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극복한 차②-두 번 부활한 마이바흐
위기를 극복한 차②-두 번 부활한 마이바흐
  • 남현수 에디터
  • 승인 2020.05.30 09:00
  • 조회수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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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부분변경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다. 지난 경제 위기와 상황이 딴판이다. 기존 위기는 우리나라 등 특정 지역만 어려웠다. 이 때마다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현대차 같은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재빨리 회복했다. 이번에는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상황이 딴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이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 후폭풍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인간의 위기 대처 능력은 예상보다 뛰어나다. 역경을 이겨내고 재도약하면 인류는 발전했다. 역사에서 얻는 교훈이다. 자동차 모델 중에도 난세영웅이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위기에서 회사를 구해낸 위기 극복의 주인공을 시리즈로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두번째 주인공은 마이바흐다. 상당수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을 법한 모델이다.

마이바흐 DS 8 제펠린’(Maybach DS 8 Zeppelin) – 마이바흐의 신화를 구축한 모델
마이바흐 DS 8 제펠린’(Maybach DS 8 Zeppelin) – 마이바흐의 신화를 구축한 모델

마이바흐는 탄생부터 벤츠와 엮여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세데스-벤츠’는 1883년 ‘칼 벤츠’가 설립한 ‘벤츠’와 1890년 ‘고틀립 다임러’가 설립한 ‘다임러’가 합병해 1926년 탄생했다. ‘마이바흐’는 다임러 설립에 기여한 독일인 엔지니어 ‘빌헬름 마이바흐’과 그의 아들 ‘칼 마이바흐’에 의해 설립됐다. 1909년부터 엔진 개발에 매진한 마이바흐는 1919년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마이바흐는 탄생부터 철저히 전세계 상위 1% 상류층을 공략했다. 판매대수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대중차와 다른 전략을 꾀했다. 고급차 시장을 공략한 마이바흐는 1921년 설립해 41년까지 단 1800여대만 생산하는데 그쳤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엔 전차 및 군용 차량 엔진을 납품했다. 전쟁 이후 1960년 다임러-벤츠에 합병된 마이바흐는 이 때도 엔진만 생산했다.

마이바흐 62
마이바흐 62
마이바흐 62
마이바흐 62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같은 세계적인 명차와 경쟁을 원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2002년 60년 만에 마이바흐를 부활시켰다. 새 마이바흐는 두 개의 알파벳 ‘M’이 교차하는 고유의 로고를 계승했다. ‘Maybach Motorenbau(마이바흐 모토렌바우, 마이바흐 엔진제작)’이던 기존 앰블럼 의미를 ‘Maybach Manufaktur(마이바흐 마누팍투르, 마이바흐 수공예품)’로 바꿨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경쟁을 위해 화려한 편의장비를 장착한 마이바흐 57과 마이바흐 62를 출시했다. 57과 62라는 이름의 의미는 차량 전장을 뜻한다(57모델의 전장은 5734mm, 62 모델의 전장은 6171mm).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야심차게 등장한 마이바흐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럭셔리카 대부분이 그렇듯 마이바흐 역시 공정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한 대를 생산하는데 무려 6개월이 필요했다. 연간 1000대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연간 150여대에 불과했다. 럭셔리카 시장에 야심차게 등장한 마이바흐는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애물단지 브랜드로 전락했다. 결국 마이바흐의 소유주인 다임러는 2012년 단종을 선언하고 2013년 브랜드를 폐지했다.

마이바흐의 부활을 알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마이바흐의 부활을 알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마이바흐의 부활을 알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마이바흐의 부활을 알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마이바흐의 부활까진 오래걸리지 않았다. 마이바흐의 명성을 이용해 기존 벤츠 브랜드보다 한 급 위 모델이 두고자했던 필요에 따라 2014년 두번째로 부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서브 브랜드다. 독자 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S클래스 기반으로 한층 고급스럽게 꾸몄다. 소비자로부터 ‘과거에 우리가 알던 세계 3대 명차가 아니다’, ‘단순히 껍데기만 바꾼 비싼 벤츠’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호전됐다.

마이바흐의 상징성은 여전하다. 더군다나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 고급화 버전으로 인식되면서 이젠 팔수록 이익을 내는 모델로 거듭났다. 과거 마이바흐 57이나 마이바흐 62가 6억~9억원을 호가하던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2억원대 중반에서 3억원 초반 가격표를 달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가격에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라는 상징성의 효과일까? 지난해 국내 판매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는 624대에 달한다. 과거 전세계에 연간 150대를 팔기도 어려웠던 마이바흐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S클래스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SUV GLS 마이바흐 버전도 최근 공개했다. 라인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마이바흐는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같은 초고가 럭셔리카는 아니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운 소재와 뛰어난 N.V.H.로 최고의 의전차 중 하나로 꼽힌다. S클래스에 이어 GLS까지 출시한 마이바흐의 ‘장밋빛 미래’는 이제부터다. 위기는 기회다.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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