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만 못난이 신세? 렉서스GS 독일차와 맞짱
한국서만 못난이 신세? 렉서스GS 독일차와 맞짱
  • 카가이 취재팀
  • 승인 2016.07.2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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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  tj.kim@globalmsk.com

렉서스가 한국에서 파장을 예고했다. 그 동안 독일 경쟁 브랜드에 한참 뒤져 망신만 당했던 후륜 스포츠 세단 GS의 대변신이다. 엄청난 출력과 차체 강성이 조화를 이룬 탄탄한 주행 능력, 독일차에 비해 약점이던 브레이크 성능까지 보강했다. 고성능 모델인 GS F의 V8 5.0L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음은 AMG를 넘어 흡사 페라리를 느낀다면 과장일까.

렉서스 이미지하면 우선 떠 오르는 게 고 급스러운 내장과 정숙성이다. 여기에 주 행 성능은 부드러움이다. 다이내믹한 주행성 능이나 날렵한 핸들링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 다. 이런 이유로 경쟁 브랜드인 독일 3총사 ‘벤 츠·BMW·아우디’는 늘 렉서스를 “부드럽고 조 용하기만 하다. 잘 달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전 자장비를 잔뜩 단 차”라며 폄하하기 일쑤였다.
선입관을 깨려는 것일까. 렉서스를 대표하 는 퍼포먼스 세단 GS가 대변신을 시도했다. 주 행성능을 슈퍼카 급까지 끌어 올렸고 독일차 에 비해 약점인 브레이크 성능을 대폭 보강했 다. 별다른 튜닝을 하지 않아도 서킷에서 마음 껏 달릴 수 있는 브레이크 답력과 내구성으로 무장했다. 한 마디로 일취월장한 퍼포먼스 세 단으로 거듭났다.
올 뉴 GS는 2012년 선보인 4세대 GS의 마 이너 체인지 모델이다. 2008년 도요다 아키 오(도요타 창업 일가의 4세) 사장이 취임하 면서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 렉서스의 첫 모 델이다. 스포츠 세단에 어울릴만한 차체 강성 과 전면 디자인(스핀드 그릴과 날렵한 L자형 헤드램프)으로 단장했다(기자는 스핀들 그릴 만 보면 일본 무사의 투구를 뒤집어 놓은 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스핀들 그릴은 이후 ES·NX·RX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돼 새로운 렉 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정립됐다.

GS의 개발 콘셉트는 스포츠 세단이었다.  부드러움과 정숙성을 내세운 전륜구동 세단 ES와 다르다. GS는 후륜구동에 서스펜션 셋팅 을 하드하게 해 스포츠 성능을 강조했다. 렉서 스 라인업 가운데 ‘그랜드 투어링 세단(Grand Touring Sedan)’ 에 가장 어울린다. 성인 4명 과 여행용 가방을 트렁크에 넉넉하게 싣고 장 거리를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 _
역동성을 추구하는 변신을 시도할 때만 해도 갈피를 잡지 못해 보였다. 지금은 조용하면서 강력한 렉서스 특유의 역동성을 제대로 확립했다.
이승우_
터보와 고성능을 늘려 라인업이 다채로워졌다. 점차 독일 럭셔리 브랜드에 근접한 모습을 보인다.
임유신 _
어색하기만 하던 스핀들 그릴이 이제는 매우 익숙하다. 기괴함과 파격은 여전하지만 호감이 간다.

렉서스코리아도 이런 GS의 변신에 맞춰 성 능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화답했다. 예전 같으 면 상상도 못했던 서킷에서 시승 행사다. 경기 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마음껏 달려보고 개 선된 성능을 느껴보라는 의미다. 용인 스피드 웨이 서킷은 전체 길이는 4.3㎞로 짧은 편이 지만 난이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표고 높낮 이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좌우 16개 코너에서 는 차체의 강성과 반응력, 핸들링, 그리고 확 실한 제동력과 발열 성능을 갖춘 브레이크가 뒤를 받쳐줘야 제대로 서킷을 소화해낼 수 있 다. 가장 긴  직선 구간에서는 가뿐하게 시속 200km 가속을 넘나든다.

과거에는 어울리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매우 익숙한 풍경.


렉서스 역동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LF-A.


지난 6월 17일 열린 GS 시승 행사에는 슈 퍼카급 GS F를 비롯, GS 200t, GS 350, GS 450h 등 4가지 모델이 등장했다. GS는 하 이브리드 모델 GS450h(Supreme, F Sport) 와 3500cc V6 가솔린 엔진이 달린 GS350 (Executive, F Sport),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 보 GS200t,  V8 5.0 자연흡기 엔진의 GS F 등 옵션에 따라 6개 모델로 나온다. 이들 차 량은 일본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위치한 도요다시 모토마치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들 차량 은 동급 최다인 10개의 에어백, VDIM(차량 다이내믹스 통합 관리), RCTA (후측방 경고시 스템), BSM (사각지대 감지장치) 등 첨단 안 전시스템을 기본으로 달았다. 가격은 하이브 리드 표준형이 7790만원, F Sport 8350만 원, GS350 고급형 8190만원, F Sport 7900 만원, GS200t 표준형 6020만원, GS F 1억 1640만원이다.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 터보와 고성능을 추가해 모델은 4종으로 늘었다.


GS의 디자인은 한 눈에 봐도 퍼포먼스 세단임이 느껴진다. 콘셉트는 ‘지적인 야성 (Intelligent Fierceness)’이다. 화살촉 형상 의 LED 주간 주행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국 내에서 신차 발표회 때마다 두드러지는 요소 는 차체 강성의 지나친 강조다. 이런 증상은 과거 현대기아차의 무른 차체에서 시작됐다. 국내 시장 점유율 75%를 넘나든 현대기아차 는 2000년대 중반까지 수입차에 비해 현저 히 차체 강성이 뒤졌다. 2010년 이후 차체 강 성을 보강한 신차를 내놓으면서 매번 ‘초고장 력강판’ 사용 비율을 유난히 강조했다. 소비자 에게 알 수 없는 각종 강판의 강성 수치를 늘 어놓는다. 차체 강성은 급격하게 몰아 붙이지 않으면 사실상 운전자가 느낄 수 없는 요소다. 국산이던 수입이던 요즘 신차의 차체 강성이 정말 단단하다. 강성이 부족해 주행성능이 떨 어진 경우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의 차체 강성이 1990년대라면 스포츠카 급이 될 정도다.

GS 역시 차체 강성은 일품이다. 서킷에서 타보면 강성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레이저 스크류 용접 및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사용했 다. GS350과 GS450h는 가변 제어 서스펜션 을 통해 차체의 움직임을 전자적으로 컨트롤 한다. 독일 브랜드에 비해 렉서스가 두드러진 부분이 전자적 컨트롤이다.

GS 200t


서킷에서는 해당 차량을 3바퀴씩 타 볼 수 있 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GS 차량은 하루 종일 최소 서킷 30여 바퀴를 소화해야 한다. 브레이크 뿐 아니라 타이어까지 정품 상태다. 어떤 튜닝도 하지 않았다. 과연 그런 강성과 성능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첫 시승 모델은 보급형 모델인 GS200t에 올랐다. 2.0L 터보 엔진을 달고 최고 264마력 을 낸다.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높인 전형적 인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이미 렉서스 NX에 탑
재돼 성능을 검증 받았다. 엑셀을 밟으면 즉각 가속력으로 이어진다. 기존 터보의 단점인 ‘터 보랙’이 확실하게 개선됐다. GS200t는 비슷 한 배기량의 가솔린 터보 모델인 벤츠 E200, BMW 528i, 아우디 A6를 직접 겨냥한다.

시동 버튼을 꾹 눌렀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 성이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터보의 출력은 엑 셀을 밟은 만큼 제대로 터져준다. 더구나 단단 한 차체와 급격한 코너를 제대로 버텨주는 서 스펜션 셋팅이다. 과격한 S자 형태의 씨케인 (Chicane) 커브를 원하는 대로 잘 타준다. 한 마디로 운전자의 몸과 차체 반응력 궁합이 일 품이다. 승차감은 절대 딱딱하지 않다. 부드러 우면서도 강인하다. GS 볼륨 모델로 흠잡을 곳 이 별로 없다. 연비는 다운사이징 효과로 복합 10.1km/L(도심 8.8 고속도로 12.3)가 나온다.

참고로 씨케인은 속도를 줄이기 위해 중간 에 장애물을 설치해 ‘S’자로 꺾어지게 만든 구 간을 말한다. 서킷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이 구 간을 꼭 만든다. 드라이버의 브레이킹 능력과 곡선을 타는 두 가지 능력이 여기서 검증된다. 씨케인의 유래는 유럽이다. 1900년대 초 모터 스포츠 붐이 일어나면서 공도에서 경주가 비 일비재했다. 당시 이런 씨케인 구간을 여럿 만 들면서 안전을 위해 S가 이어지는 구간에 건 초더미로 장애물을 설치했다. 일종의 보호대 격이다.

GS 350 F SPORT


다음 차종은 GS350 F Sport 모델이다.  앞 바퀴는 235/40R19 뒷바퀴는 265/35R19을 달아 접지력을 극대화했다. 200t에 비해 V6 3.5L 엔진의 출력이 거세게 다가온다. 아무리 다운사이징이 대세라지만 출력에는 역시 배 기량이 깡패다. 316마력의 최고출력은 서킷 에서 모자람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직분사 듀 얼 VVT-I에다 수냉식 일체형 실린더 헤드를 적용해 배기 냉각 기능을 개선했다. 복합연비 는 8.9km/L(도심 7.8 고속도로 10.8)로 나쁘 지 않다. F Sport 모델에는 뒷바퀴의 조향각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LDH (Lexus Dynamic Handling System)를 달았다.  차체 안정성과 응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GS 450h F SPORT


렉서스코리아는 GS의 주력 모델로 하이브리 드 450h를 기대하는 눈치다.  '달리는 하이브 리드'를 강조한다. 하이브리드도 고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연 하이브리드 모델 이 서킷에서 제대로 성능을 보여줄까. 이런 의 문은 450h F Sport를 탄 지 1분도 채 안돼 싹 가셨다. 하이브리드 전용 3.5L V6 엔진과 고출 력 전기모터의 조합은 미래 모터 스포츠를 보 는 듯 했다. 변속기는 CTV와 매칭했다. 가속 력은 전기모터의 지원을 받아 인상적이다. 모 터를 더한 전체 출력은 343마력. 최대토크는 4500rpm에서 35.5kg·m가 나온다. 역시 인 상적이다. 3.5L V6  엔진을 달고 복합 11.8km/ L(도심 11.4 고속도로 12.2)를 기록했다.

GS F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최고출력 473마력, 최 대토크 53.7kg·m의 GS F다. 기자가 좋아하는 V8 엔진을 달았다. 배기량은 5.0L로 자연흡기 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고출력을 낸다. 뭐니 뭐니 해도 V8 엔진의 매력은 중후한 배기음이 다.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이라는 전자 시스템으로 배기음을 극대화했다. Sport S+, Sport S모드로 주행하면 ASC가 작동해 스피커에서 전자적으로 합성한 배기음이 터 져 나온다. 앞 스피커에서는 흡기에서 나오는
‘에-앵’하는 높은 톤, 뒤 스피커는 강력한 배기 음을 재생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경쟁 업체가 빠른 변속과 내구성을 기반으로 듀얼 클러치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된다. 럭셔리 브 랜드 가운데 벤츠·렉서스만 변속기 개발과 생 산을 자체적으로 소화한다.

F의 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 고급스럽다. 슈 퍼카 느낌이 나는 스포츠시트가 대표적이다. 거실에 이 시트를 설치하고 시가를 피우면서 야구 경기를 보면 더 박진감이 날 듯 하다. 마 크 레빈슨의 프리미엄 오디오는 17개의 스피 커와 어울려 시속 200km가 넘어도 빵빵한 음향을 들려준다. 이날 기자는 모짜르트 교향 곡과 내내 함께하면서 서킷을 넘나들었다.
GS F는 전체적으로 BMW M 보다는 벤츠 AMG와 겨룰 만한 셋팅이다. 양의 탈을 쓴 늑 대의 느낌이다. 장거리 주행은 부드럽게 가속 하며 즐기면 된다. 그러다 ‘한 번 타볼까’하고 마음을 먹고 엑셀을 꾹 밟아주면 노면을 제대 로 몰아 붙인다. 서킷에 제격이다. 서킷의 기본 은 레코드 라인을 직선에 가깝게 타주는 게 요 령이다. 곡선 직전에 제대로 브레이킹을 해 시 속 70~80km까지 속도를 낮추고 돌아 나간 뒤 스티어링휠이 풀렸을 때 엑셀을 밟는 방식이다.

GS F는 디자인 측면에서 전후 휠 아치 및 오 버행을 키우고 전고는 낮춰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전면 그릴은 메쉬 타입으로 차별화 했다. 대형 에어 인테이크 홀과 스핀들 그릴 하 단의 카본 몰딩으로 슈퍼카 요소를 더한다. 후 면에는 카본 재질의 스포일러를 적용했다. 고 속 주행 때 다운 포스를 안겨주기 위해서다.

F에 달린 전용 미터계는 레이싱 게임을 하 는 느낌이 난다. 랩타임 기록과 좌우 후륜의 토 크 배분 차이, 차량의 전후좌우에 미치는 중력 포스를 디지털로 표현한다. 경력이 많은 슈퍼 카 마니아에겐 장난감 느낌이 날 수도 있겠다.

서킷 초보자라도 GS F는 다루기 쉽다. RC F 에 먼저 달려 성능을 검증 받은 ‘좌우 토크 배 분식 토크 벡터링 디퍼렌셜(TVD)’가 그것이다.  운전자가 모르게 발생하는 언더스티어를 재빨 리 잡아 빠른 코너링을 가능하게 해준다. TVD 는 레이싱 서킷에서 세밀하게 튜닝해 운전자 가 전자적 개입을 모르는 게 특징이다. 브레이 크는 고성능의 대명사 브렘보(Brembo)다. 연 비는 복합 7.6km/L(도심 6.6, 고속도로 9.3)이 다. 서킷에서는 3km/L가 나왔다.

화려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렉서스 인테리어의 특기다.


F의 실내는 과격한 겉모습만큼 역동적이다.


게임기의 그래픽을 보는 듯한 F의 계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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