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쿠페 디자인이란 이런 것..머스탱 마하E
SUV 쿠페 디자인이란 이런 것..머스탱 마하E
  • 이준호 에디터
  • 승인 2020.05.11 08:50
  • 조회수 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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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상품이 인기면 파생 상품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SUV 세그먼트가 인기다 보니 쿠페형 SUV도 창궐이다. SUV 쿠페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머스탱 마하 E를 놓고 살펴보자.



55년 만에 완전 새로운 세그먼트가 등장했다

SUV 전성시대다. 전적으로 소비자의 자발적 취향 이동이라 보기 힘들 정도다. 업계가 판을 키운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SUV가 세단보다 돈이 된다. SUV를 띄우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포드의 스포츠카 디비전 머스탱도 SUV를 내놨다. 55년 만이다.

남들 다하는 SUV 런칭이다. 더군다나 머스탱은 머슬카의 아이콘이다. 이런 환경에서 포드 머스탱의 선택은 어렵다.

의외로 선택은 테슬라 벤치마킹이다. 내연기관 SUV를 내놓기 보다는 EV SUV를 선택했다. 이 시장은 아직 레드오션이 아니다. 터줏대감 테슬라 만이 인기몰이다. 머스탱 최초 전기차이자 SUV인 마하 E는 전장이 4,724mm다. 현대차 싼타페 급이다. 테슬라의 새로운 SUV 모델 Y는 4,536mm 크기다. 모델 X는 5미터가 넘는다. 마하 E는 모델 Y와 X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했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모델 Y
올해 연말 국내 출시를 앞둔 테슬라 모델 Y

엔지니어링은 거의 판박이다. 테슬라 SUV의 기본은 모두 후륜구동이다. 리어 액슬에 모터 하나를 단다. AWD 옵션을 선택하면 앞에 모터가 추가된다. 마하 E도 마찬가지다. 후륜구동 베이스에 리어 모터 하나다. 당연히 AWD도 선택할 수 있다.

리어 모터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간적 이득이 바로 프렁크(Front + Trunk)다. 마하 E는 66리터다. 모델 Y 역시 비슷하다. 반면 트렁크는 마하 E가 꽤 협소하다. 이유는 완벽한 쿠페 프로파일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렁크가 없으면 제대로 된 전기차가 아니다

 

머스탱 마하 E..완벽한 SUV 쿠페 디자인

마하 E의 프로파일을 보면 쿠페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패스트백은 머스탱 쿠페와 차이 없다. 숨 막히게 아름답다. 당연히 롱노즈 FR 레이아웃 비례도 갖췄다. 액슬 투 도어(바퀴 축에서부터 도어까지 거리) 길이는 평범한 SUV 보다 길다. 그로 인해 후드 길이를 맘껏 늘릴 수 있다.

 

전기차라 그릴이 필요 없다. 전기차의 트레이드 마크인 빗살 무늬를 엠블럼에도 넣었다.

SUV의 탄생 목적은 첫째가 실용성이다. 맘껏 쿠페 스타일을 자랑할 수 없다. 일례로 제네시스 GV80을 보자. GV80은 후륜구동 기반의 롱노즈 디자인이다. 이런 쿠페 디자인의 최대 단점은 실내공간이 좁다는 거다. 그러기에 포르쉐 911, 애스톤마틴 DB11처럼 전형적인 쿠페들은 2+2 시트의 구조를 가진다. 뒷좌석은 어린애나 앉을 정도로 협소하다. GV80은 5미터에 육박하는 크기에도 실내공간이 그리 넓지 못하다.

물론 넓은 뒷좌석을 갖춘 쿠페도 있다. 실용성이 우선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쿠페가 그렇다.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4시트 쿠페와 2+2 시트 쿠페의 프로파일은 다르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면 패스트백의 아름다움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

마세라티 르반떼도 동일하다. 르반떼의 액슬 투 도어는 전 세계 SUV 중에서 가장 길다. 르반떼 보다 긴 보닛의 SUV는 없다. 포르쉐 카이엔 쿠페는 스타일과 공간을 절충한 경우다. 카이엔 쿠페의 액슬 투 도어의 길이는 GV80보다도 짧다. 명색이 쿠페라는 명칭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포르쉐 디자인이 멋지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들의 아이콘인 911은 엔진이 뒤에 있는 RR 레이아웃이다. 전통적인 FR 레이아웃의 쿠페와는 멋의 관점이 다르다. 카이엔 쿠페도 르반떼만큼 멋지지만, 카이엔 쿠페가 낭만주의라면 르반떼는 고전주의에 가깝다. 낭만주의는 원칙과 형식을 중시하는 고전주의에 반발하여 새롭고 개성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

 

넓은 실내 공간을 얻기 위해선 A 필러가 앞으로 많이 나와야 한다. 이를 캡 포워드 스타일이라 한다.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처 시절 디자인이 이랬다. 많진 않지만 현대차 장기 중 하나가 '공간을 잘 뽑아낸다'였다. 모두 이 시기의 얘기다. 이상엽 디자이너가 현대차 디자인을 총괄하고부터 캡 포워드는 자취를 감췄다. 현대차의 잘하는 장기가 사라진 셈이다.

캡 포워드 디자인과 짧은 액슬 투 도어는 실내 공간의 최대 확장이란 목표로 묶인 코드다. 대부분 SUV의 액슬 투 도어 길이가 짧은 이유다. 더군다나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인해 엔진룸 공간도 넓어졌다. 부품을 포개 넣을 수 있으니 보닛 길이가 길 필요가 없다.

머스탱 마하 E가 완벽한 쿠페 프로파일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라서다. 마하 E의 전륜 휠 레이아웃은 보닛의 정중앙이다. 전기차 앞에선 오버행을 줄이는데 노력했다는 말은 필요 없다. 어느 정도 제약은 있겠지만, 액슬과 모터의 위치를 내연기관 보다 훨씬 자유도 높게 배치할 수 있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처럼 완벽한 비례 구현이 가능하다. 적당한 길이의 오버행, 딱 알맞은 액슬 투 도어를 지나 멋진 패스트백 라인을 완성했다.

 

완벽에 가까운 SUV 쿠페 프로파일을 보여주는 머스탱 마하 E
완벽에 가까운 SUV 쿠페 프로파일을 보여주는 머스탱 마하 E

 

SUV 쿠페의 원칙..데크의 유무

SUV 쿠페의 원칙은 1. 긴 후드, 2. 패스트백 루프, 3. 데크의 유무다. 흔히 트렁크라 부르는 데크는 쿠페 실루엣의 핵심이다. 쌍용 액티언을 최초의 SUV 쿠페라 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액티언은 데크가 없다. 포르쉐의 사례를 보면 확연하다. 카이엔의 경우 보편적인 SUV 뒷모습이다. 공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C 필러는 드라마틱 하게 눕지 못하고, 트렁크는 해치백 스타일이다. 반면, 카이엔 쿠페는 패스트백에서 내려오는 라인이 데크를 거쳐 아래로 떨어진다. 이 데크는 스포일러의 기능까지 한다.

 

[좌상]카이엔 쿠페 데크 [우상]해치백 스타일의 카이엔 [하단]카이엔 쿠페 데크의 스포일러 기능
[좌상]카이엔 쿠페 데크 [우상]해치백 스타일의 카이엔 [하단]카이엔 쿠페 데크의 스포일러 기능

고전적인 쿠페 스타일인 마세라티 르반떼도 당연히 데크를 지녔다. 테슬라 모델 X도 테크가 있다. 이를 스포일러로 활용한다. 머스탱 마하 E도 좀 미약하지만, 데크라 칭할 공간이 존재한다. 이들이야말로 SUV 쿠페 세그먼트라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르노삼성 XM3에도 데크는 당연히 존재한다.

 

머스탱 마하 E 데크는 짧아서 스포일러를 루프에 달았다

신형 SUV 출시에 모든 메이커들이 사활을 건다. 많이 남는 걸 팔아서 호주머니를 챙기고 여유분은 EV 플랫폼 개발에 쓰기 위함이다. 넘쳐나는 SUV 경쟁 속에서 더 멋진 스타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거시적 관점의 프로포션도 중요하다. 르노삼성의 XM3 같은 발 빠른 시도는 그래서 칭찬할만 하다. 머스탱 마하 E 스타팅 가격은 4만3800 달러다. 약 5천만 원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다면 실 구입가는 4천만원대가 가능해진다. 충분히 메리트 있는 가격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더욱 다양해진다. 시대 흐름에 맞는 파워 트레인+전통적 쿠페 스타일까지 더한 머스탱 마하 E는 좋은 선택지이자 굿 디자인이다. 오랜만에 머스탱 디비전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준호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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