는 내수 대표 모델이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사골 모델'이다

쉐보레와 르노삼성이 기회를 날린 가장 큰 이유가 포트폴리오의 부족이다. 현대기아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디자인만 살짝 다른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함에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다양한 편의 장비와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옵션 구성, 널리 퍼져있는 AS망, 더불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중고차 가치 좋다는 대중 브랜드로 모든 기본기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쉐보레와 르노삼성은 이러한 전체적인 경쟁력에서 현대기아차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가 투자금과 자본력이다. 결국 신모델 혹은 차세대 모델 도입에 수동적이라 한 발 늦게 타이밍을 날린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실패를 거듭한 두 브랜드가 최근 달라지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신 트렌드에 발맞추면서도 저렴한 가격정책,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것. 기존 현대기아에 묻힌 마이너 브랜드가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스페셜 브랜드로 도약을 꿈꾸는 모양새다. 이러한 대표주자가 B(소형)와 C(준중형)세그먼트 사이의 사이즈를 지닌 일명 B.5 세그먼트 모델의 등장이다. 쉐보레는 올 초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면서 이미 큰 반향을 얻었다. 르노삼성은 3월 초 XM3를 선보인다. 두 차량은 단순한 신형 SUV가 아닌, 두 브랜드의 한국 공략 청사진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반성과 쇄신, 수입차 브랜드 포지셔닝.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초 국내 도입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LA오토쇼에서 공개되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층의 호감을 얻어냈다. 아울러 국내에서 쉐보레가 비판 받았던 다양한 부분에 대한 반성과 쇄신이 엿보인 차량이다.

트레일블레이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화려한 외관 디자인이다. 기존 쉐보레의 차량이 다소 보수적인 디자인을 고수한 것에 비교하면 남성적이고 직관적인 라인으로 무장했다. 최근 B~C 세그먼트 라인의 트렌드를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기존 대형 SUV와는 다르게 비교적 자그마한 몸체를 지닌 소형 SUV의 외형적 특징을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중화시켰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 등장한 기아차 셀토스에서도 나왔다. 기존 보수적이고 심지어는 ‘사골 디자인’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쉐보레의 반성이 엿보인다.

인테리어 부분에서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기존 쉐보레 차량에서 제기됐던 공통적인 불만은 옵션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에서 기본 장착된 사양이 쉐보레의 상위 옵션이면 다행일 지경이었다. 심하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옵션 또한 다수였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 필수 옵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통풍시트,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USB C타입 등 다양한 옵션이 탑재됐다. 물론 곳곳에서 미국 차량 특유의 투박함이 다소 보이지만, 적어도 옵션의 다양함에 있어서는 기존 쉐보레 차량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가격정책 또한 기존 쉐보레 차량에 비하면 찬사를 받을 만하다. 기존 경쟁 브랜드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던 쉐보레 가격정책이 콜로라도 발표 이후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변화는 쉐보레가 더 이상 내수 소비자의 반응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파악된다.

이렇듯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 쉐보레의 다소 독선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모두 뒤엎는 차량이다. 차후 젊어진 쉐보레의 미래를 책임질 선구자로서 차후 행보가 기대된다.

르노 삼성 XM3: 디자인 혁신과 세대 교체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비판을 받았던 것은 르노삼성 또한 만만치 않다. 실질적으로 QM 시리즈 이후로는 이렇다 할 신제품을 출시 하지도 못했다. 르노 본사에서는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했지만 르노삼성은 다양한 포트폴리오 보다는 투자비 부족을 내세워 스테디셀러에 더 집중하는 소극적 태도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XM3 발매를 기점으로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XM3는 르노 라인업과 다르게 국산차라는 점이 명확하다. 르노삼성은 젊은층을 위한 트렌디 차량으로 콘셉트를 맞췄다고 밝힌다. 그에 걸맞게 공개된 XM3 외관은 그 어떤 르노삼성 라인업과도 결을 달리한다.

외관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메르세데스 벤츠 GLE, BMW X6 등의 쿠페형 SUV 디자인이다. 측면의 유려한 곡선 라인은 기존 국내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국내 고급 SUV 수요를 봤을 때, 경제력이 다소 부족한 젊은 층에게는 이런 디자인이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디자인은 기존 르노 클리오 5세대 것을 닮았다고 알려진다. 넓은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기능을 담은 계기반은 최신 유행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미 5세대 클리오 인테리어가 유럽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어 국내 젊은 층에게도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XM3는 르노삼성이 내수 트렌드에 드디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존 SM3의 생산중단과 함께 대체 모델로 발표됐지만 세단 라인업에 자신감을 가졌던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던 선택 임이 분명하다. 비록 모기업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런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은 앞으로 르노 삼성의 공격적인 행보를 기대되는 부분이다.

두 브랜드의 이러한 변화는 국내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역으로 말한다면 쉐보레와 르노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판매 지표 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 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기존 현대기아차가 완전히 지배하는 국내 시장에 적지 않은 파동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러한 브랜드 간의 경쟁이 국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조금 더 좋은 차량을 합리적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도 있다. 발전은 경쟁을 수반한다는 진리는 언제나 확고하다.

장희찬 에디터 J.Jang@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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