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소형 SUV..모닝 풀옵션 1800만원 '경악'
그 돈이면 소형 SUV..모닝 풀옵션 1800만원 '경악'
  • 우정현 에디터
  • 승인 2020.05.25 09:00
  • 조회수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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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모닝 어반’
12일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모닝 어반’

경차는 1990년대만 해도 1천만원 이하 저렴한 가격에 풀옵션 모델을 살 수 있어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300만원만 있어도 엔트리 트림 구매가 가능했다. 지금 경차는 더 이상 국민차가 아니다. 모닝 풀옵션 가겨이 1800만원에 달한다. 엇비슷한 가격에 엔트리 트림을 살 수 있는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이 '국민차' 바톤을 이어받았다.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경차 시장은 20만대에서 10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경차에 주어지던 세금 혜택도 소폭 축소됐다.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던 취등록세는 공급가액의 4%에서 5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차액은 세금으로 내야한다. 여전히 공영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같은 혜택은 유효하다. 경차 이외의 저공해차량도 공영주차장 5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신차 가격 급등이다. 혜택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면서 경차 매력이 반감됐다. 

요즘 경차를 구매하려면 최소 1천 만원 이상 필요하다. 기아 모닝은 모든 옵션을 다 더하면 1800만원까지 급등한다.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가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납득하기 힘들다.

최근 나온 기아 3세대 모닝은 디자인을 다듬고 풍부한 편의장비를 담았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과 통풍 시트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추가했다. 14인치 휠 기준 복합연비는 15.7km/L로 이전 모델 대비 리터당 0.3km를 더 갈 수 있다. 이처럼 안전과 편의장치를 선택하다보면 1795만원의 견적서를 받게 된다. 

순간 '이 돈이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소형 SUV 베뉴, 파격 디자인으로 인기몰이 중인 준중형 세단 아반떼, 기아 소형 SUV 스토닉과 준중형 세단 K3도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모닝 풀옵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을 추려봤다. 

소형 SUV 3종류 : 기아자동차 스토닉, 현대자동차 베뉴, 르노삼성 XM3
소형 SUV 3종류 : 기아자동차 스토닉, 현대자동차 베뉴, 르노삼성 XM3
(개별소비세 1.5% 기준)

소형 SUV는 최근 자동차의 핫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다양한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경차는 크기에서 소형 SUV의 상대가 안된다. 경차는 기껏해야 전장이 3500mm 내외다. 소형 SUV의 전장은 최소 4000mm이상이다. 가장 큰 전장을 자랑하는 XM3의 차체 길이는 무려 4570mm다. 체급차이에서 오는 공간과 2열 승객의 거주성도 비교 불가다. 경차의 기본 적재 공간은 200L 초반이다. 2열 시트를 최대한 조절해도 300L 이상의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소형SUV는 기본 적재공간이 400L를 훌쩍 넘는다.

출력 또한 소형 SUV가 앞선다. 경차는 1.0L 미만의 엔진만 장착해야 한다. 이번에 출시된 모닝 어반의 최고출력은 76마력이다. 기아 스토닉 1.4L 가솔린 최고출력100마력, 현대 베뉴 1.6L 가솔린 최고출력123마력, 르노삼성 XM3 1.6L 가솔린 최고출력 123마력이다.

모닝이 자랑하는 옵션 가운데 하나인 크루즈컨트롤은 스토닉 기본 모델(1584만원)부터 포함된다. 르노삼성 XM3 엔트리 모델도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이다.

모닝 최고 트림인 프레스티지 이상엔 운전석 통풍시트가 포함된다. 모델별로 소형 SUV에선 선택조차 할 수 없는 호화사양이다. 이런 옵션을 다 넣어 모닝 풀옵션이나 중간 이상의 옵션을 선택하면 소형 SUV 기본 가격보다 높아진다. 기아 스토닉(A/T) 1584만원, 현대 베뉴(M/T) 1436만원(A/T 1586만원부터), XM3(A/T)는 1719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성비좋은 준중형 세단 2가지 / 현대 아반떼 & 기아 K3
가성비좋은 준중형 세단 2가지 / 현대 아반떼 & 기아 K3

소형 SUV보다 더 저렴한 모델을 찾는다면 준중형 세단이 있다.  아반떼와 K3가 주인공이다.

지난 4월 나온 현대차 7세대 아반떼는 '삼각떼'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한결 스포티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은 첫차를 구매하려는 2030세대 취향을 저격한다. 편의장비는 중형차와 버금갈 정도의 수준이다. 사전계약 첫 날 1만대 이상의 계약이 이뤄졌다. 아반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알 수 있다.

연식변경을 거친 K3는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수평적으로 구성된 실내는 아반떼보다 간결하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4.2인치 칼라 TFT LCD가 장착된 아날로그 계기반,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2열 열선, 2열 송풍구 등의 편의장비도 장착된다. 눈에 띄는 새로운 편의장비는 없지만 실용적이다.

아반떼는 1681만원부터(수동변속기는 1531만원), K3는 1714만원부터 시작한다. 기본 트림이지만 풀옵션 모닝보다 저렴하다. 옵션도 빵빵하다. 아반떼에는 지능형 안전 기술 전방충돌방지보조, 전방충돌경고, 차로유지보조, 차로 이탈 방지보조, 차로이탈경고, 운전자주의경고,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 편의사항이 기본이다. K는 아반떼보다 더 좋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차량),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후방 주차 거리 경고 등이 기본이다. 준중형 세단 기본 모델이 모닝 풀옵션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편의안전장비 구성도 앞선다.

스즈키의 경차 짐니
리틀 G 바겐으로 불리며 1년 이상 대기 물량을 확보한 경차, 스즈키 짐니

옆 나라 일본 경차 시장은 국내와 달리 활기차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20년 저성장’에 단련됐다. 고령화와 인구 절벽을 경험하며 시장 변화에 적절하고 빠르게 대응했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전후 쏟아진 2000만원대 럭셔리 경차다. 젊은 층의 소득이 줄고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어디에 내놔도 쓸만한 고급 경차를 선택하고 있다. 

일본 경차는 선택지가 많다. 한국 경차 스타일인 다이하쓰 캐스트부터 리틀 G 바겐으로 불리며 1년 이상 대기 물량을 확보한 스즈키 짐니, 후륜구동 경차 오픈탑 스포츠카 혼다 S660 등이 대표적이다. 컨버터블∙스포츠카∙SUV까지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한다. 높은 가격임에도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혼다의 경차 스포츠카 , S660
혼다의 경차 스포츠카 , S660

신형 모닝은 기존 스타일 거의 그대로다. 편의안전장비만 추가하고 가격은 높였다. 소비자가 모닝 가격표에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다. 럭셔리 경차는 단순히 편의장비를 추가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스타일이 수반돼야 한다. 돈이 없어 마지못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드러내고 개성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이 되야 한다. 소비자가 웃으며 지갑을 열게 할 방법이다.

우리나라 경차는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새로운 시도가 없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차 연구개발은 뒷전이다. 새로운 신차를 기대하기 어렵다. 후속 모델도 안 나오니 판매는 뒷걸음질이다. 특히, 2011년 말 출시된 기아 레이는 지금까지 한 차례 페이스리트프만 단행했을 뿐이다. 풀체인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디자인을 다듬고 편의사양을 강화한 모닝 어반이 나왔지만 앞 길은 어둡기만 하다. 작은 차 무시 풍조, 안전성에 대한 믿음 부족, 생각보다 좋지 못한 연비, 떨어지는 가성비, 역행하는 경차 혜택 등이 앞을 가로 막는다. 모닝의 경쟁 모델은 더 이상 쉐보레 스파크가 아니다.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과 경쟁해야 한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우정현 에디터 carguy@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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