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받는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빛 좋은 개살구
힘 못 받는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빛 좋은 개살구
  • 주진완 에디터
  • 승인 2020.06.28 09:00
  • 조회수 2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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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2020 볼트EV<br>
쉐보레 2020 볼트EV<br>

전기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주행거리'다. 전기차는 급속충전기를 이용한다 해도 한 번 충전하는 데 30~40분 걸린다. 아직까지는 주유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차량보다는 다소 불편하다. 이러한 충전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신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무선 충전 기술이다.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자기공진, 자기유도, 전자기파 방식이다.

이 세가지 중 기존에 사용한 것은 자기공진 방식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에서 주로 쓰이는 자기유도 방식보다 비교적 먼 거리에서 충전이 가능하고 효율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서다.

특허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부터 10년간 전기차 무선 충전 관련 세부 기술 별 특허 출원은 총 103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무선 충전 설비와 인프라 특허를 제외하고 자기공진 특허가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렇듯 전기차 충전 기술의 또다른 섹터인 무선 충전이 어느 정도 실용화가 가능할지 짚어봤다. 

카이스트에서 운영중인 무선충전 전기 셔틀버스
카이스트에서 운영중인 무선충전 전기 셔틀버스

전기차 무선 충전 설비는 이미 지난 2009년 카이스트에서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자기공진 형상화 기술이다. 2010년 미국 타임지로부터 ‘세계 50대 발명품’으로 선정되고 세계경제포럼이 ‘세계 10대 유망 기술’로 꼽을 만큼 큰 이슈를 만들었다. 이 기술은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780억원 가량 투자를 받아 개발됐다. 기존 전기차에서 문제가 되는 무거운 배터리나 장기간 충전 문제를 해결할 신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2011년부터는 시범 운행을 거쳐 서울대공원과 구미 시내버스 등에서 상용화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이 때 투입한 무선 충전 전기차 상당수가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배터리 교체 문제와 잦은 고장으로 유지 보수가 힘든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이렇듯 힘겨워만 보이던 전기차 무선충전 상용화는 세계 각국 연구진이 신기술을 개발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스탠퍼드대학 전기공학 및 응용 물리학과 샨후이 판 교수와 그의 제자(시드 아사워라리트)가 무선 전력을 이동하는 물체에 전송하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이 시스템은 전력의 10% 밖에 무선으로 전송할 수 없는 끔찍한 효율을 보여줬다. 거듭된 실험 속에 무선 전력 송신 효율을 92%나 높인 시스템이 완성됐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에 실렸다. 현재 이론검증을 위한 프로토 타입이 진행중이다. 약 60~90cm 거리에서 10W 전력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전기차 충전 상용화는 어렵지만 충전에 필요한 수십~수백kW 전력을 전송하기위한 시스템 확장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상용화 가능성을 열어 놨다.

 

샨후이 판 교수가 발표한 무선충전 기술의 효율성 그래프(출처 : Nature Electronic)
샨후이 판 교수가 발표한 무선충전 기술의 효율성 그래프(출처 : Nature Electronic)

이 외에도 해외 주요국에서 무선 충전 도로 개발 및 실용화도 어느 정도 이뤄진다.  미국의 퀄컴은 ‘퀄컴 헤일로’라는 이름의 전기차 무선 충전 도로를 개발한다.퀄컴 헤일로는 실제 테스트에서 100km/h로 주행 중인 자동차를 20kW급 무선 충전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현대자동차도 가세한다. 현대차는 2019년 ISO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전기차 무선 충전 신기술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2017년부터 100여건에 이르는 관련 기술을 국제기구에 제안하는 등 기술표준화를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선 충전 기술을 탑재한 전기차가 곧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전한다.

설치 공간의 제약이 없는 무선충전 기술 (사진 출처. 브랜드 필름 [Kia Future Film, PETERㅣRETURNS])
설치 공간의 제약이 없는 무선충전 기술 (사진 출처. 브랜드 필름 [Kia Future Film, PETERㅣRETURNS])

하지만 여전히 난관이 많다. 문제는 무선 충전 설비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전기차 무선 충전은 규격화되어 있지 않아 각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거나 이용 중이다.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설비는 비용의 증가를 야기한다. 2010년대 중반 전기차 제조사마다 각각 다른 급속 충전 규격으로 충전기마다 세 종류의 충전 방식을 모두 적용하는 등 충전소 설치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주차장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는 차량이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차장 곳곳에 무선 충전설비를 매설해야 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 들어간다.

무선 충전 도로의 경우는 도로를 뜯어 코일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다. 또 큰 전력의 전자파가 발생하여 인체에 유해하거나 전자제품 오작동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전기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는 무선 충전을 하면서 달릴 수 있는 무선 충전 도로를 계획하고 있지만 실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남들 하니까 나도 해본다" 수준에 그친다. 국토교통부도 2030년까지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도로를 구축하겠다는 ‘도로 기술 개발 전략안’을 수립한 바 있다. 실제 적용은 오리무중이다. 무선 충전 기술은 전기차의 주행거리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투자 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아 아직도 미완의 기술에 그치고 있다. 

주진완 에디터 jw.jo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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